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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창작자가 바라본 한국 현대사의 아픔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06-25 06: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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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예술센터 2020 시즌 프로그램/이언시 스튜디오 공동제작‘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


[민병훈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남산예술센터는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따라 다시 강화된 방역조치 속에서도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작.연출 김지나, 이언시 스튜디오) 공연을 전면취소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처키기로 했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은 올해 첫 번째 시즌 프로그램으로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12일 발표된 정부의 다중이용시설 제한 조치 연장으로 인해 공연의 정상화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창작자에게는 일상인 공연이 무기한 멈춰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공공극장으로서 방역지침을 지키면서도, 언제든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예정된 공연기간 동안 상시 준비하고 진행사항을 관객과 지속적으로 공유키로 했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은 1980년부터 올해까지 40여 년의 한국 현대사를 작품 속 인물들에 담아냈다. 


5.18광주민주화운동(1980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등 우리 사회의 비극뿐 아니라 테러, 사이비 종교 등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사건의 피해자와 주변인들이 이를 어떻게 마주하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작품은 현대사의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각각의 사건 속에 인물을 세워 놓지 않고, 인물들의 ‘말’과 ‘숨’을 통해 그들의 기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극을 진행한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인물들의 파편화된 기억들은 재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다 마침내 ‘광장’에서 모여 오늘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지난 1월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기자 간담회에서 김지나 연출가는 “작품과 관객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의 원형무대를 감싸듯 배치된 무대 장치는 인물과 관객이 마치 광장에 공존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역사적 사건은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과거가 아니라 동시대 모두가 겪고 있는 일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지나 연출가는 ‘이주와 난민’, ‘불안과 공포’, ‘현실과 가상’, ‘인간의 근본신앙과 철학’을 화두로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2020, 2017), ‘연출의 판-잉그리드, 범람’(2018), ‘당신이 그리운 풍경 속으로 멀어져 간다는 것은’(2018), ‘우리 사이는 봄과 같이 불편하고’(2017) 등 독창적인 언어 표현과 형식의 실험을 이어왔다. 


또한 김 연출가를 주축으로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이언시 스튜디오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만의 예술적 언어를 연구하는 단체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밑그림 없이 즉석에서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라이브 드로잉 김정기 작가와의 협업했다. 김정기 작가는 국내외 여러 기업과 제휴한 프로젝트를 비롯해 청와대 사랑채 기획전시, 3.1절 100주년 기념 드로잉 쇼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고,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과는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수채화처럼 방울방울 퍼져 있는 이야기가 마지막엔 유화처럼 딱딱하게 굳어진다.”고 표현한 김지나 연출의 말처럼 공연은 거대한 도화지가 펼쳐진 광장을 연상시키는 원형의 하얀 무대 위에 여러 인물들의 기억이 모여 말과 그림으로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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