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정기의 공연산책 86] 제5회 늘푸른연극제 다시 봄 전라북도 창작극회, 조민철 연출 ‘나루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2-08 05:39:20

기사수정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제5회 늘푸른 연극제 다시, 봄 전라북도 창작극회 박동화 작, 송지희 각색, 조민철 연출의 ‘나루터’를 관람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동화(1911∼1978)는 전남 영암 출신으로 전북예총회장과 전북연극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주로 일제강점기 극예술연구회.실험무대.조선연극협회.중앙무대 등에서 활동했다. 1959년 국립극장 희곡공모에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가 당선돼 본격적인 극작가의 길을 걸었으며, 1961년 전주에서 극단 창작극회를 창단한 이후 20여 년 동안 40여 편의 작품을 창작·연출했다.


조철민은 전북대 독어독문학과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전주시립극단에서 배우로 출발해 상임연출을 역임했고, 전북 창작극회에서 다수 작품을 연출한 베테란이다. 전북 연극의 뿌리 박동화 선생 역을 맡아 호연을 보이기도 했다.


1976년 초연된 ‘나루터’는 전국연극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사회상을 다룬다. 



또한 옛것과 새것이 대립이 아닌 공존의 의미를 이해하고 쓸모와 편리로 치환되는 현대사회에서 여유와 사유를 통해 가치있는 삶의 방향성과 같이 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품 '나루터'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황치수는 나루터에서 배를 젓는 사공이다. 그의 큰아들 규성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마을의 기대주이지만 아버지의 바람을 뒤로하고 새마을운동의 전도사가 되어 마을로 돌아온다.


초가를 헐고 콘크리트 집을 짓는 것은 물론 규성은 자신을 키워준 모태이기도 한 나루터를 없애고 다리를 놓자고 한다. 


이 사이 황치수와 견원지간인 최찬봉이 다리 건설의 후원자로 등장하고 그의 딸 혜숙과 규성의 사랑은 새로운 갈등 요소로 등장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몬테규나 캐플릿 가의 대결보다 황씨와 최씨의 대결이 더 극적이고, 갈등요소마다 출연진이 코믹한 연기로 싸움을 벌이기에 흥미진진하다. 결국 다리가 건설되면 나루터는 사라지게 된다. 


시대적 배경은 보릿고개가 존재하던 비참한 시대, 새마을운동으로 잘 살아보겠다는 시절의 상황이  극 속에 전개되면서 강에 보를 만들고 다리를 놓고 골목길이 대로로 바뀌면서 4대 째 나루터 사공노릇을 하던 황씨 가족의 포기하고 떠나는 모습이 관객의 가슴을 저리도록 만든다. 


결국 시대에 밀려 결국 뱃사공을 못하고 떠나게 되지만 적대적이던 양가가 사돈으로 맺어지는 화해적 결말은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무대는 상수 쪽에 주점을 하는 황씨 부인의 가게가 있고, 하수 쪽에는 장독대가 나무 그늘아래에 자리를 잡고, 중앙에는 평상이 있다. 나루터 부근의 정경이 배경에 영상으로 투사되고, 조명변화에 따른 스모그 분무로 극 분이기를 창출하기도 한다. 출연진의 의상이 작품내용에 어울리고, 나룻배의 노라든가, 옹기장수의 지게와 옹기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난 공연이다.


조민철이 황치수, 류가연이 황치수의 부인, 이종화가 새마을 운동을 돕는 큰아들, 강종호가 사공노릇을 하는 작은 아들, 이부열이 다리건설 후원자 최찬봉, 정세영이 최찬봉의 딸, 류영규가 옹기장수, 김서영이 무당, 김수연이 악사, 성민호가 황씨 처남으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과 감성표현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 희극적으로 갈등요소를 연기해 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기 유영규, 예술감독 홍석찬, 각색 송지희, 조연출 박동민, 총감독 문치상, 제작 박규현, 제작감독 박광천, 무대 서 령, 조명 양문섭, 조명오퍼 한상희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제5회 늘푸른 연극제 다시, 봄 전라북도 창작극회 박동화 작, 송지희 각색, 조민철 연출의 ‘나루터’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 희극적 결말로 마무리를 맺는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한국의 전통사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조선왕릉 이어보기더보기
 한국의 서원더보기
 전시더보기
 한국의 향교더보기
 궁궐이야기더보기
 문화재단소식더보기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