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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53] 극단 시선, 홍란주 작/연출 ‘울림’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0-05 13: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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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마당세실극장에서 극단 시선의 홍란주 작 연출 ‘울림’을 관람했다.


홍란주(1972~)는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석사출신으로 극단 시선의 대표인 극작가 겸 연출가다. 연극 ‘무무’ ‘사천의 착한사람’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일물’ ‘미롱’ ‘폐희’ ‘바보’ ‘청혼’, 무용극 ‘새’, 종합극 ‘술래야 술래야’ ‘나영이를 찾아주세요’ 그 외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2003 문예진흥원 신진예술가선정, 2013 일본 삿뽀로 씨어터 페스티발 공식초청 ‘폐희’, 2016 아비뇽 오프 페스티발 공식참가 ‘미롱’, 2016 서울연극제 무대예술상 ‘일물’, 2018 여성연출가전 수상 ‘사천의 착한사람’ 등 보람찬 성과를 올리고 있는 미녀 연출가다.


연극은 대동아 전쟁이 배경이다. 대동아는 당시 일본 정부의 공식 명칭이었다. 대동아 전쟁의 목적은 (동)아시아의 해방이었다. 서구의 압제로부터 독립과 안정을 꾀한 것이다. 당시 아시아는 온통 백인의 식민지였다. 결과적으로 졌지만, 결국은 모두 독립했다. 대동아 전쟁이 아시아 국가들의 독립 회복을 앞당겼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일본에 돌리는 것은 점령 체제가 낳은 자학사관이다.20세기 초의 세계 질서야말로 문제적이다. 


심지어 조선조차 ‘대한제국’이 되려 했다. 모두가 제국을 욕망했다. 제국(주의)이 글로벌 스탠더드였다. 일본 제국 또한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무도하고 무례한 근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한일병합도 불가피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아니었다 해도, 한반도는 러시아제국의 치하 아래 떨어졌거나. 혹은 티베트, 내몽골, 신장처럼 중국의 한 성으로 복속되었을지도 모른다.



대동아의 논리와 심리가 완전히 파탄 난 것도 아니다. 복류하던 불만과 욕망이 간헐천처럼 분출한다. 비단 일본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혹여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 일본을 달군 대동아의 정서와 논리가 중국에서 지펴질 공산이 없지 않다. 즉 대동아는 과거사만도 아니다. 미래를 점검하고 전망하는 데도 진지하고 투철하게 접수할 일이다.
 
배경에는 극의 진행에 따라 영상투사를 하고, 무대에는 의자로 사용할 수 있는 조형물을 이동 배치해 장면전환에 대처한다. 천정에서 목을 맬 밧줄이 무대 좌우에 내려져 있고, 주인공이 자살할 결심을 할 때 사용된다. 옛날 라디오가 음악연주를 듣기 위해 사용된다.
 
‘울림’은 1940년대 일제강점기 말, 독립군가를 작곡한 여성 작곡가 안 윤과 그의 가족의 수난을 음악극으로 그렸다. 주인공인 안 윤은 독립군가를 작곡했다는 명목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다. 수감생활을 하면서 ‘대동아 서사’를 작곡하라는 조선총독부 학무국 직원 사이토의 종용을 받는다.


여태껏 고향에 관한 노래, 아름다운 자연찬미 같이 이념과 상관없는 작곡을 해 온 윤에게 생각지도 않은 ‘조선인 징병 옹호가’인 대동아서사 작곡 종용으로 충격에 빠진다. 그녀의 고뇌가 배경의 애니메이션과 함께 그려지고, 동생 영이 등장해 그런 작곡을 해서는 아니 됨을 알린다. 동생은 독립군가의 가사의 작사자다. 



일제는 동생 영까지 잡아가 고문을 가해 피투성이가 된다. 성악가인 남편은 권하는 대로 작곡할 것을 아내 윤에게 성심껏 당부한다. 윤은 목을 매어 자살을 결심하기도 하지만 가족에게 가해질 패악행위가 두려워 고뇌 끝에 결국 작곡을 한다. 드디어 합창단과 연주단의 발표 공연 날이 도래하고, 윤의 지휘로 합창이 시작된다. 웅장하고 매혹적인 선율에 도취해 공연장의 청중은 감상에 빠져든다. 가사도 그럴듯하게 이어져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에 빠졌을 때 마지막 가사는 전혀 뜻밖의 가사라 지휘자 윤은 일경의 앞잡이인 조선인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절명한 윤은 동생의 영혼이 다가와 함께 어디론가 퇴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조수정이 주인공 안 윤, 도광원이 사이토, 김선표가 안 영, 위희순이 하선, 양승진이 백건, 이원우가 오장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극을 고품격으로 이끌어 간다.
 
기획 김수진 이민영, 드라마트루크 신혜원, 협력연출 김종희, 음악 나실인, 안무 박무영, 무대 유현정, 조명 강정희, 음향 김나영, 연기감독 노승희, 액팅코치 황연희, 사진 김명집, 홍보영상 최종우, 그래픽 마르카보, 조연출 오연경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무대 위에 반영되어, 극단 시선의 홍란주 작 연출의 ‘울림’을 관객의 기억에 남을 성공작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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