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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78] 극단 시선, 홍란주 작/연출 ‘도살장의 에스메랄다’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1-25 16: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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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앞 스튜디오 SK에서 극단 시선의 공동창작 홍란주 작 연출의 ‘도살장의 에스메랄다’를 관람했다. 


홍란주(1972~)는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석사출신으로 극단 시선의 대표인 극작가 겸 연출가다. 연극 ‘울림’ ‘무무’ ‘사천의 착한사람’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일물’ ‘미롱’ ‘폐희’ ‘바보’ ‘청혼’, 무용극 ‘새’, 종합극 ‘술래야 술래야’ ‘나영이를 찾아주세요’ 그 외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2003 문예진흥원 신진예술가선정, 2013 일본 삿뽀로 씨어터 페스티발 공식초청 ‘폐희’, 2016 아비뇽 오프 페스티발 공식참가 ‘미롱’, 2016 서울연극제 무대예술상 ‘일물’, 2018 여성연출가전 수상 ‘사천의 착한사람’ 등 보람찬 성과를 올리고 있는 미녀 연출가다.



연극은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이 배경이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원제; 파리의 노트르담)’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도살장의 에스메랄다’를 원용해 각색을 한 작품이다. 배경 상수 쪽에 입체로 된 사각의 조형물을 쌓아, 노트르담 사원의 옥상으로 설정하고, 하수 쪽에는 천정으로부터 긴 밧줄을 늘어뜨려, 밧줄을 흔들면 사원의 종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현대무용을 연극에 곁들여, 출연진이 대사와 함께 경쾌한 스텝과 율동으로 연기를 하고, 집시여인의 몸에 달라붙는 흑색의상에 적색, 황색 모포를 두르고, 부주교 역시 흑색의 신부복을 착용하고, 꼽추 역의 콰지모도는 백색 셔츠에 낡은 회색조 상의를 걸치고 등장한다. 금색종이로 감싼 크고 작은 종형태의 조형물 세 개를 뒤집어쓰거나 머리에 달고 출연하고, 커다란 연보함을 객석 가까이 내놓고 헌금을 하라고 청하기도 한다.


부주교가 주교가 되려면 다액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설정하고 신부는 고기공장을 운영하면서 자구 청중 앞에 나아가 연보함을 놓고 설교를 한 후 헌금하기를 청한다. 부주교가 설교하는 날, 바로 옆에서 집시여인들도 경쾌한 무용을 벌인 뒤 역시 관중에게 돈을 청한다. 부주교는 원하던 헌금이 들어오지를 않으니, 설교를 방해한 집시여인들을 도시 밖으로 몰아내기로 작정한다. 도시외곽으로 쫓겨나면 생활을 할 수 없기에 집시여인들은 부주교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고 부주교의 요구대로 그의 고기공장에 가서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부주교는 평소 성호를 그으며 성부 성자 그리고 정욕의 이름으로 하며 기도를 하듯, 집시여인들 중 에스메랄다를 보고 음심을 품는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려 하자, 종지기인 콰지모도가 등장해 밧줄을 힘껏 잡아당겨 성당의 종소리를 크게 울린다. 


부주교는 제정신을 차리고 행동을 멈추고 자리를 뜬다. 에스메랄다는 은연중에 콰지모도를 가깝게 대한다. 콰지모도는 난 생 처음 사랑을 느낀다. 부주교는 가끔 자신의 뜻대로 집시여인들이 공장 일을 게을리 하면 모포를 채찍처럼 내리쳐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집시 여인 한 명을 살해한다. 게다가 에스메랄다에게 더욱 음험한 모습으로 접근해 강제추행까지 한다. 


에스메랄다는 깨어나 노트르담 사원 옥상에서 아래로 몸을 던진다. 이런 장면을 본 콰지모도는 부주교의 이런 행동을 더 이상 방관하지 못해 목을 졸라 살해한다. 그때 사원 아래로 떨어져 죽은 줄 알았던 에스메랄다가 다시 옥상으로 기어올라 콰지모도를 껴안는다.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가 함께 경쾌한 모습으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1939년 흑백영화에서 찰스 로톤이 콰지모도, 모린 오하라가 에스메랄다로 출연한 것이 기억에 남고, 1956년 칼라영화 안소니 퀸이 콰지모도, 지나롤로브리지다가 에스메랄다로 출연한 것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연극으로는 1970년 극단 성좌에서 이대근이 콰지모도, 선우용녀가 에스메랄다로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극단 시선의 공연에서는 남호윤이 부주교,  이민영이 에스메랄다, 박무영이 무용 팀의 리더 겸 집시 여인 중 살해당하는 역, 양동진이 콰지모도, 김선표와 오연경이 집시여인으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무용과 연기력은 물론 작중인물의 성격설정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보여, 관객을 흥미로운 감상의 세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투르크 신혜원, 안무 박무영, 음악 이동규, 무대 조일경 김나영, 소품 조영희 이혜미, 의상 이유숙, 조명 강정희, 조명오퍼 유환태, 액팅코치 성경선, 무대감독 도광원, 조연출 이은경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시선의 공동창작 홍란주 작 연출의 ‘도살장의 에스메랄다’를 소극장 공연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고 적합한 흥미진진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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