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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4 ] 원로배우 故 엄동환을 기리며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11-12 05:07:34
  • 수정 2020-09-10 11: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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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엄동환(1941~2019, 예명 엄 성)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극단 신협 단원이다. 가계는 충의공 엄홍도의 31세손이다. 


드라마 - 허준(이판대감役) - 대장금(점쟁이役) - 장희빈(영의정役) - 달마스님(달마役) - 대명(좌의정役) - 연개소문(점쟁이役) -연 극 - 햄릿(무덤지기역) - 삼품배우(노배우역) - 스승과 제자들(왕눈이役), 등에 출연하고 유치진 선생 회갑공연을 끝으로 연극계를 떠났다가 25년이 지나 SBS대하드라마 장희빈 (영의정 역) 다시 출연해 연기활동을 펼쳤다. 

 

2013년에는 당산동 교회에서 모노드라마 '하나님은 어디에?'를 직접 쓰고 연출, 출연했다.


엄동환은 희귀난치질환 2급 장애와 투석, 시각장애까지 생겼지만 모노드라마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애썼다. 


필자가 관람한 엄동환의 모노드라마 평을 소개한다.


당산동 남서울교회 선교국 늘푸른 노인대학 주관, 엄동환 작 연출 출연의 모노드라마 ‘하나님은 어디에?’


2013년 11월 1일 당산동 남서울교회 애찬관에서 엄동환 작, 연출, 출연의 모노드라마 ‘하나님은 어디에?’를 관람했다.


엄동환(1941년~)은 연극과 영화, 그리고 TV드라마에 출연한 극단 신협 소속의 원로 연기자다.


현재 만성 신부전증으로 일주일에 세 번 병원에서 투석치료를 받는 중환자다. 그가 병상에서 일어나 모노드라마를 한다기에 당산동 남서울교회에 가서 엄동환의 모노드라마를 관람했다. 

그런데 연기를 하는 그를 보니, 전혀 환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기량을 다해 열연을 하고, 관객에게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았다. 공연 후 그의 간증시간이 있었는데, 그는 신의 계시로 선교연극을 하게 되었고, 그의 철저한 믿음 때문이었는지, 연극연습과정에서 거의 실명상태에 이르렀던 시력이 점차회복이 되었고, 지하철을 탈 엄두도 못 내었는데, 이제는 지하철 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식욕이 늘어나 식사도 잘 하게 되고, 건강이 예전상태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신께 감사하고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해, 다시 한 번 갈채를 받았다.


엄동환의 모노드라마 ‘하나님은 어디에?’의 내용은, 한 노숙자의 이야기다. 자신의 허랑방탕한 생활로 인해 가정 파탄이 일어나고, 하나 뿐이 딸자식과도 헤어져 행방을 알 수도 없어, 어느 한적한 공원에서 기진맥진해 쓰러졌을 때, 다행히 한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여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겨우 원기회복이 된다. 그런데 그를 입원시킨 목사가 신을 믿고 의지하라는 말에, 평생 살아왔던 대로 신을 믿지 않겠다며, 신의 존재까지 부정하고 병상을 박차고 나와 바로 이 한적한 공원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그 목사가 따라와 설득하는 장면과 그 노숙자의 변명 같은 과거가 극 속에 소개가 된다. 


노숙자는 마지막 호구지책으로 뱀 장사를 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실제 뱀이 아닌 곰 장어를 뱀으로 속이고, 곰 장어 알을 마치 뱀의 알인 양 팔아먹은 이야기를 자랑스레 털어놓는다. 목사가 질책을 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는다. 


깡패였던 시절과 폭력전과자가 되어 별을 다섯 개나 달았던 일, 사회에서 냉대를 받아 일자리 하나 얻을 수 없고, 마약을 가까이 해 거의 폐인이 되어 죽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눈을 다시 뜨니 어떤 여인이 자신을 돌보고,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하는 천사 같은 모습을 보고,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마무리해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과 회개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신을 믿고 의지함으로써 자신을 구원해 준 여인과 새 삶을 살게 되고 목회를 주관하게 되었다며 노숙자에게 진심으로 신앙생활을 할 것을 권유한다. 그래야 신의 도움으로 헤어진 딸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와 함께.


노숙자는 목사의 말에 감동을 받아 목사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여직 것 삶을 후회하고, 회개하며 신을 믿겠노라 고 마음을 활짝 열어놓는다. 그러자 목사가 이야기를 한다. 사실 노숙자가 입원한 병원의 원장이 바로 노숙자가 애타게 찾던 그의 딸이며, 기진맥진해 쓰러진 환자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고, 입원치료토록하고, 마침 외국으로 가는 약속 때문에, 목사에게 아버지를 부탁하고 출국을 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노숙자는 기쁨으로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신을 찬양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감동적인 마무리를 한다.


목사 역은 녹음으로 처리해, 원래 2인극이어야 하는데, 1인극으로 재구성해 공연했다.


엄동환이 노숙자로 출연해 건강한 연기자 못지않게 발군의 기량으로 열연을 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원로 연기자 박정웅이 목사 역을 녹음해, 극의 전개와 분위기 상승에 일조를 한다.

김원구 장로의 예술감독과 교회 청년부의 기술협력은 물론, 한적한 가을 공원과 흐트러진 낙엽을 묘사한 배경그림도 극의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연극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소가 되었다.


당산동 남서울교회 늘 푸른 노인대학 주관 엄동환 작 연출의 모노드라마 ‘하나님은 어디에?’는 감동적인 선교연극으로 장기공연을 해도 좋으리라는 느낌이다. -2013년 11월 1일 박정기.


그런 엄동환이 지병으로 11월 10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강남성모병원의 빈소에는 당산동 교회 신도들이 부르는 찬송가 소리로 가득 차 마치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온 느낌이다. 부디 명배우 엄동환이 하늘나라에 가서도 원하는 연기를 마음껏 계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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