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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감사 대책회의' 후...일요일 밤 관련 파일 444개 삭제했다.
  • 우성훈 기자
  • 등록 2020-10-20 19:09:50
  • 수정 2020-10-20 19: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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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훈 기자]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에는 감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기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행동이 그대로 드러났다.


산업부 국장 A씨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부하직원들과 대책회의에 나섰다. A국장은 부하직원 B씨 등에게 "사무실 컴퓨터뿐 아니라 이메일과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산업부에 '월성 1호기 관련 최근 3년간 내부 보고 자료' 및 '청와대 협의 및 보고 자료' 등을 요구했었다.


A국장의 지시를 받은 B씨는 동료와 함께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밤을 틈타 사실상 '증거 인멸'에 나섰다. B씨는 12월 1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2시간가량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폴더 122개를 삭제했다.



B씨는 삭제 파일이 복구될 상황에 대비해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파일명을 수정해 다시 저장한 뒤 삭제했다. 삭제해야 할 파일이 너무 많자 B씨는 폴더 자체를 삭제하는 과감성도 보였다. 실제로 감사원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122개의 폴더를 복구했으나 해당 폴더에 담겨 있던 문건 444개 중 120개는 결국 복구하지 못했다.


B씨는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요구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감사 요구 이후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고, 그것을 복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면서,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내린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의하면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3일 산업부 과장 C씨로부터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사실이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올라왔고,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관에게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라고 물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백 전 장관은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경제성과 지역 수용성 등을 고려해 폐쇄를 결정했다고 하면 다시 가동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면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백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산업부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감사 결과 이들은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이외 다른 방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하거나 경제성 평가 과정에 개입했다.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리는 데 유리한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개입한 것이다. C과장은 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연구정지 운영 변경 허가까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게 가능하며 한수원의 외부기관 경제성 평가가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는 기존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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