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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62] 제2회 말모이연극제 강원도부문 이자순 각색/연출 ‘동백꽃’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0-23 0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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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제2회 말모이연극제 강원도부문 ACTS 138의 김유정 작, 이자순 각색 연출의 ‘동백꽃’을 관람했다.


‘동백꽃’은 ‘봄봄’의 작가와 동일인물로, 김유정의 대표작품 중 하나이다. 그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 ‘동백꽃’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 ‘동백꽃’은 1930년대 봄, 강원도 산골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17살 ‘나’와 ‘점순이’의 순박하고 풋풋한 사랑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동백꽃’의 주인공인 ‘나’는 점순이네 땅을 빌려 소작을 하는 집의 아들로 역시 둔하고, 바보스럽다. 점순이는 감자를 통해 ‘나’에게 조심스럽게 호감을 표현하지만, 둔한 ‘나’는 호감을 무시하면서부터 점순이와 ‘나’의 갈등이 시작된다. 


무시당해 기분이 상한 점순이는 수탉끼리 싸움을 부추겨 ‘나’의 수탉을 죽음의 지경까지 몰고 가며 간접적으로 ‘나’를 괴롭힌다. ‘나’는 참다못해 점순이네 닭을 때려죽이게 되고 집에서 내쫓겨날까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점순이는 ‘나’의 잘못을 용서해주며 떠밀리듯이 점순이와 ‘나’는 동백꽃 속으로 쓰러지며 이야기가 끝난다. 


‘동백꽃’에 나온 동백꽃은 노랗고 향긋한 냄새를 가진 꽃으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동백꽃과는 다른 점을 발견 할 수 있다. ‘동백꽃’에 나오는 꽃은 강원도 생강나무 꽃을 방언으로 불러 ‘동백꽃’이 된 것이다. ‘동백꽃’의 배경 역시 강원도 산골의 농촌마을의 배경으로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작가 김유정은 남녀 간의 사랑을 ‘꽃’으로 생각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동백꽃’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다.



연출가 이자순은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석사출신으로 극단 쎄실, 극단 화, 극단 소금창고 연출, 젊은 연출가 그룹 ‘자유항해’ 동인, 감성교육연구원 EDI 예술 감독이다.
 
청기와집, 귀여운 장난, 곰, 메디아, 유진오닐 단막제, 오헨리 연극제, 올리아나, 동백꽃, 반전 퍼포먼스 ‘행복한 날들’, 독도수호 퍼포먼스 ‘홀로 아리랑’, 선지, 위험한 시선, 영유아 교육극 ‘요로케 조로케’, 나비효과 24, 샤우팅 맥베스, 연극잔치 Ver.1 그 꿈, 현실이 분다 - 적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참가작 ‘나비효과24’ 연출 상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동백꽃밭과 울타리가 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장독대가 있고, 상수 쪽에는 바위덩이 조형물이 있어 출연자가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상하수 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닭싸움을 할 경우에는 조명을 홍색으로 바꾸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음악을 크게 틀어 투견 분위기를 조성한다. 옛 바지 저고리와 치마 그리고 지게가 등장하고, 수탉 조형물로 닭싸움이 연출된다.


연극은 시종일관 강원도 사투리로 대사를 한다. 작품의 주인공이면서 서술자인 ‘나’는 순박하다 못하여 어수룩한 소년이다. 이에 비하여 점순은 활달하고 말괄량이 같은 소녀로서, 소년의 아버지가 소작을 든 마름의 딸이다. 소년에게 관심을 둔 점순은 구운 감자를 주면서 접근하지만,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소년은 그것을 거절한다. 무안 당한 점순은 드디어 자기 집 수탉과 소년의 집 수탉을 싸움 붙이면서 여러 차례 약을 올린다. 


점순네 닭이 힘이 세어 소년의 집 닭이 늘 지게 되자, 화가 난 소년은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어느 날 점순은 호드기를 불며 닭싸움을 붙이고 소년이 산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화가 난 소년이 작대기로 점순네 닭을 때려 죽였으나, 마름집 위세를 생각하고 당황하여 울게 된다. 


이 때 점순은 소년에게 자기 말을 들으면 일러바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둘은 부둥켜안은 채 한창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 울타리 앞에 나란히 엎드려 애정을 표하는 장면에서 마무리가 된다.


조재웅이 용춘, 윤소원이 점순, 김시원이 아낙으로 출연해 정확한 사투리 구사는 물론 호연과 닭싸움 연기구사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사투리 번안 지도 권대혁, 조명디자인 박성민, 인형디자인 제작 이진희, 홍보디자인 원화 이자순, 사진 장형길, 음악 음향 허진석, 진행 주성애, 조명오퍼 권태우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제2회 말모이연극제 강원도부문 ACTS 138의 김유정 작, 이자순 각색 연출의 ‘동백꽃’을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친대중적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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