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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순의 도자기와 시 42] 코고무신
  • 손유순/소정도예연구소장, 시인, 본지자문위원
  • 등록 2020-04-05 02:14:28
  • 수정 2020-09-10 1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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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새로 사온 코고무신을 신으려면 뒤꿈치가 벗겨지고 아물기를 여러 차례 지나야 편하게 신을 수 있던 어린 시절~


누런 코고무신은 아무리 신어도 떨어지지도 않고 신으면 신을수록 늘어나서 발이 커도 신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육남매 중 둘째 여동생 이야기~


어느 날 옆집 예쁜이가 놀러 와서
“얘들아! 내 꽃 코고무신 봐라?”
“와 예쁘다! 언니야~ 예쁜이 꽃 코고무신 예쁘지?” 라고 동생이 말했다.


“울 엄마가 장에 갔다가 예쁜 꽃 코고무신 사왔다.” 라고 예쁜이가 자랑만 하고 가버렸다.
“언니야! 누런 코고무신 떨어지면 엄마도 장에 가서 예쁜이 엄마처럼 예쁜 꽃 코고무신 사올까?”
 “응 사올 거야?” 


옆집 예쁜이가 예쁜 꽃 코고무신 자랑하니까? 동생이 새 신발 꽃 코고무신 신고 싶은가봐~
예쁜이처럼 예쁜 꽃 코고무신 신고 싶어 엄마가 쓰시는 반짇고리 몰래 열고 가위를 꺼내 누런 코고무신 코를 잘라버렸다. 


저녁에 들일하고 돌아온 엄마가 아시고
“누가 고무신 코 잘랐냐?” 하셔서
“ 옆집 예쁜이가 예쁜 꽃 코고무신 자랑을 해서 동생이 신고 싶다더니 가위로 잘랐나봐?” 라고 했더니 그날 저녁 엄마한테 호되게 야단맞고서 실컷 울다가 잠이든 예쁜 내 동생~ 


그래도 울 엄마는 예쁜이 엄마처럼 장에 가서 예쁜 꽃 코고무신 안 사와서 동생은 코 없는 누런 코고무신 오랫동안 신고 다녔다. 


“울 엄마는 왜? 예쁜이 엄마처럼 예쁜 꽃 코고무신을 안 사왔을까?”   


얼굴과 속살이 뽀얗고 통통하고 나보다 더 예뻤던 어린 시절 항상 내가 입던 옷만 물려 입었던 샘 많던 여동생 숙이. 어느 날 엄마가 처음 사온 설빔을 입어보더니
“언니야! 잠이 안 온다.” 라며 옷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2020. 3. 10


# 소정 손유순/1990 - 현재  소정도예연구소장, 1999 - 2000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 강사, 2001-경기도세계도자기엑스포 개막식(김대중 대통령 접견), 2002-국제도자 워크샵 초대작가 – 한국도자재단, 2004-경기도으뜸이 도자기 부문 선정(청자 참나무재유 개발)-경기도지사, 2014-사단법인) 다온시문화협회 시인, 본지 도자기 부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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