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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 남겨 놓은 독립운동가의 조국애와 향토애
  • 한부길 기자
  • 등록 2020-06-19 07: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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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립 마산문학관 ‘허당 명도석 선생 유작시 전시회’ 개최


[한부길 기자] 경남 창원시 창원시립 마산문학관에서는 제45회 특별기획전 ‘허당 명도석 선생 유작시 전시회’를  15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허당 명도석 선생의 유작시와 번역시, 관련 자료를 통해 허당 작품 세계와 생애를 되돌아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허당(虛堂) 명도석(明道奭) 선생은 1885년 마산시 중성동에서 출생했다. 독립운동가로, 교육자로, 언론인으로 활동을 한 선생의 행적은 사위 김춘수 시인이 적은 묘비 문장에 잘 드러나 있다.


“선생께서 남기신 항일투쟁 발자취는 크고도 뚜렷합니다. 일본인이 장악하고 있던 마산 어시장에서의 상권투쟁, 노동야학교에서의 후진교육, 기미독립만세항쟁의 마산에서의 주도, 동아일보 창립주주로 민족계도사업에 참여 및 만주 땅 안동에서의 거사모의사건으로 체포되어 평양에서 치르신 옥고, 밀양폭탄사건거사 자금 전담, 의열단 경남거점조직을 주재, 일제에 의한 창씨개명 강요를 끝내 거부, 조선건국동맹 경남조직책 담당, 마산경찰서 갑종 요시찰인으로서 구금 십여 차례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허당 선생은 강직한 독립운동가의 면모 외에도 한시에도 깊은 조예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4년에 선생께서 별세하시자 그 많던 한시 작품들도 대부분 유품들과 함께 정리됐다. 


이번에 전시되는 한시 3편 ‘사월청화(四月 淸和), 추등추산(秋登騶山), 추일등산(秋日登山)’은 선생이 남긴 유일한 작품들이다. 조국과 고향에 대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이 한시들은 그동안 몇 차례 한글로 번역된 적이 있으나 번역본마다 미묘한 해석의 차이가 있어서 정본이라고 할 수 있는 번역본을 만들자는 의견이 생겼다. 한시의 번역은 경남문협 회장을 역임한 김복근 시인이, 전시회에 출품될 글씨는 조현판 서예가가 맡았다.

 


유작시 3편 중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사월청화(四月 淸和)’의 한시와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陰陰海瘴夜來晴(음음해장야래청)  
日麗風和適此行(일려풍화적차행)  
烈士心魂山岳重(열사심혼산악중)  
浮生踪跡羽毛輕 (부생종적우모경)  
三春花木經飛燕 (삼춘화목경비연)  
四月林泉聽樂鶯 (사월임천청락앵)  
菲薄殘差何足說 (비박잔차하족설)  
狂歌亂舞是吾情 (광가난무시오정)


음침한 바다 나쁜 기운은 밤이 되니 물러가고
파도 지고 바람 그친 맑은 날 오니 길 떠나기 좋은데
열사의 마음은 산처럼 무거웁고
부생들의 자취는 터럭처럼 가볍다
춘삼월 꽃나무에는 제비가 날아들고
사월 숲속 샘터에는 꾀꼬리 소리 즐거운데
보잘것없이 여기 남은 부끄러움 어찌 말로 다할까
미친 듯 노래하고 어지러이 춤추는 내 마음이여
 
이번 기획전에는 허당 선생의 시 작품 외에도 벼루, 도자기, 인장 등의 유품과 선생의 행적이 기록된 저서도 같이 전시하고 있다. 특히 환갑 때(1945년) 지인들이 허당 선생의 장수를 기원하면서 적어 준 40여 편의 글을 모은 ‘수첩(壽帖)’, 장남의 혼인 때(1944년) 며느리 댁에 보낸 혼인 서신인 ‘사성(四星)’ 등은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허당 선생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지난 13일 개최된 열림식에는 유족으로 손자 명유진, 손녀 명재연 씨가 참석했고, 독립운동단체와 허당지사기념사업회 관계자, 문인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마산문학관 운영위원장인 성선경 시인은 “우리 지역에서 최초로 노동야학을 세워서 후진 교육에 앞장서신 분”이라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자 명유진 씨는 ‘곁에서 본 조부 명도석 선생’이라는 주제로 인사말을 전했고 ‘사월청화(四月淸和)’를 낭독했다. 이어 김복근 시인과 조현판 서예가가 ‘추등추산(秋登騶山)’과 ‘추일등산(秋日登山)’을 각각 낭독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50여년 전인 1968년에 이미 ‘경남매일신문’ ‘마산의 명가’라는 연재기사에서 ‘허당 명도석씨 家’를 소개했던 김용복 시인이 참석해서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황규종 문화관광국장은 “이번 전시가 창원 통합 10주년을 맞아 우리 지역의 독립운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특별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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