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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59] 제2회 말모이연극제 경상도부문 창작집단 혜화살롱 김진아 각색/연출 ‘덫’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0-16 01:35:29
  • 수정 2020-10-18 18: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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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제2회 말모이연극제 경상도부문 창작집단 혜화살롱의 허진원 작, 김진아 각색 연출의 ‘덫’을 관람했다.


허진원은 방송통신대 국문학과와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이다. 2012년 ‘덫’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 등단했다. 2012 ‘사랑, 그것은’ 전국 뮤지컬 희곡 대본공모 뮤지컬부문 최우수상했다. ‘물꼬’ ‘미사여구 없이’ ‘백발백중’ 등을 발표 공연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김진아는 2019.6 연극 ‘결투’, 2018.11 연극 ‘어디로, 누구와’2018.9 연극 ‘테스트’, 2018.1 낭독극 ‘그녀에게’, 2017.2 연극 ‘아주 친절한 (페미니즘) 연극’ 등을 연출한 역시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연출가다. 


‘덫’의 주제는 옳고 그름을 가늠하기가 더욱 힘든 세상. 언제였던가, 사람들은 검증과 정리, 법적 우위를 통해 보다 진실에 다가서려 하고 있다. 대부분 논의에서 조금씩 비껴나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번지기 일쑤다. 시간을 갉아먹던 그 시간들이 그렇게 언젠가 역사가 될 것라는 생각에. 진공관 상태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을 희극적으로 묘사해, 덫에 걸려드는 불안한 표정들을 무대 위에 구현해 냈다.


무대는 배경 앞 상수 가까이 문틀이 문짝 대신 서있다. 탁자와 의자가 하수 쪽에 배치되고, 상수 쪽에는 냉 온수가 나오는 기기가 놓였다. 문틀로 등퇴장을 하고 상하수 쪽으로도 등퇴장 로가 있다. 퇴근이 임박한 시간, 프렌차이즈 전자제품 대리점에 한 손님이 물건을 교환하러 대리점을 찾는다. 어제 상품을 구매했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흰색 카메라를 원했는데, 전달상의 실수로 검정색 상품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말투가 다소 어눌하기도 하고, 별로 상관도 없는 얘기를 길게 늘어놓는 손님. 점원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행히 여분의 흰색 카메라 한 대가 남아있다. 교환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님은 오히려 자신은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왜 자신이 이런 처우를 받아야 했는지 따지기 시작한다.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할만한 일이란다. 퇴근을 했던 점 장이 우산을 챙기려고 대리점에 다시 들어온다. 


상황은 점점 더 점입가경. 이제, 손님과 ‘초상권 침해’를 두고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하는 점장. 어처구니없게 시작된 말싸움은 그만 점장의 실수로 그나마 하나 남아있던 흰색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박살이 나는 카메라. 세 시간이 흐른 뒤, 같은 공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깜빡 졸았던 점원이 잠에서 깨어난다. 손님은 상대방 과오를 인정할 수 있는, 필요한 증거자료들을 노트에 정리하고 있다. 이제 죄인이나 다름없는 점원, 점장은 잔뜩 풀이 죽어있다.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다. 물론 이 사내도 풀이 죽어있다. 불과 3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손님은 지금 3시간동안 있었던 일들을 현장 검증이랍시고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손님의 제안대로 각자 자신의 역할들을 재연한다. 


점원은 경찰 신고 때 점장의 부탁대로, 급한 마음에 강도 신고를 하게 되고, 출동한 경찰은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지 않은 채, 손님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던 것. 모두들 고분고분 손님이 하는 말에 따를 뿐, 이 상황을 극복할만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아 애태운다. 손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점원이 아이디어 하나를 꺼낸다. 다시 의기투합하는 점원, 점장, 경찰의 엉거주춤한 모습들. 과연 이들은 오늘 밤 모든 일을 뒤로한 채 각자의 집으로 향할 수 있을까?


박재현, 박정서, 강일생, 김진아, 이주호, 정현호, 오혜진, 송화진, 박송은 등이 출연해 경상도 말씨로 연극을 이끌어 가며 개그 코미디 같은 연기로 관객의 흥미를 북돋는다. 작품을 각색 연출한 김진아가 출연해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총예술감독 박단추, 음악감독 강석훈, 조명디자인 이길우, 방언감수 윤진봉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제2회 말모이연극제 경상도부문 창작집단 혜화살롱의 허진원 작, 김진아 각색 연출의 ‘덫’을 한편의 친대중적 폭소희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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