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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6] 국립창극단 김명곤 극본/연출 ‘춘향’
  • 박정기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20-05-22 10: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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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김명곤 극본 연출, 유수정 작창, 김성국 작곡 음악감독의 ‘춘향’을 관람했다.


작자 미상의 춘향전의 원작가는 남원의 진사출신 조경남(1570~1641)으로 밝혀졌다. 그는 남원부사로 재직했던 성안의의 아들 성이성(1595~1664)의 스승이었고, 훗날 호남 암행어사가 된 그를 이몽룡의 모델로 삼았다”


‘춘향전의 비밀’(서울대 출판부)에서 “춘향전은 지방의 지식인 문학에서 출발했다”며 “춘향전의 핵심공간인 남원의 역사를 잘 아는데다 타락한 시대와 암행어사의 기능에 관심이 컸던 조경남이 원작자가 분명하다”고 수록했다. 조경남은 남원에서 70평생을 살면서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전투에 참가했고, 향반으로서 지방부사 및 암행어사들과 직접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경험을 57년에 걸쳐 ‘난중잡록’ ‘속잡록’ ‘역대요람’에 기록해 그동안 역사학계에서 높이 평가돼 왔다. 그는 설화집 ‘소견록’과 자서전 ‘병옹자전’을 썼고 생애 마지막 저작으로 춘향전을 창작했다.


조경남은 남원부사가 된 아버지를 따라 책방도령으로 일시 남원에서 살았던 소년 성이성을 주목하게 됐고, 그가 과거에 급제한 뒤 1639년과 1647년 두 차례에 걸쳐 호남 암행어사로 남원에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구나 그의 현손자는 자신의 고조인 성이성이 어사출도 당시 금준미주시를 읊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금준미주시를 최초로 문헌에 기록한 사람은 소년의 스승인 조경남이었다. 


그는 명나라의 조도사란 군인이 광해군에게 술대접을 받으면서 폭정을 비꼬아 지은 금준미주시를 ‘속잡록’에 소개했다. 또 성부사와의 교분으로 소년시절의 성이성을 가르쳤던 사실, 성이성 이외에 당대의 호남 암행어사 노진·목성선·윤계선과 교류를 가졌던 사실을 자신의 문집에 남겼다. 한편 성이성이 남긴 ‘호남암행록’에서는 1639년 암행어사로 남원에 왔을 때 스승 조경남과 광한루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기록도 발견됐다.


남원의 역사를 잘 알고 정치현실에 비판적이었던 조경남이 제자 성이성의 암행어사 활동과 당시 떠돌던 기생설화 등을 종합해 춘향전을 창작한 것이다. 특히 국문학사에서 별로 취급되지 않았던 조경남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유몽인의 ‘어우야담’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고금설화집 ‘소견록’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다.


“그동안 춘향전의 저자를 놓고 누구인지 모르지만 대작가가 지었다는 학설과 천민광대들이 설화를 모아서 공동창작했다는 학설이 팽팽히 대립했으나 당대 설화에 밝았던 조경남 자신의 창작과 설화를 합쳐 춘향전을 썼다는 사실은 기존 두 가지 학설을 종합하는 결과가 된다.



극본 연출을 한  김명곤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출신으로 독문학을 전공한 영화배우이자 연출가다. 출연한 영화로는 ‘명량’ ‘태백산맥’ ‘영원한 제국’ 등이 있다. 영화 ‘서편제’ ‘춘향뎐’ 각본을 쓰기도 했으며 ‘서편제’에서는 아버지 유봉 역으로 직접 출연, 그해 청룡영화상을 수상했다. 


명창 박초월에게 판소리를 배워 소리에 대한 이해가 높아 ‘완판장막창극 춘향전’ ‘수궁가’ ‘백범 김구’ 등 다수의 창극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국립극장 극장장, 제8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이다.
 
작창을 한  유수정은 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다. 1987년 국립창극단 입단, 다수 작품에서 주역을 맡으며 30여 년간 국립창극단원으로 활동하며 창악부장과 수석단원을 역임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이력으로 지난해 4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에 임명됐다. 창극이 동시대에 맞춰 변화하되 뿌리인 판소리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창작방향을 담아, 감독 부임 후의 첫 신작 ‘춘향’의 작창을 직접 맡았다.
 
작곡 음악감독을 한 김성국은 대중성과 실험성을 모두 갖춘 작곡가다. 국악관현악 ‘공무도하가’, 사물놀이 협주곡 ‘사기(四氣)’ 등 국악을 기반으로 한 다수 음악을 작곡했다. 뮤지컬 ‘파우스트’ ‘죽은 시인의 사회’,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국립창극단의 금번 춘향 공연은 한 폭의 진경산수나 화조도 속에서 펼쳐지는 움직이는 인물화처럼 연출된다.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장면변화마다 황홀한 색채의 변화로 관객의 눈길을 끌고, 오케스트라 박스 안 연주석에서 연주자들은 극과 어울리는 절묘하고 감미로운 음율로 연주를 하고, 출연진의 열과 성을 다한 열연과 호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는 마치 학교 운동장 중앙에 설치해 놓은 스탠드 같은 느낌의 조형물을 배경 바로 앞 중앙에 설치해 계단으로 오르고 내리도록 하고 꼭대기에는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 앞으로 상 하수 방향으로 부드러운 언덕길을 만들어, 출연진의 등퇴장은 물론 변학도 생일 양반들의 좌석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천정에 여러 개의 주렴형태의 중간 막을 설치해 장면전화에 따라 내려오도록 만들고, 상수 객석 가까이 춘향의 방을 사각의 단위에 만들어 상수 무대 밖으로 또는 안으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단오 날 춘향이 타는 그네는 하수 객석 가까운 천정에서 늘어뜨려 춘향의 그네장면과 대단원에서 몽룡과 춘향이 함께 그네를 타는 장면으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내용은 기존의 줄거리에 춘향을 비롯한 작중인물의 성격설정에 주안점을 두어 변형을 시켰고, 단오 날 남원 광한루 앞마당에 모인 서민들의 동태를 마치 마당놀이를 하듯 연출해 냈고,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오며 남원 서민들과 만나는 장면 또한 마당극 형식으로 펼쳐 보인다. 



한반도에 300년 주기로 문예부흥이 일 듯, 고려조 금속활자 발명, 조선조 세종의 훈민정음창제와 각종 측우기 천문기기 제작, 영 정조 때 실학의 전파와 더불어 다산 정약용과 단원 김홍도 같은 인물의 출현으로 문예부흥이 일고, 현재 한국의 연극 영화 무용 음악의 수준이 세계정상급임이 드러나고, 창극은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환호와 갈채를 받는 현실이다. 특히 국립창극단은 김성녀, 유수정 같은 여성 예술감독과 손진책, 김명곤 등 연출가의 능력과 기량으로 공연수준이 최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춘향 이소연 김우정(객원), 몽룡 김준수, 월매 김차경 김금미, 변학도 윤석안 최호성, 향단 조유아, 방자 유태평양  외  정미정, 허종열, 허애선, 남해웅, 나윤영, 이영태, 김형철, 김미나, 우지용, 이광원, 김지숙, 조영규, 오민아, 이시웅, 김유경, 서정금, 김미진, 이연주, 민은경, 이광복, 최용석, 박성우, 임성희, 양혜원, 홍서영, 유시우, 안진리, 조승민 등 출연진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장면 장면이 끝날 때마다 관객의 환호와 갈채를 받는다.


고수 조용수, 거문고 최영훈, 아쟁 박희정, 피리 이성도, 대금 이원왕, 가야금 김민영, 건반 채지혜, 기타 이정엽, 사운드 신디사이저 정원기, 탕착 박다열 등 연주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합하여 공연을 역시 최고수준으로 이끌어 간다.


안무 장현수, 드라마트루크 오은희, 협력연출 고동업, 무대디자인 정승호, 조명디자인 구윤영, 영상디자인 조수현, 의상.장신구디자인 이진희, 소품디자인 이경표, 분장디자인 김종한, 조연출 양현석, 음악조감독 이서연 등 스텝진의 고수준 고품격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국립창극단의 김명곤 극본 연출, 유수정 작창, 김성국 작곡 음악감독의 ‘춘향’을 세계시장에 내 놓아도 환호와 갈채를 받을 한편의 명작창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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