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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머릿돌 '定礎' 글씨, 이토 히로부미 친필이었다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11-03 03:52:21
  • 수정 2023-12-21 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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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벽에 걸린 사진은 조선은행 설립계획을 첫 번째로 계획한 이토의 사진이다. 왼쪽 하단에는 그의 손글씨로 새겨진 정초석. 현재 한국은행 건축물에도 놓여있다./사진=문화재청 제공

[민병훈 기자] 한국은행 옛 본점(현 화폐박물관) 머릿돌(정초석)에 새겨진 글씨 '정초(定礎)'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친필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사적 제280호인 '서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定礎' 글씨에 대해 20일 현지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토의 글씨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머릿돌이 이토 히로부미 친필이란 지적은 수년전부터 제기된 상태였지만, 문화재청의 고증 절차를 거쳐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에 의하면,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현지조사 자문단이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 등 관련 자료를 참고해 고증작업을 벌였다.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서 '이등박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도 확보해 조사에 활용했다.


문화재청은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가 먹으로 쓴 글씨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측은 첫 번째 사진 왼쪽 하단부 부분을 확대한 사진, 우측은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 현재의 정초석/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번 조사에서는 머릿돌에서 일자 및 이토의 이름을 지우고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7.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융희는 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의 마지막 연호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정확한 기록이 없는 상태"라면서, "아마도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한국은행이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씨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전문가 의견을 거쳐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주춧돌 설치)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이다.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고,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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