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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 특별전 개최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10-29 02:41:45
  • 수정 2020-10-30 2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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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틴의 초상 - 제공 따찌아나 심비르체바

[민병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과 상호 문화교류 해를 맞아 이달 1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근대기 조선에 머무르면서 근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에 관여했던 사바틴을 주제로 한 특별전 ‘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부제: 사바틴이 남긴 공간과 기억)’을 개최한다. 

  

러시아 청년 사바틴(아파나시이 이바노비치 세레딘-사바틴, 1860~1921년)은 1883년 인천해관 직원으로 조선에 입국해 1904년 조선을 떠날 때까지 제물포항의 부두를 축조하고, 조선의 궁궐 건축물과 정동 일대 근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관파천과 관련된 러시아공사관 건축에도 참여하는 등 우리 근대 건축사에 많은 영향을 줬다. 

  

이번 전시는 ▲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 ‘조선에 온 러시아 청년 사바틴’, ▲ ‘러시아공사관, 사바틴의 손길이 닿다’, ▲ ‘사바틴, 제물포와 한성을 거닐다’등 총 3개 주제로 나눠 진행한다.

  조러수호통상조약 (1) - 제공 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전시의 서막인 ▲ 프롤로그에서는 을미사변의 목격자 ‘사바틴’의 기록을 소개한다. 을미사변은 1895년 10월 8일 새벽, 당시 조선 주재 일본공사였던 미우라 고로를 필두로 한성 주둔 일본군 수비대와 공사 관원, 낭인 집단 등이 경복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이다. 


사건 전날 경복궁에서 당직을 서기 위해 출근했던 러시아인 사바틴과 미국인 다이 장군은 당일 새벽 4시 건청궁 곤녕합에서 을미사변을 목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바틴이 그린 경복궁 내 명성황후 시해장소 약도와 시해에 대한 사바틴의 증언서(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소장)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부 ▲ ‘조선에 온 러시아 청년 사바틴’에서는 사바틴의 활동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된다. 


조선 사람들은 한자어를 빌려 우리말로 표기하는 음차(音借) 방식으로 사바틴의 성(姓)인 세레딘-사바틴을 ‘설덕(薛德), 살파정(薩巴丁), 살파진(薩巴珍)’ 등으로 불렀다. 


사바틴이 그린 경북궁 내 시해장소 지도 - 제공 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사바틴은 1883년 9월 조선에 와서 인천해관에서 승선세관감시원(tidewaiter)으로 일했고, 1888년 한성으로 가서 궁궐 건축을 담당했다. 1895년 을미사변 목격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잠시 조선을 떠났다가 1899년 경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서 1904년 러일전쟁 후 한반도를 떠나기까지 건축과 토목사업에 참여했다. 


사바틴의 활동사항뿐 아니라,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열강들의 대립과 갈등 속에 1884년 7월 7일 조러수호통상조약 체결과 관련된 조러수호통상조약 조선 측 비준문서(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소장) 사진이 전시돼 있다. 

  

2부 ▲ ‘러시아 공사관, 사바틴의 손길이 닿다’에서는 러시아 공사관 건립과 관련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러시아 공사관 건립은 러시아 대리공사 겸 총영사직을 맡았던 베베르가 주도했다. 그는 부임 전에 공사관 건축을 위한 부지 매입, 도면과 예산을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공사관의 최초 설계안은 러시아 건축가 류뱌노프가 설계했고, 일본인 하도급자인 치오고가 견적과 도면을 작성했다. 


그러나 예산상의 이유로 최초 설계안은 실현되지 못했고, 이후 사바틴이 예산과 설계를 수정해 공사를 완료했다. 2부에서는 러시아 공사관의 최초 설계안과 준공안의 비교, 당시 기축통화였던 멕시코 달러로 계산된 견적서, 준공이 실현되지 못한 대한제국 황제 사저, 공사관 공사 대금을 요청하는 사바틴의 청원서 등 러시아 공사관이 준공되기까지 겪었던 우여곡절과 상세한 공사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완공된 러시아 공사관 본관과 정문 전경 -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3부 ▲ ‘사바틴, 제물포와 한성을 거닐다’에서는 제물포와 한성에 위치한 12개 건물의 모형과 사진들을 전시한다. 그중 사바틴이 관여한 것이 확실한 건물은 관문각과 러시아공사관이다. 그 외 사바틴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물포구락부, 독립문, 중명전, 정관헌, 손탁호텔 등 건물의 사진들과 모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건물을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엽서를 제작했다. 엽서의 바코드를 전시장 기기(機器)에 넣으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전시와 연계된 강연회도 11월 2일 오후 2시부터 경복궁 흥복전에서 진행한다. ‘사바틴 거주 당시의 국제 정세와 한러 관계’(경상대학교 김제정 교수)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강연에는 사바틴이 건립했던 건청궁 내 관문각 터와 사바틴이 목격했던 을미사변 현장인 곤녕합을 답사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전시가 러시아 청년 사바틴이 조선에서 활동했던 모습을 살펴보면서 당시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역사를 알리는 교육의 장이자 치유의 공간이 되고, 이와 함께 한국과 러시아가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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