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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57] 극단 고리, 임창빈 연출 ‘숨비소리’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0-11 17: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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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고리의 고광시황(高光施皇) 작 임창빈 연출의 ‘숨비소리’를 관람했다.
 
임창빈(1974~)은 고광시황(高光施皇)이라는 필명으로 극작과 연출을 하고 있다. 1993’ 개운사특별공연 연극 ‘버지니아 그레이 초상’ 출연, ‘조신의 꿈’ (지방순회공연) 출연, 극단 창무 뮤지컬 ‘아라아라’ 전국무용제 강원대표 대전 우송회관 공연 3위 입상, 1996’-1997’ EBS 방송국 ‘발명왕국’ F.D 1997' 명지대학교 50주년 기념공연 ‘우리읍내’ 무대감독, 극단 에저또 ‘대머리 여가수’ 연출, 1998’ 극단 에저또 ‘대머리 여가수’(앵콜) 연출, 극단 에저또 ‘알마의 즉흥극’ 출연, 극단 에저또 뮤지컬 ‘러브 앤 러브’ 연출, 1999’ 극단 에저또 부산 연극제 출품작 ‘진짜 신파극’ 조연출, 가수 ‘이후’ 뮤직비디오 조감독, 극단 미학 스토리 씨어터 ‘뽕’ 조연출, 2000’ 극단 고리 창단공연 ‘텔레비전’연출, 2001’ 극단 고리 기획공연 ‘장정일의 긴여행’ 연출, 극단 고리 제 2회 정기공연 ‘나비!.....어머니’ 연출, 2002’ 극단 창파 2002 서울공연 예술제 공식참가작‘사물의 왕국’ 조연출, 극단 고리 제 3회 정기공연 ‘어!머니’ 출연, 극단 창파/협력극단 고리 일본 가나자와 초청공연 ‘햄릿머신’ 조연출, 전미례 째즈 무용단 국립극장 야외무대 공연 ‘우주열차 아리랑’ 출연, 2003’ 창작 ‘상이’, 극단 창파 수원 화성국제 연극제 ‘햄릿머신’ 조연출, 극단 창파 일본 동경/나고야 공연 ‘햄릿머신’ 조연출, 2004’ 2004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 무대감독, 2005’ 극단 창파 루마니아 시비유 국제연극제 초청작 ‘햄릿’,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식 조연출, 2006‘ 예술의 전당 국악당 국악한마당 무대감독, 2007’ 안산 국제 거리극 축제 개폐막식 연출, 극단 고리 제 7회 정기공연 ‘상이’ 작·연출, 2008’ 극단 고리 제 8회 정기공연 ‘진짜 신파극’ 연출, 극단 고리 초청공연 연기군, 보령군 ‘진짜신파극’ 연출, 2009 코알라 연출, 2010 도피의 기술 연출, 2012 괜찮냐 연출, 2013 저고리 시스터즈 연출 제작감독, 2014 괜찮냐 출연, 2015 빅터 예술감독, 2016 괜찮냐 연출, 2016 추풍령 극작 등을 한 배우 겸 작가 겸 연출가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다. 무대는 조그맣고 한적한 공원이다. 무대 좌우로 벤치로 사용할 수 있는 조형물이 배치되고, 넝쿨 조경으로 공원분위기를 창출해 냈다. 상수 쪽 배경 가까이가 등퇴장 로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공원에서 이어폰을 낀 채 운동을 하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보이고, 여배우가 유기 견으로 분장을 하고 공원을 배회한다. 백발의 여인이 간편한 짐수레를 끌고 등장하고, 중년의 남성과 벤치 조형물에 담요를 깔고 화투놀이를 시작한다. 백발여인은 중년남성을 공원에서 가끔 만나 화투의 상대로만 여기는 모습이고, 경어를 깍듯이 사용하기에 남남인 것으로 관객은 알게 된다. 그런데 연극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은 모자관계이고 모친은 치매를 앓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두 사람을 자주 접하게 되는지 운동하는 젊은 여성은 별로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유기견이 오히려 두 사람을 반기고, 백발 여성에게 친근감을 표한다.
 
치매(癡呆, Dementia) 또는 인지증(認知症, 영어: dementia)은 성장기에는 정상적인 지적 수준을 유지하다가 후천적으로 인지기능의 손상 및 인격의 변화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매는 기억력 장애, 인지 장애, 판단력 장애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 걸친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임상증후군. 대부분 만성 경과, 비가역적 질환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신경이 파괴됨으로써 기억력 장애, 언어능력 장애, 변뇨실금, 편집증적 사고, 실어증과 같은 정신기능의 전반적인 장애가 나타나며,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울증이나 인격장애, 공격성 등의 정신의학적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주원인으로 주로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노화에 의한 것과, 알콜 과다 섭취에 따른 알콜성 치매, 드물게 청소년기에 치매가 오는 경우에는 유전적인 열성인자 발현에 의한 것으로 주목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발병원인과 치료법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비슷한 말인 노망(老妄)은 늙어서 망령(妄靈)이 든다는 뜻으로, 병리학적 질환으로 규정되어 있는 치매와 구별하여 쓰인다. 노망은 신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반면에 치매는 의학적 관찰로 진단되는 병적인 노망을 뜻하는 말로 특정 원인을 가지는 치료의 대상이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내 치매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 꼴인 약 65만명이 치매 질환을 겪고 있다. 문제는 19만명에 달하는 치매환자가 요양보호시설에 거주하거나, 말기 암 등 복합질환을 겪는다는 이유로 관련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치매전문병동 운영, 요양보호사 치매가정 24시간 방문요양서비스 등을 골자로 하는 치매종합관리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급속도로 늘고 있는 치매인구에 비해서는 지원대책이 미미하고, 사전적 예방보다는 사후적인 치료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64만 8000명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62만 4000명임을 감안하면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인구는 10년 후인 2025년에는 100만 명, 2050년에는 270만 명으로 늘어 중풍, 암에 이어 가장 무서운 사회적 질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근자에 이르러 국립극단을 비롯해 치매 관련 창작극과 번역극이 20여 편이나 공연되었음을 볼 때 사태의 심각성을 예측하게 된다.
 
치매예방의 수단으로 화투를 하는 장면이 이 연극에서도 반복되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모가 배뇨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지만, 50세가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하고 치매 노모를 간병하는 아들의 지극정성과 효성 심은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도록 만든다. 어쩌다가 노모는 상대 남성을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될 때가 있지만 그것도 순간적일 뿐 다시 치매상태로 돌아간다. 게다가 아들을 흠씬 두들겨 패기도 한다. 


아들은 고통스럽고 억울하고 슬프지만 참고 견뎌낸다. 중간 중간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여인과 유기견이 극 전개에 따른 연기를 펼쳐 모자와 접근한다. 정신이 잠시 들은 노모는 아들에게 독약이 담긴 봉지를 주며, 자신을 죽여 달라는 듯 약봉지를 맡긴다. 대단원에서 아들은 노모로 인한 온갖 어려움을 더 이상 극복할 수 없어 노모를 모시고 야유회 겸 마지막 잔치를 벌인다. 그리고 포도주 잔을 모친과 나누며 자신의 잔에 독약을 탄다. 아들이 잠시 묵념을 하는 사이 노모는 포도주 잔을 바꾼다. 묵념을 마친 아들은 모친과 함께 포도주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잔을 마신다. 모친도 독약이 든 잔을 마신다. 



암전이 된 후 관객은 모친이 사망한 것으로 생각을 하며 가슴아파한다. 잠시 후 조명이 다시 들어오면 운동을 하는 여인이 독약과 똑 같은 알맹이를 음료수에 타서 먹는다. 맛이 있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곧이어 모친과 아들이 등장해 공원을 함께 거닐면, 유기견이 다가가 몸을 기대고, 모자가 함께 즐거워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전국향이 치매노모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을 다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김재만이 아들로 출연해 모든 아들들의 효성심의 상징인 듯 출중한 기량으로 호연을 펼쳐 갈채를 받는다. 안연주가 유기견으로 출연을 해, 개털의상과 분장은 물론 호연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 전해주가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여인으로 출연해 시종일관 운동동작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관객의 주목과 함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정다솔, 무대 박재범, 음악 박문정, 조명 곽두성, 분장 최 선, 무대감독 문경태 최종찬, 기술감독 정상훈 김동현, 홍보 유미란 최지은 최윤석 김도연, 포스터디자인 이세희, 진행 신민규, 응원 차명욱 최영민 제작 극단 고리, 기획 홍보 주 다 컬쳐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고리의 고광시황(高光施皇) 작 임창빈 연출의 ‘숨비소리’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따뜻하고 건강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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