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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 3: 안복眼福을 나누다” 전 개최
  • 민병훈 기자
  • 등록 2019-11-12 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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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의 고수와 근대를 향한 개성: 19세기 서화계의 다층적 이야기

허련의 노송도

[민병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 씨가 지난해 11월 부친 고故 손세기 선생의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 202건 304점을 기증한 것을 기념하면서 세 번째 특별전, ‘안복眼福을 나누다’를 개최한다. 안복은 아름다운 서화를 감상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뜻한다.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 서화 수요층의 확장과 새로운 미감美感에 부응하면서 김정희 일파 및 직업 화가들이 개성적인 작품을 제작했던 양상을 조명한다. 전시품 중 절반 이상이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이다. 


이번 특별전에서 우선 주목되는 작품은 김정희가 높이 평가했던 제자, 허련許鍊(1808~1893)이 만년에 제작한 ‘노송도’이다. 허련은 초의선사의 소개로 김정희의 제자가 돼 남종화풍의 그림과 서권기書卷氣를 강조한 글씨를 배웠다. 1856년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고향인 진도로 내려와 서화제작에 몰두했다. 


정학교의 취태백

‘노송도’는 열 폭의 종이에 소나무 한 그루를 화면 가득 그린 대형 작품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연이은 화폭에 매화를 그리는 연폭매화병풍이 유행했는데 허련은 이러한 형식을 빌려 소나무를 그렸다. 장관을 이루는 거대한 규모, 둥치의 껍질과 구불거리는 가지의 역동적 표현 등은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화풍을 이룬 대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눈 덮인 산 속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에서 노송의 고고한 위엄과 함께 허련의 완숙하고 거침없는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학교丁學敎(1832~1914), 민영익閔泳翊(1860~1914), 장승업張承業(1843~1897), 오세창吳世昌(1864~1953), 안중식安中植(1861~1919) 등 19세기에 활동한 서화가들의 개성적 면모와 상호간의 영향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여항문인이자 서화가인 정학교丁學敎(1832~1914)는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1820~1898), 역관 오경석吳慶錫(1831~1879), 민영익, 장승업 등과 서화를 주고받으면서 교유했다. 


오세창의 연경실 편액

이번에 처음 소개하는 ‘행초10폭병풍’에서 정학교의 독특하고 유려한 서체를 확인할 수 있다. 명성왕후의 외척인 민영익은 묵란도를 다작하면서 개성적인 ‘운미란芸楣蘭’을 확립했다. 전시된 묵란도 2점은 개화파와의 대립으로 조선을 떠나 중국 상해에 정착해 자신만의 난 그리는 법을 형성해갔던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서화 비평가이자 개화사상가인 오세창은 김정희의 실사구시 사상에 영향을 받은 부친 오경석을 따라 서화와 금석학에 대한 연구를 심화했다. 오세창이 75세에 전서로 쓴 ‘연경실硏經室’ 편액은 경서를 연구하는 집이란 뜻으로 그의 학문세계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만년기 작품이다.


이와 함께 오세창의 제첨이 붙은 장승업의 ‘술에 취한 이백[醉太白]’은 중국고사 인물화가 조선 말기까지 지속적으로 유행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안중식安中植(1861~1919)의 제시가 있는 장승업의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畫(사진6)에서 사승관계와 근대기 화단에 미친 장승업의 영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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