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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43] 극단 어느 날, 김세환 연출 ‘동물 없는 연극’
  • 박겅기 자문위원
  • 등록 2020-09-19 07: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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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혜화당에서 극단 어느날의 장 미셸리브 작, 임혜경 번역, 김세환 연출의 ‘동물 없는 연극’을 관람했다.


장 - 미셸 리브(Jean-Michel Ribes)는 1946년 파리에서 출생했다. 필리프 코르상(배우), 제라르 갸루스트(화가)와 1966년에 겉옷(Pallium)’이라는 극단을 처음으로 만들게 된다. 학업을 계속하면서(불문학 석사와 스페인어 학사) 자신의 극단에서 배우와 연출을 계속한다. 


1970년에 그는 첫 희곡 ‘근육질 딸기’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으로 극작가로서 곧바로 인정을 받는다. 4년 후인 1974년에는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되고, 미셸 베르토와 함께 베르토-리브 극단(Compagnie Berto-Ribes)을 창단한다. 


그는 엉뚱한 희극 계열의 작품을 선호하는데 특히 베케트와 이오네스코 같은 작가들을 좋아하고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이러한 전통과 성상파괴자 작가들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20여 편의 희곡을 쓴 극작가이며, 샘 셰퍼드, 코피, 그룸베르그, 아라발 등의 현대 작품을 즐겨 다루는 연출가이자, 영화 및 티브이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연극 및 영화와 티브이 작업도 하는 현역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에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한 티브이 시리즈물 ‘고마워 베르나르(Merci Bernard)’(1982~1984, FR3), ‘궁전(Palace)’(1988, Canal+)은 큰 성공을 거둬 대중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신랄하게 비꼬는 유머로 유명한 그의 작품들은 특히 연극 쪽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둔다. 


2002년에 작품 ‘동물 없는 연극’으로 몰리에르상(불어권 최고극작가상, 최고의 희극작품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 그의 작품 전체에 대해 ‘연극의 기쁨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연극대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프랑스정부로부터 ‘슈발리에 드 라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2008년 제1회 앙굴렘 불어권 영화 페스티벌 심사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2010년 7월 프랑스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역자 임혜경은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 몽펠리에 제3대학, 폴 발레리 문과대학에서 로트레아몽 작품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숙명여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년 현재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회장이며, 2009년에 창단한 ‘극단 프랑코포니’의 대표이다.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공이모) 대표, ‘공연과 이론’ 편집주간, 희곡낭독공연회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공이모와 연극평론가협회 회원으로 연극평론가 활동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공역자인 카티 라팽(한국외대 불어과 교수)과 함께 우리나라 문학을 프랑스어권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을 시작해 대한민국문학상(번역 신인상), 한국문학번역상을 공역자 카티 라팽과 함께 수상한 바 있다. 


한국 문학의 프랑스어 번역(공역)으로, 윤흥길의 장편소설 ‘에미’를 프랑스, 필리프 피키에 출판사에서, 윤흥길의 중단편선집인 ‘장마’를 프랑스 오트르 탕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희곡으로는 최인훈의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윤대성의 ‘신화 1900’, 이현화의 ‘불가불가’를 파리, 밀리외 뒤 주르 출판사에서 1990년대 초반에 출간한 바 있다. 


‘한국 현대 희곡선집’(수록작: 박조열의 ‘오장군의 발톱’, 오태석의 ‘자전거’, 이강백의 ‘봄날’, ‘호모 세파라투스’, 김의경의 ‘길 떠나는 가족’, 이만희의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김광림의 ‘사랑을 찾아서’)은 1990년대 후반에 파리 라르마탕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연산’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2개국 ‘희곡 강독회’ 참가작이며, 프랑스 브장송, 레 솔리테르 에탕페스티프 출판사에서 출판된 바 있으며, ‘이윤택 희곡집’(수록작: ‘오구’ ‘불의 가면’ ‘바보 각시’)은 파리, 크리크 라신 출판사에서, 그리고 ‘한국 현대 희곡선’(수록작: 차범석 ‘산불’, 최인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이근삼 ‘30일간의 야유회’)은 파리 이마고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연극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한국 연극 전문 연구서(편역)를 파리 라망디에 출판사에서 2007년에 출간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이현화의 희곡집 ‘누구세요?’(수록작: ‘누구세요?’ ‘카덴자’ ‘산씻김’ ‘0.917’ ‘불가불가’)가 파리의 이마고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 외에도 국립극장의 튀니지 공연 대본인 김명곤의 희곡 ‘우루왕’을 불역한 바 있으며, 유민영의 연극 논문 ‘해방 50년 한국 희곡’을 불역해 서울, 유네스코 잡지 ‘르뷔 드 코레(Revue de Core'e)’에 게재한 바 있다. 


2004년 이후부터는 희곡 낭독 공연에 참가하는 동시대 불어권 희곡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도 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프랑스 작가 장 뤼크 라가르스의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상대방의 자리’(연극과 인간, 2007), 스웨덴 작가인 라르스 노렌의 ‘악마들’, 캐나다 퀘벡 작가 미셸 마르크 부샤르의 ‘고아 뮤즈들’(지식을만드는지식, 2009)과 ‘유리알 눈’(지만지, 2011), 아프리카 콩고 작가 소니 라부 탄지의 ‘파리 떼 거리’, 프랑스 극작가 장 미셸 리브의 ‘동물 없는 연극’을 번역한 바 있다. 그 외 카티 라팽의 시집 ‘그건 바람이 아니지’(봅데강)를 번역한 바 있으며, 다수의 논문 및 공연 리뷰가 있다. 


김세환(1979~)는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 연출이자 연기스터디 한걸음 대표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08년 극단 드라마팩토리를 만들고 그해 5월 ‘존경하는 옐레나 선생님’을 시작으로 쉴 새 없이 작품을 토해냈다. ‘몽타주’는 2009년 5월에 초연한 두 번째 작품. 김 대표는 연기학원을 운영하며 번 돈을 모두 작품에 쏟아 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혼자서 제작, 기획, 희곡, 연출 심지어 무대, 조명, 음향까지 도맡았다. 그렇게 해서 무대에 올린 작품이 ‘헛소동’ ‘몽타주’ ‘존레논을 위하여’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다시 뛴다’ ‘거짓말’ ‘라디오 잠시 길을 잃다’ 등 16개 작품에 이른다. 


모두 창작극이다.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이 연극 작품을 만들어냈다. 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쉬지 않고 작업을 해 1년에 300일 가까이 무대에 서는 초인적인 강행군을 계속했다.2013년에는 연출가 이윤택 대표가 있는 밀양연극촌에 들어갔다. 폭주기관차처럼 창작극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김 대표 자신이 창작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이윤택 씨에게 다시 연극을 배웠다. 김 대표는 “연출가가 꽃을 피우는 것은 40대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적인 시선을 갖춰 나 자신만의 연극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헛소동’을 연출함으로써 장족의 발전된 모습을 공연에서 보여준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건강한 미남 연출가다.


‘8개의 익살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장 미셸 리브의 ‘동물 없는 연극’은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놀람의 예술에 바치는 겸허한 기여고 사회제도의 침울한 감금 장치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경의”다. 


8편의 짧은 단편 희곡에는 러브 스토리나 에로틱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일상의 사소한 소재에서 출발하고 있다. 치사함, 비루함, 비겁함, 종교에 대한 편협함, 지적 허영심 등 어디서나 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러나 주제가 천박한 코미디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격렬한 비판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격조와 조화를 유지하고 있다. 시, 환상, 파스, 철학 등을 담고 있는 조각조각의 퍼즐을 통해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하는 코미디다.



무대는 탁자와 의자를 이동 배치해 사용하는 간단한 장치와 조명변화로 연출된다. 이 공연에서는 원작과는 달리 다섯 개의 단막물로 구성된 연극이다. 


첫 장면은 형제의 이야기다. 긴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는 형에게 아우가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와 앉으며 이야기를 한다. 내용인즉 교수인 형보다 자신이 지적으로 앞서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간 형의 지식을 추월하기 위한 34년간의 아우의 각고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자랑스러움을 형에게 털어놓는다, 형은 아우의 결실을 칭찬해 마지않는다. 아우는 의기양양하기가 레슬링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의 모습이 된다. 형은 조심스레 아우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간 부모님의 형의 대한 신뢰와 믿음이 아우에 의해 붕괴될 수 있고, 부모의 가슴에 깊은 실망과 슬픔을 안겨드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성은 앞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감성의 성장이 부진한 아우로서는, 그 말에 공감을 하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에서 마무리가 된다. 원작의 남성 형제 대신 여성 자매로 설정되어 공연한다. 

  

두 번째는 이발사와 손님의 이야기다. 단골이지만 기괴한 변설을 늘어놓는 손님이라 이발사는 머리를 손질해 주면서도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이발사는 평소 갈매기의 꿈을 꾼다는 이야기를 손님에게 들려준다. 손님은 이발사의 꿈을 높이 평가하고 극구 칭찬을 한다. 그 칭찬에 감동해 이발사는 요금까지 사양하고 손님을 보낸다는 에피소드(episode)다.

세 번째는 루이15세 시절의 가발을 쓰고 다니는 남편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내의 이야기다. 어느 모임에 부부동반으로 가기로 한 남편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발을 착용한 채 가려하자, 부인이 질색을 하고, 이를 말리는 정경이 펼쳐지면서, 남편이 부인의 말에 동조를 하지 않으니, 부인은 최근에는 동성애자들만 그런 가발을 쓰고 다닌다는 말로 남편의 의지를 꺾게 된다는 내용이다.

  

네 번째는 벼락 치듯 거대한 볼펜이 떨어져 내려와 화덕에 꽂인 집의 정황이다. 가족은 변괴에 충격을 받지만, 차츰 그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종당에는 충격을 희망과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섯 번째는 박물관에서 다섯 명의 남녀가 진화론을 들고 나선다. 잉어가 인간의 선조였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박물관 관객에게 인간진화를 물고기의 세계로 인도하는 환상적인 내용의 촌극이다. 

  

정연주, 이지혜, 정주희, 오지영, 표하나, 강지현, 백상원 등이 출연해 여배우가 남성역 남배우가 여성 역을 하기도 하면서 성격창출은 물론 1인 다 역과 호연으로 폭소와 갈채를 받는다.

  

 극단 어느 날의 장 미셸 리브 원작, 임혜경 역, 김세환 연출의 ‘동물 없는 연극’을 코로나와 폭염 폭우를 잊도록 만드는 한편의 납량특집 폭소희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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