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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76] 경기도극단, 한태숙 연출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1-22 16:53:01
  • 수정 2020-11-22 16: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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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경기도문화의 전당에서 경기도립극단의 한태숙 예술감독, 정복근 작, 한태숙 연출의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를 관람했다.


한태숙은 ‘엘렉트라’ ‘하나코’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안티고네’ ‘장화홍련’ ‘아워 타운’ ‘오이디푸스’ ‘있었다’ ‘유리동물원’ ‘서안화차’ ‘꼽추 리차드 3세’ ‘배장화 배홍련’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광해유감’ ‘네바다로 간다’ ‘짐’ ‘도살장의 시간’ ‘맹목’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1999년 한국연급협회 주최 ‘우수공연 베스트5’ 연출상. 영화연극상. ‘나운규’, 2001년 ‘배장화 배홍련’, ‘우수공연 베스트 5’ 2004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무대미술상. 김상열


연극상 ‘평론가 베스트 5’, ‘우수공연 베스트3’등 예술의 전당 정통연극시리즈 ‘꼽추, 리차드 3세’ 2005년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 한국여자연출가협회상, 제1회 여성연극인협회상, 우수공연 베스트 7, 평론가 베스트3, 김상열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물리의 대표로 2020년 현재 경기도립극단 단장이다.


정복근은 1946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했다. 혼자서 습작을 하다가 1974년 극단 가교의 이승규 대표를 만나 가교의 극본 작가로 기용되었다. 


19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여우’로 등단했으며, 이후 3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실비명’으로 1989년 제13회 서울연극제 대상과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이런 노래’로 1994년 제18회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에는 ‘위기의 여자’ ‘웬일이세요, 당신?’ ‘덕혜옹주’ ‘나, 김수임’ 등이 있다. 1994년 제18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1989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1989년 제13회 서울연극제 대상, 2013년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등을 수상했다.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는 해방직후 신탁통치 반대 시위를 하던 주동자와 현재 비고용직 철폐를 주장하며 시위하는 주동자의 모습이 중복되어 그려지면서 갈등과 폭력으로 점철된 우리사회의 시위문화를 극적으로 표현해, 향후 유럽사회처럼 복지국가를 지향하려는 열망을 관객에게 심어주는 괄목할만한 연극이다.


무대는 상수 쪽에 고공의 크레인을 설치하고, 운전석 같은 공간을 마련해 시위자가 올라가 머물 수 있도록 했다. 하수 쪽에는 긴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그 뒤로 투명한 스크린을 천정에서 내리고 올려, 해방 직후의 시위주동자의 부인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거나, 신탁통치 반대시위 영상이 투사되기도 한다. 


배경 가까이에 경사진 언덕을 무대 좌우로 깔아 무대 전면과 함께 시위대의 활동무대로 사용된다. 스모그를 깔아 극적 분위기를 창출시키고, 해방당시의 주인공 부부의 모습과 현재 주인공 부부와 딸의 모습이 동시에 펼쳐지면서 시위대의 넌버벌 퍼포먼스 같은 동작과 무용이 극적 분위기 창출을 주도한다.


연극은 해방직후 월북한 배우이자 문인 임화(1908~1953)부부가 가 현재 시위주도자의 부모와 동시에 등장한다. 임화 는 ‘조선의 랭보’에 비유되기도 했거니와 시나 비평 등 문학뿐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 등에까지도 발을 뻗친 팔방미인이었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 정도가 아니라 배우로도 영화에 출연하여 “조선의 루돌프 발렌티노” 소리를 들었다.루돌프 발렌티노는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배우다.



해방직후 남로당 박헌영과 함께 월북한 임화는 간첩으로 몰려 북에서 처형되었으나, 임화가 미제간첩이 아니었다는 것은 그의 행적을 살펴봐도 드러난다. 그가 월북 전부터 천재 작곡가 김순남과 콤비를 이루어 만든 ‘해방의 노래’ ‘해방조선의 노래’ 등 많은 노래 가운데는 ‘인민항쟁가’가 있다. 임화가 작사하고 김순남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당시 북한에서 국가(國歌) 대용으로 불렸고, 남한에서도 널리 유행하여 남한 경찰관이 이 노래를 무심결에 흥얼대다 옷을 벗는 일이 생길 정도였다.


이에 장택상 수도경찰청장은 1947년 8월 임화와 김순남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임화는 이를 피해 그해 10월께 월북했던 것이다. 그 무렵 북으로 넘어간 문인은 모두 100여 명에 달했는데, 임화는 그들 월북문인의 총수격이었다. 


그는 박헌영의 지시에 따라 평양으로 올라가지 않고 친구 이원조가 있는 황해도 해주에 머물며 대남공작에 목적을 둔 당 기관지 ‘노력자’ ‘인민조선’ 등의 선전책자를 편집.배포하는 일을 담당했다. 공식적으로는 ‘조쏘문화협회’ 부위원장과 그 기관지 ‘조쏘문화’의 주필을 맡았지만, 임화는 먼저 월북하여 김일성의 총애를 받던 소설가 한설야.이기영.송영 등에 의해 극도로 견제를 당했다.


그러다 6·25가 터지자 인민군을 따라 서울로 내려와 조선문화총동맹을 결성하고, 첫 부인 이귀례와 사이에 낳은 딸 혜란이를 생각하며 쓴 ‘너 어느 곳에 있느냐’와 ‘바람이여 전하라’ 등의 종군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시는 당시 ‘완숙한 금자탑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한설야의 사주를 받은 엄호석 등으로부터 ‘로동신문’ ‘문학예술’을 통해 비판받는 것을 신호탄으로 임화는 1953년 북측에 의해 남로당 핵심 간부들과 함께 미제간첩혐의로 체포된다. 


심문을 받는 도중 안경알을 깨 그 파편으로 동맥을 끊고 자살을 시도했던 임화는 결국 그해 8월6일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된다. 그의 나이 45세 때였다. 전쟁 중 만주에 소개돼 있던 그의 두 번째 아내 지하련이 소식을 듣고 뒤늦게 평양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시신은 커녕 흔적조차 찾을 수 없자 이 여류소설가는 치마끈도 제대로 매지 못한 실성한 모습으로 평양 시내를 헤매다 내무서원에게 붙들려 평북 회천 부근의 산속에 있는 교화소에 수용됐고, 거기서 1960년 초 병사했다.
 
연극에서는 고공의 크레인 꼭대기 조종실에 시위자가 올라가 머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비정규직 철폐를 부르짖는 시위와 반대 그것을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에 펼쳐지고, 비정규직 철폐 시위를 주도하는 딸의 행방을 찾으러 어머니가 등장하고 동시에 6 25 전쟁 직후 북에서 처형된 임화의 부인 지하련이 남편의 시신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펼쳐진다. 


임하의 모습과 그의 시를 읊는 모습이 연출되고, 현재 시위주도자 딸의 부친의 모습과 어머니의 애타는 모습이 중복 연출되면서 두 부인이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펼쳐지면서 관객은 현재 우리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갈등을 떠올리게 된다. 대단원에서 비정규직 철폐 시위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고공의 크레인에 올라간 시위자는 바닥으로 뛰어내려 절명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손 숙이 임 화의 부인 지하련, 박현숙이 시위 주도자인 딸의 어머니, 한범희가 임 화, 윤재웅이 시위주도자 딸의 아버지, 육세진, 노민혁, 강상규, 강아림, 이충우, 임미정, 김길찬, 장정선, 김지희, 윤성봉, 이애린, 이슬비, 정다운, 권승록, 황성연, 이경은 등 출연진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호연과 열연은 물론 무용 또한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고 우레보다 큰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이태섭, 조명디자인 김창기, 안무 이경은, 의상디자인 김우성, 분장디자인 백지영, 음악 음향디자인 지미세르, 영상디자인 김황재 백승주, 오브제디자인 이지형, 협력무대디자인 박은혜, 상임연출 김 정, 조연출 근종천, 기획 제작PD 이수민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경기도립극단의 한태숙 예술감독, 정복근 작, 한태숙 연출의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를 현재의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적 온갖 갈등을 지양시키고, 복지국가를 지향하도록 만드는 국민의 의식개조를 위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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