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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고등교육 희망 사다리
  • 박완신/충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 등록 2020-09-17 04: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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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고등교육기관도 지난 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온라인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수업의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소득계층 간의 교육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다는 문제점이 대두되자 교육부가 교육복지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 갈수록 심화되는 계층 간의 격차


지난 8월 교육부 주관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진행된 이후 응답자의 80%가 학생들 간의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학습 격차가 심화된 주된 이유로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의 차이,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 학생-교사 간 소통의 한계, 학생의 사교육 수강 여부, 학습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의 차이 등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거나 가정에서 학습할 환경이 잘 갖춰진 경우에는 원격 수업을 통해 제대로 된 학습이 진행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원격 수업에 의한 학습 격차가 크게 발생한 것이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부모님 지인들의 자녀 소식을 가끔씩 전해 듣곤 했다. 이번에는 아무개 아들이 서울의 유명 대학에 입학했다더라고 하면서 “개천에서 용 났네!”라며 축하와 부러움이 혼재된 말씀을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지금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같은 얘기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2019년 11월 말 발표된 통계청의 ‘청년들이 생각하는 계층 이동의 가능성’에 대한 사회조사에 의하면, 자식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높다”는 질문에 대한 긍정 응답이 2009년 48.3%에서 2019년 28.9%로 현저히 낮아졌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계층 이동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더 가지게 된 것이다.


이제 자신의 노력으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기만 한다. 통계청은 교육부와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교의 3,000여 학급을 대상으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참여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018년 39.9만 원에서 2019년 42.9만 원으로 약 7.5% 증가했다. 초등학교는 2018년과 2019년 참여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각각 31.9만 원과 34.7만 원이었고, 중학교는 각각 44.8만 원과 47.4만 원이었으며, 고등학교는 각각 54.9만 원과 59.9만 원이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가구의 소득 수준별 전체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에 대한 통계 자료다. 200만 원 미만의 가구 소득에서는 사교육비가 2018년 9.9만 원, 2019년 10.4만 원이었고, 800만 원 이상의 가구 소득에서 2018년과 2019년의 사교육비가 각각 50.5만 원과 53.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가진 가구의 사교육비에 비해 8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가진 가구의 사교육비가 5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위한 고등교육의 역할


과거에는 학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고 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학 진학 기회가 늘어나면서 학력보다는 학벌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유수 학벌을 취득하기 위한 뜨거운 경쟁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청소년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가정환경, 부모의 경제력 등으로 인해 이런 경쟁에 참여할 수 없는 대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지원하는 위한 대학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고등교육기관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 교육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방향의 교육은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바, 계층 이동의 사다리 복원을 위한 고등교육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대학-지자체-교육청-단위학교 협력 기반의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위한 지역 교육 발전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해야 한다.


① 대학-지자체-교육청-단위학교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의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지자체, 교육청, 단위학교와 협업을 통해 교육 격차 문제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지역의 계층 간 교육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기관의 역할 분담을 모색해야 한다.


② 대학 중심의 인적·물적·지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의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자유학기제, 진로·진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야 한다.


③ 지역의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대학의 도서관, 박물관, 전산실 등 시설을 개방하여 공유함으로써 포용의 나눔 문화를 실천해야 한다.


둘째, 대학은 입학전형 단계부터 입학 전, 그리고 입학과 졸업 이후까지 취약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탈 케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제공해야 한다.


① 대학 입학전형 단계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회 균형 선발 전형, 고른 기회의 대상자 전형,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등에 대한 모집 인원 및 참여 학과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특성화고 졸업자,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 농어촌 학생, 북한 이탈 주민, 장애인, 서해 5도 학생, 단원고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회 균형 선발 전형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전형으로 고등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받아 누구나 교육을 균등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


내가 재직하는 학교에서는 2018년 입시 때 정원 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고른 기회 대상자 전형(약 14.8%)을 시행했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등 소외계층 대상의 전형을 운영했다. 또 2019년 입시에서는 정원 내 학생부 교과전형의 지역 인재 전형을 6.2%에서 13%까지 확대 운영했으며, 서해 5도 대상자, 아동복지시설 출신자, 백혈병·소아암 병력자, 다문화가정 자녀, 사관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회 균형 선발과 국가보훈 대상자 전형 등을 대상으로 한 고른 기회 전형도 21.5%로 확대했다. 소외계층 대상 전형도 점차 확대해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이 전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시행하는 정원 외 전형에는 농어촌 학생전형 이외에도 저소득층 학생전형, 특성화고 출신자전형, 특수교육 대상자전형을 명시해 운영하고 있다.

 

② 입학 전 단계에서는 취약계층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어깨동무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생활, 심리 및 진로 상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존감 향상 프로젝트, 내 안의 보석, 강점 찾기 프로젝트, 알찬 대학생활을 위한 대학생활 가이드 프로그램 등을 통해 팀원들이 서로 어깨동무하여 자존감을 확보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계층 간 불균형 극복 프로그램이다.


③ 입학 이후에도 취약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충남대학교 기초교양교육원장으로 보직하면서 나는 기초교양교육원과 사범대학 그리고 대전시 원내지역아동센터, 진잠지역아동센터, 참사랑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아동센터 세 곳과 CNU 행복나눔튜터링 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해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CNU 행복나눔튜터링’은 지역사회의 교육 소외 계층 및 학습 지원이 필요한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나눔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충남대 재학생들 중심으로 교수자가 되어 가르치는 학습 지원 및 진로 지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우리 대학은 국제교류본부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세계 선진 문화 체험의 ‘파란 사다리 사업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파란 사다리 사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취약계층 대학생 약 80명을 여름방학 기간 중 4~5주 일정으로 미국과 호주 등에 파견하여 현지 대학에서 언어, 문화, 직무 능력 개발과 기업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파란 사다리 사업은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균등한 교육 기회의 보장을 위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해외연수 경험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및 대학 차원에서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입학금, 등록금, 생활비를 포함하는 장학금 제도를 개선해 실질적으로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수혜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교내 장학금뿐만 아니라 발전기금을 통한 장학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학원 진학 시 장학금을 제공하는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유학 지원, 지역 인재 채용과 연계한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조선시대에도 계층이 이동을 가능하게 하였던 과거 제도가 있었다. 대학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의 리더가 되고 먼 훗날 다시 모교를 찾아와 ‘메신저 사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꿈을 이루었던 자신의 경험을 자기와 유사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후배들과 공유하는 ‘기회의 사다리’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교육 기회의 불균형 해소를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주 들어보지 못했던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을 여기저기에서 다시 들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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