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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밥을 짓읍니다’ 출간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10-28 22:32:33
  • 수정 2020-10-29 14: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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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기자] 저자 박정윤은 “밥은 먹고 다니니”. ‘밥’, 이 한 글자 안에는 참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다. 요즘 같이 풍족한 시절에 굶고 살 것 같아, ‘밥 안부’를 묻는 게 아니다. ‘잘 사니’ ‘오늘 기분은 좀 어떠니’ ‘아픈 덴 없니’ ‘갑자기 네 생각이 난다’ ‘그립다’ ‘보고 싶다’ 넘치는 마음들을 꾹꾹 눌러 밥공기 크기만큼 작아진 엄마의 말. “밥은 먹고 다니니” 그 안에 서린 노심초사를 아이도 안다. 알면서 서로 모른 척 넘어가야 할 말들이 있잖은가. ‘밥’, 허기진 밤을 끌어안고 잠들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글로라도 짓자 싶어 맑은 원고지 한 장 밥상 위에 펼쳤다. 한 톨, 한 톨 밥알을 씻듯 글을 썼다. 마른 밥에 컵라면으로 대충 때웠을 저녁일지라도 마음만은 허기지지 말았으면...글을 시작하고 원고 위로 눈물이 떨어져 며칠은 난감하기도 했다. 밥은 먹고 다녀라. 엄마에게 넌 세상이다. 


‘책과강연’의 신간도서 음식에세이 ‘밥을 짓읍니다’가 다음 달 2일 출간된다. ‘12월의 작가’ 박정윤은 ‘밥’이라는 글자에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성분인 인간 “미(米, 美, 味)” 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밥맛에는 정(情), 행복, 사랑, 그리움이 담겨있다. 이 감정들을 담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해주는 것에 그녀는 행복을 느낀다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밥이 되는 책이 있어요. 집을 떠나 격리된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이 책이 갓 지은 밥처럼 그들의 밤을 뜨겁게 데워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총 6장 6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밥을 짓읍니다’는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만들어간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와 레시피로 이뤄진 에세이다. 에피소드 마지막에는 그녀의 자녀들이 엄마에게 쓰는 편지글이 함께 수록되어있어 독자로 하여금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었던 날이 따뜻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그 시간과 그 공간의 기억을 마음에 함께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삶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음식을 했다. 음식에 담은 마음을 가슴에 담아 부디 따뜻함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이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헌사 中


‘그는 어디로 갈지 갈피를 못 잡고 골목에 멍하니 서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복잡한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쓰러지듯 앉았다. 손님의 기분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주인 할머니는 낡은 테이블 위에다 된장찌개가 담긴 냄비를 조심성 없이 내려놓았다. 된장찌개가 냄비에 가득 담긴 것을 보면서 다른 때 같았으면 후한 인심에 감사했을 텐데 그날은 후회가 되었다. 좀 더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면 초라한 기분이 덜했을 텐데. 수저를 들어 된장찌개를 한술 떠먹었다. 그는 처량하고 애처로운 마음을 찌개에 적셔서 먹고 또 먹었다. 수저를 들어 올릴때마다 두부, 호박, 양파, 고추, 대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된장이며 두부며 호박이며 양파며 고추며 대파도 본디 제가 있던 곳이 있었을 텐데 그곳을 떠나와 한 그릇 안에서 만나 서로 엉켜 있는 것 같았다. 사람과의 만남도 된장찌개 안의 그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운명과 같은 만남으로 각자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로 엉키고 엉켜서 더 이상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된다. ‘-구수한 그리움을 한가득, 된장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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