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손유순의 도자기와 시 43] 미꾸라지
  • 손유순/소정도예연구소장, 시인, 본지자문위원
  • 등록 2020-04-05 02:40:59
  • 수정 2020-09-10 11:35:17

기사수정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면 텃논 옆 논도랑엔 흙탕물이 넘쳐서 흘러간다.
“얘들아! 우리 미꾸라지 잡으러 가자 ~”
“큰누나 나랑 같이 가?”
6남매 중 셋째인 남동생이 따라나선다.


나는 어두운 광속에 몰래 숨어들어가 얼개미를 할머니 몰래 꺼낸다. 왜냐하면 할머니께서
“얼개미 밑 빠지면 못쓴다.” 라고 야단치셨기 때문이지! ㅋㅋ
“큰누나 깡통은 어디 있어 내가 들고 갈게“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비좁은 광에서 더듬거리며 깡통을 찾아 남동생 손에 들려주고 둘이서 뒷문으로 살짝 빠져나왔다.


“야! 얘들아~ 미꾸라지가 많이 잡힌다.” 내 또래 동네 사내아이들이 시끌벅적 소란스럽다.~
흙탕물이 넘실대는 비좁은 논도랑에 맨발로 들어가 아래쪽에 얼개미를 대고 위쪽에서 첨벙거리다 얼개미를 꺼내면 아버지 손가락 굵기의 미꾸라지가 꿈틀거린다.


“야!! 깡통! 깡통 가져와!!” 탄성이 쏟아진다.
“와!! 우리 큰누나가 최고다! 많이 잡았어!! 흐흐~”


“할머니 길 바닥에도 미꾸라지가 있어요.”
“장마철엔 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떨어진단다.”
“엄마뱃속에서 나올 때 고추 하나 달고 나오지 그랬냐?” 하시던 할머니의 따스한 젖가슴이 그리워지는 지금 나도 할머니 나이를 따라가고 있네요.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란 피우던 친구들아!!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니? 그때 그 시절 개구쟁이처럼 사내아이들 틈에서 미꾸라지 잡던 내가 도예 시인 되어 있을 줄 아무도 몰랐지?


* 얼개미 : 어레미의 방언, 곡식이나 가루를 치는 구멍이 큰 체.
          바닥의 구멍이 큰 체       


2020. 2. 22   


# 소정 손유순/1990 - 현재  소정도예연구소장, 1999 - 2000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 강사, 2001-경기도세계도자기엑스포 개막식(김대중 대통령 접견), 2002-국제도자 워크샵 초대작가 – 한국도자재단, 2004-경기도으뜸이 도자기 부문 선정(청자 참나무재유 개발)-경기도지사, 2014-사단법인) 다온시문화협회 시인, 본지 도자기 부문 자문위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한국의 전통사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조선왕릉 이어보기더보기
 한국의 서원더보기
 전시더보기
 한국의 향교더보기
 궁궐이야기더보기
 문화재단소식더보기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