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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교문서 공개 ‘임종석 주도한 임수경 방북’ 뺐다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0-03-31 12: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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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정확한 이유 해명 못해

임수경이 1989년 무단 방북해 평양에서 북 주민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는 모습

[박광준 기자] 외교부가 31일 30년 지난 외교 기밀문서 1577권(24만여쪽)을 전면 공개했다. 


외교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마련된 ‘연례 외교문서공개제도’ 시행에 따라 1994년부터 연례적으로 일부 극비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많은 기밀문서를 해제해 국민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가 이번에 기밀해제 대상연도인 1989년에 발생한 최대 국민적 관심사였던 ‘임수경 무단 방북(訪北) 사건’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시켜 논란이다. 별도의 설명도 없었다. 외교부가 외부 심사 등 기밀해제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에 예민한 현 정권의 코드를 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임수경 방북은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 등 현 정권의 실세로 일컬어지는 전대협(全大協) 출신이 기획.주도한 사건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유엔 인권 고위직 출신이지만 장관이 된 이후 이례적으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공석으로 두는 등 유난히 북한과 관련 문제될만한 일은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정책 기조가 이번 외교문서 공개 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근 미국 국무부 연례 인권보고서는 강 장관의 ‘북인권 대사’ 공석 조치를 반인권 사례로 꼽았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노태우 정부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와 수교하기 위해 거액의 차관을 건넨 사실,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의 방한 관련 사항 등 노태우 정부 초기의 주요 이슈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밖에 노태우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여부를 놓고 노동운동 격화 우려에 따라 갈팡질팡했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문서도 이번에 공개됐다.


하지만 외교부는 24만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기밀 문서를 공개하면서도 당시 남북 최대 문제이자 국제적 관심사였던 임수경 방북 사건은 거의 통째로 누락했다.임수경은 당시 일반적인 베이징 경로가 아닌 ‘서울→도쿄→서베를린→동베를린→모스크바→평양’이라는 특이한 방북 루트를 거쳤다. 


임수경이 1989년 무단 방북해 김일성을 만나는 모습

당시 해외 공관에서 임수경의 방북 과정과 이를 도운 이들의 행적 등이 파악돼 기밀 문서로 정리됐다면, 이번에 해제될 수 있었다.당시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 이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각종 외교 활동을 벌였고, 일부 활동은 이미 국내 언론 보도 등 다양한 형태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 사건 관련 주요 문서를 비공개키로 결정했다. 아직 국민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은 물론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도 국민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외교부는 ‘임수경 사건’과 관련해, 일부 해외 친북(親北) 정부 관계자들이 당시 한국 외교관들에 “왜 임수경을 구속했느냐”고 압박하는 상황을 포함한 문서는 공개했다. 북한 외교관이 한국 외교관에게 임수경 구속 건을 문제 제기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문서에 의하면, 중남미 페루 주재 리인춘 북한통상대표는 한 리셉션장에서 한국 대사에게 “임수경은 왜 구속하는 것이요”라고 계속 추궁했다.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이 임수경 구속은 부당하다며 당시 한국 정부를 비방했다고 보고된 문서도 이번에 공개됐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외교부가 임수경 사건과 관련해 다른 나라들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은 공개하면서 해당 사건의 본질을 아는데 참고가 될 문서는 공개하지 않은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국민에게 편향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번 기밀문서 해제에서 1989년 중대 사건이었던 ‘임수경 방북’ 관련 문서는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외교문서 공개 심의제도가 여러 단계로 되어 있는데 모든 단계에서 비공개 판정이 나왔다”고 답했다. ‘비공개 판정이 나온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임수경 방북 사건’은 1989년 6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당시 한국외대 불어과 학생 임수경씨가 북한을 무단 방문해 당시 남북한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다. 북한은 1989년 2월 그해 7월 1일로 예정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하면서 조선학생위원회 명의로 한국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 초청장을 보냈다. 이 초청장은 조선학생위원회, 조선(북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 국토통일원(현 통일부)을 거쳐 전대협에 전달됐다. 이에 당시 임종석 전대협 제3기 의장은 ‘평양축전 참가 준비위원회’를 두어 축전 참가를 준비하면서 임수경의 평양 방문 건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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