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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61] 2020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 이은기 번역/연출 ‘웃기는 어둠’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0-18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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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2020 서울문화재단 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 볼프람 로츠(Wolfram Lotz) 작 이은기 번역 연출의 ‘웃기는 어둠(Die lächerliche Finsternis)’을 관람했다.


볼프람 로츠(Wolfram Lotz)의 ‘웃기는 어둠(Die lächerliche Finsternis)’은 2014년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되고, 2015년 베를린 연극제와 뮐하임 연극제에 초청되어 찬사를 받았다, 독일 연극전문지 ‘테아터 호이테’ 올해의 극작가상과 작품상, 오스트리아 네스트로이 작가상과 독일어 공연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초연 이후 전 세계 여러 언어로 공연되고 있는 ‘웃기는 어둠(Die lächerliche Finsternis)’은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을 확장하는 새로운 표현형식의 서사극(epic drama)이다.


드림시어터 공연에서는 한국적 현실과 연결시켜 번안 재구성해 관객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이은기는 베를린 자유대학 연극학 박사, 베를린 홈볼트대학 연극학 문화커뮤니케이션학 석사, 부전공은 문학 철학이다. ‘시간을 칠하는 사람’ ‘그 후’ ‘하녀들’ ‘어머니’ ‘키 큰 세 여자’ ‘살로메’ ‘플라토노프’ ‘맥베스’ ‘사천의 착한 영혼’ 외 다수 작품의 드라마터그를 하고, ‘Suit Case’ ‘After Play’ ‘그 후’ ‘웃기는 어둠’을 연출했다.


무대는 배경전체에 수많은 흑색 천을 늘어뜨려 반원형의 커튼을 가려놓은 듯 만들고, 직사각의 조형물에 식기나, 꽃을 넣어 벤치나 식탁으로 사용을 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시킨다. 커튼을 들치고 등퇴장을 하고, 배경 한쪽에 화장실 같은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출연자가 그 안에 들어가 연기를 한다. 



연극은 해설자 같은 화자의 해설에서 출발한다. 다른 출연자들도 대사를 하다가 화자처럼 대사를 하며 극이 전개된다. 내용은 항해중인 주얼리호를 침입한 혐의로 기소된 소말리아 해적이 한국 법정에서 자기 변론을 하면서 시작한다. 이어 대한민국 특수전 사령부의 노련한 상사와 탈북민 출신 하사가 정신 이상을 보이는 중령을 찾아내는 기밀 임무를 부여받고 정찰보트를 타고 아프가니스탄 밀림 속으로의 기나긴 여정을 펼친다. 


전쟁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험난하고 종잡을 수 없는 여정을 통해 우리는 세계 곳곳의 끔찍한 어둠(다국적 기업, 전쟁 난민, 종교분쟁, 테러 등)과 마주한다. 두 군인은 문명과 점점 멀어져 가장 어두운 곳에서 자신의 내면과 타자에 대한 시선,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우리 각자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 ‘웃기는 어둠’은 말할 수 없는 사람들, 혹은 말했지만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연극적 상상력을 발휘해 반어적이고 풍자적인 기법으로 보여준다. 머나먼 문화, 머나먼 전쟁, 머나먼 사람 그리고 결국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내면 깊은 곳의 어둠을 삶의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면서 관객에게 연극과 현실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상기해주면서 ‘지금, 여기’ 우리 자신의 참모습을 조명한다.


윤상화, 마두영, 김지훈, 라소영이 출연해 각자 연기를 펼치면서 또 화자처럼 해설을 곁들이며 연극을 이끌어 간다.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라소영은 남성병사로 출연해 남자보다 더 남자다운 연기기량을 발휘한다.


드라마투르기 김민정, 무대디자인 김교은, 조명디자인 Benjamin Schalike, 의상디자인 김미나, 음악감독 박소연, 사운드디자인 임서진, 움직임 권영호, 무대감독 이지혜, 조연출 우주현, 사진 그래픽 김 솔, 프로듀서 김민솔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2020 서울문화재단 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 볼프람 로츠(Wolfram Lotz) 작 이은기 번역 연출의 ‘웃기는 어둠(Die lächerliche Finsternis)’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길 신표현방법의 서사극(epic drama)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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