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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55] 극단 초인, 박정의 작/연출 ‘기차’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0-10 15: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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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극단 초인의 박정의 작 연출의 ‘기차’를 관람했다.


우리나라 기차의 역사는 1896년에 노량진과 인천 구간을 연결하는 기찻길을 놓기 시작하고, 1899년 9월 18일 경인선철도가 첫 개통되면서 열렸다. 그 경인철도를 달린 최초의 기차는 미국 브룩스 사에서 제작한 ‘모가 형 탱크기관차’였다. 지금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하얀 연기를 위로 뿜어 올리며 칙칙폭폭 달리던 그 증기기관차다. 당시 최고속도는 60km로, 지금으로 치면 성능 좋은 자전거 속도 수준이다. 


이후, 산악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과 선로의 상황, 수송물자의 증가에 따라 1930년대에는 미국과 독일에서 도입해 조립·운용하거나 독창적 설계로 제작된 증기기관차가 활약하게 된다. 


그리고 1946년 드디어 우리 기술로 만든 해방자호가 서울-부산 구간에 운행을 시작했다. 최고속도 70km로, 160km 이상이면 기술적인 한계로 여겨지던 당시 속도 기준으로 보면 고속열차에 해당한다. 


디젤기관차는 6.25 사변에 등장했다. 미군이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운행하던 디젤기관차 가운데 4량을 1955년 기증하면서 한국에 디젤기관차 시대가 열리게 됐다. 증기기관차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비탈이 심하고 터널이 많아 증기기관차가 운행되지 못하는 구간까지 달릴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 디젤기관차의 수는 계속 증가했다. 



전기기관차는 선로 위에 전차선을 설치하고, 이 전차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운행하는 기관차이다. 전기기관차는 디젤기관차에 비해 소음이 적고 친환경적이어서 미래형 기관차로 각광받고 있다. 


1973년 청량리-제천, 1974년 구로-수원, 서울-인천 수도권 전철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전기철도의 시대가 시작됐다. 


전기철도는 지하자원이 적은 나라, 산이 많은 나라에서 발전된 가장 각광받는 철도의 수송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일찍부터 전기 철도 화를 이루었다. 또한 전기철도는 철도고속화의 절대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며, 현재 최고속도 516km(상업 최고속도 300km)의 고속철도 시대를 맞고 있다.


2020년 9월 18일은 경인철도가 개통된 지 121년이 되는 날이다. 그 사이 한국에 철도시대를 열었던 증기기관차는 디젤기관차에 밀려 1967년 운행을 중단했고, 현재 디젤기관차와 전기기관차가 함께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석유자원 고갈 등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환경 위기를 맞아 디젤기관차 역시 빠르게 전기기관차로 대체되고 있다. 


극단 초인의 연극 ‘기찻길’에서는 121년이라는 철마(鐵馬)의 역사와 함께 우리의 근현대사를 함축시켜 그려내고 있다.



박정의(1967~)는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출신의 연출가로 극단 초인의 대표다. 2004년 박정의 작 ‘기차’로 거창국제연극제 금상을 수상, 카이로 실험연극제 초청 (기차) 아르메니아 국제 연극제 초청 (기차), 2005년 ‘기차’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참가2006년 ‘기차’ 요코하마 국제연극제 초청, 2006년 아비뇽 오프 참가, 2006년 독일 SOMMERWERFT FESTIVAL 초청, 2006년 에딘버러 프린지 참가, 2007년 ‘기차’ 싱가폴 에스플라나다 극장 초청, 2007년 ‘선녀와 나무꾼’ 아비뇽 오프 참가, 2007, 2008년 ‘선녀와 나무군’ 에든버러 프린지 참가, 2008년 ‘선녀와 나무꾼’, 두바이 샤자 문화 궁전 초청 공연, 2009년 ‘선녀와 나무꾼’, 이란 국제연극제 초청 공연, 2009년 ‘선녀와 나무꾼’,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연제 초청 공연했다. 


또 2009년 선녀와 나무꾼 영국 New Theatre Royal, South Hill Park Theatre, The Tron 공연, 2009년 선녀와 나무꾼 미국 San Francisco International Art Festival 참가, 2009년 이탈리아 Scalettine ‘IL GIARDINO DELLE ESPERIDI’ Festival 참가 및 워크숍, 2009년 아일랜드 Cairde Festival, Earagail Arts Festival, Junction Festival, Pavilion Theatre 2009년 선녀와 나무꾼 프랑스 Nuits de la Mayenne Festival 공연 참가 및 워크숍, 2009년 특급호텔 대학로예술극장 공연, 2009년 특급호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Buenos Aires International Festival 공연 초청, 2010년 맥베스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공연, 2010년 기차 한국 - 카자흐스탄 문화교류 초청공연, 2010년 내 창문을 두드리는 전쟁 광주국제공연예술제 공연, 2010년 어느 배우의 슬픈 멜로드라마 맥베스 동숭무대 소극장 공연, 2011. 1 선녀와 나무꾼 네덜란드 투어, 2011. 2 특급호텔 대학로 인큐베이팅 사업 선정작 남산예술센터 공연, 2011.3 특급호텔 스페인 DFERIA 페스티벌 초청 공연, 연출작으로는 ‘선녀와 나무꾼’ ‘맥베스’ ‘특급호텔’ ‘게르니까’ ‘독고다이 원맨쇼 맥베스’ ‘동화동경’ ‘유리동물원’ ‘봄날’ ‘스프레이’ 등이 있는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 앞에 천정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세우고, 오른 편으로 쓰러지는 차단기를 달아놓았다. 배경 좌우와 무대 좌우에는 병풍 같은 가리개를 세우고 그 앞뒤로 등퇴장 로로 설정된다. 배경 윗부분에 흰 공간을 마련해 영상투사로 극 효과를 상승시킨다.


‘기차’는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곳에 있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당시 민초들의 삶을 형상화시켰다.



이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기차역 주변을 배회하는 앵벌이 남매의 구걸행각이 펼쳐지고, 여기에 떠돌이 마술사 부부가 등장해 그들 역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 음식을 찾지만 뜻대로 아니 된다. 여기에 군인들과 구두쇠나 다름없는 부자의 모습이 연출되고, 그리고 성매매 업소의 포주가 채찍을 휘두르며 등장한다. 특히 연극에서는 팬터마임과 모던발레, 아크로바틱 액션을 복합시키고, 동물적 발성과 동작, 그리고 거기에 부합되는 효과음과 음악으로 관객의 시선을 몰입시킨다. 


이들의 고난과 역경이 희극적으로 펼쳐지면서 마술사 부부는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려고 하나 기차표를 구입할 처지가 못 된다. 역무원의 눈을 속이고 기차를 타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포주는 포주대로 주변인들이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채찍을 휘두른다. 폭발음과 포성이 이어지면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모두 졸도한다. 한 사람 한사람 깨어나면서 마술사부부는 자신들을 닦달하던 포주가 부상을 당해 기절한 것을 발견한다. 


그 옆에는 기차표가 놓여있다. 마술사 부부는 기차표를 손에 쥐고 이곳을 떠나려다 포주 곁으로 되돌아 와 기절한 포주를 일으켜 앉히고, 부상한 다리에 붕대를 감아주고 구두 바닥도 편편하게 두드려 신을 수 있도록 해 준 다음 굉음과 함께 도착한 기차를 탄다. 



김요환과 김영건이 마술사로 더블캐스팅되어돼 출연한다. 김민규가 1인 다역, 홍호정과 장희정이 마술사부인으로 역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이동민이 1인 다역, 김서현이 소녀, 박현숙이 소년, 그리고 한다희가 포주로 출연한다. 출연자들은 개개인이 극 전체를 팬터마임과 모던 발레, 그리고 아크로바틱한 액션으로 연결시켜 구현해 냈기에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관객의 시선을 무대 위에 고정시킨다.


조선형의 음악, 양동민의 포토그래퍼, 이상희의 기획 제작 등 스텝진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초인의 박정의 작/연출의 ‘기차’를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한편의 초인이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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