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정기의 공연산책 30] 연극집단 반, 박장렬 연출 ‘페퍼는 나쁘지 않아’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20-01-14 18:27:47
  • 수정 2020-09-10 11:20:05

기사수정


혜화동 소극장 공유에서 연극집단 반의 이가을 작, 박장렬 연출의 ‘페퍼는 나쁘지 않아’를 관극했다.


이가을(1989~)은 우석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의 작가 겸 연극배우이자 뮤지컬 배우다. ‘신춘문예 단막극제’ ‘이혈’ ‘바람이 불어오는 곳’ ‘오피스라이프’ ‘아리랑 랩소디’ ‘여된 감상기 이계순전’ ‘라플레시아’ ‘엘렉트라’에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에드거 vs 에드먼드’ ‘어느 나룻뱃사공 이야기’ ‘여된 감상기 이계순전’ ‘외눈박이 치치와 두눈박이 차차’ ‘엘렉트라’를 발표 공연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이자 배우다.
 
연출가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동인,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3, 4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영상 대 출강,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 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회장이다. 서울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현 극장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이고, 2017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2019 대한민국연극제 예술감독이다. 

작품으로는 ‘엘렉트라’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 ‘레미제라블’ 등을 집필 또는 연출한 한국연극의 주춧돌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는 키 1.2미터에 발에는 바퀴가 달린 흰색 로봇이다.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로 사물, 장애물 등을 인식한다. 또한 사람의 표정과 감정 인식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과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으며, 가슴에 있는 태블릿을 통해 각종 정보제공에 용이하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에 의하면 이미 일본에는 음식점, 호텔, 쇼핑몰 등을 포함해 약 2,000개의 고객사에 도입됐을 정도로 대중적인 로봇이다. 상품을 ‘페퍼(Pepper)’ 눈앞에 갖다 대면, 상품 로고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상품 정보를 안내한다.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면 대략의 나이를 맞춰주는 간단한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갖췄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유통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대비해 활발한 페퍼(Pepper)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연극에서의 페퍼(Pepper)는 집에서 기르는 식물을 지칭한다. 세 개의 작은 화분과 원형의 섬유질 속에 씨를 뿌려 머리카락 같은 순이 자라나게 하고, 그 중 다른 화분에 비해 순이 적게 나온 화분을 대머리라고 놀려대며 페퍼(Pepper)라고 부른다.


이가을(1989~)/ 우석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의 작가 겸 연극배우이자 뮤지컬 배우

무대는 원룸 건물이다. 아래 위층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위층은 무대를 돌아 하수 쪽에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문이 있다. 아래층은 침상이 있고 옷을 넣는 캐비닛, 체경, 탁자, 통기타 그리고 작은 장식장과 탁상용 등이 보인다. 침상 앞으로 화장대가 있다. 


침상 아래에는 약을 넣어두는 곽이 있다. 탁자에는 책이 여러 권 놓여 있고 그 외의 용품이 흩어져 있다. 문은 배경 가까이 상수 쪽에 있고 상수 외곽을 돌아 객석 앞의 통로로 해서 하수 쪽 계단으로 통한다. 배경 오른 쪽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다. TV 수상기는 객석방향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상수 쪽의 무거운 탁자를 이동시켜 침상 앞에 놓고 방석을 등에 대고 시청한다.


40대와 30대 여인이 함께 끝 말 잇기를 하며 세계 각국의 수도 명칭을 대는 장면에서 극이 시작된다. 방주인인 40대 여인은 녹즙을 판매하고, 위층의 30대 여인은 콜센터의 대리운전을 한다. 무거운 탁자를 침대 앞으로 옮기고 두꺼운 방석을 등에 기대 놓고 맥주를 마시며 TV를 시청한다. 가금 티격태격하는 적도 있지만 언니 동생 하며 마치 친자매인 듯싶은 모습을 보인다. 


명랑 쾌활한 대화와 장면이 지속되지만 40 여인은 지병이 있는 듯 온전치 못한 동작을 드러낸다. 그리고 30대 여인이 없을 때에는 침상 아래 상자 곽을 열어 약통에 든 약을 한줌 씩 먹기도 한다. 페퍼(Pepper)라고 부르는 세 개의 화분에 물을 주며, 순이 덜 나온 화분을 대머리라고 부르며 머리카락아 많이 나와 빨리 자라라는 소리를 한다. 언니라고 불리는 여인이 몸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병원에를 가려는 듯 외출복을 입기도 하지만 포기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동생노릇을 하는 여인이 약상자를 발견하고 약을 버리려 하다가 언니가 이 사실을 들키자, 언니에게 병원으로 가보라고 다그치듯 이야기 한다. 언니는 수술비와 병원비가 7천만원대의 거액이 든다며, 포기한 사유를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죽는 날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겠노라고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동생여인이 보이지 않을 때면 방바닥에 기절한 듯 쓰러져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러다가 기진한 몸을 일으켜 기타를 연주하는 동생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흉을 보며 기르는 대머리 화분 페퍼(Pepper)에게 물을 주며 페퍼는 나쁘지 않아 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지병을 이겨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동생뿐만 아니라 관객도 일고 있다. 그렇기에 예견되는 결말에 관객은 자신의 딸이나 또는 자매의 모습을 접하듯, 하나 둘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지은이 40대 여인, 이가을이 30대 여인으로 출연해 대비되는 성격창출과 호연은 물론 열과 성을 다한 열연과 노래로 연극을 이끌어 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진종민, 프로듀서 최보미, 음악감독 박진규, 무대 최지환, 조명 최지혜, 소품 유지훈, 의상 김희애, 그래픽 전진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연극집단 반의 이가을 작, 박장렬 연출의 ‘페퍼(Pepper)는 나쁘지 않아’를 새해 벽두에 역경에 처한 사람들을 한번쯤 생각하도록 살포시 일깨우는 한편의 감성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한국의 전통사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조선왕릉 이어보기더보기
 한국의 서원더보기
 전시더보기
 한국의 향교더보기
 궁궐이야기더보기
 문화재단소식더보기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