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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90] 제5회 늘푸른연극제 선정작, 이우천 연출 ‘부드러운 매장’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0-12-13 13: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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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아트세터 소극장에서 제5회 늘푸른연극제 선정작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부드러운 매장’을 관람했다.


오태영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4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중앙일보’ 문예 희곡 부문에 ‘보행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 1980년대 극단 76에서 활동했다.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난조유사’가 초청되었다가 돌연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을 겪은 뒤 1988년에는 중앙정보부를 소재로 한 ‘매춘’이 공연법 위반 혐의를 받아 극장이 폐쇄되는 위기에 처한다. 


이 일로 한동안 작품 활동을 접기도 했다. 주요 작품에는 ‘난조유사’ ‘빵’ ‘전쟁’ ‘숲 속의 작은 아픔’ ‘통일 익스프레스’ ‘돼지비계’ ‘수레바퀴’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 ‘할배동화’, 끝나지 않는 연극 ‘엄마 적 하얀 밥’ ‘그림자재판’ 등이 있다. 


주로 과감한 현실 비판 성향의 작품을 썼으며, 1999년 ‘통일 익스프레스’ 발표 이후에는 통일 문제를 조명한 ‘통일 연극 시리즈’를 선보였다. 1979년 한국희곡작가협회상, 1987년 ‘전쟁’으로 제3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고, 2006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제32회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을 수상한 극작가다.



이우천은 현 대학로극장 대표이자 작가인 연출가로 대진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로 2010년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 연출상과 희곡상을,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로 2014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 2016년 ‘장판’으로 대학로극장이 서울연극제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모텔 판문점’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궤짝’ ‘장판’ ‘할배동화’ ‘하멜린’ ‘권력유감’ ‘팬티 입은 소년’ ‘유형지에서’ ‘평상’ ‘결혼기념일’ ‘전통연희극 배뱅이 굿’ ‘창작하다 죽어버려라’ ‘우박’ ‘오뎅팔이 청년’ ‘수녀와 경호원’ ‘두 남자의 그림자’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등 다수의 작품을 쓰거나 연출했다.


무대는 상수와 하수 쪽에 자식들이 결혼한 사돈댁 거실이 인접해 있고, 배경 가까이 1m 높이의 단이 좌우로 연결되고 하수 쪽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하수 쪽 거실은 상수 쪽보다 한 자 정도 높게 만들었고, 그화초를 심은 높은 화단과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직사각의 검은 곽이 있고, 그 앞에 벤치 조형물이 놓였다. 상수 쪽에도 벤치형태의 조형물이 놓이고 객석 가까이에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배경의 높은 단 아래에 지하실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일제식민시대와 해방 그리고 6.25 사변을 겪은 사돈 간의 숨겨놓고 싶었던 과거가 친일, 반공, 이념문제와 연관되어 가족사처럼 펼쳐진다. 애국지사가족이었다는 사돈,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시절 자식의 이념이 마땅치 않아 감옥살이 시켰던 사돈, 서로 존중했던 사돈 양가, 그러나 차츰 각기 머리 속에 숨겨두었던 과거 때문에, 한 쪽에서는 사돈 부인이 평생 홋 이불을 뒤집어쓰고 살다시피 하고, 또 한쪽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목욕을 하고 향수를 뿌리며 지낸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얼굴미용용도로 사용되는 마스크 팩을 가면처럼 쓰고, 한쪽에서는 홍색과 백색의 탈을 벽에 늘 상 걸어두고 쓰기도 한다. 탈이 일종의 액 댐 구실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자녀가 결혼을 해 사돈관계가 맺어진 두 집에 딸의 외간남자와의 불륜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아들은 통정한 여인을 집에까지 데려다 재운다. 



이 일로해서 딸들은 시댁을 떠나 자신의 집으로 온다. 이로 인해 사돈간의 대립이 있을 듯싶지만, 오히려 대립대신 화목을 바라는 모습이고, 양가가 향수를 더욱 많이 뿌려 집안 정화를 시키는 모습이지만, 지하실에서의 악취는 접근을 못 할 정도로 심하기에 양가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사돈댁의 지하실을 찾아 들어간다. 곡괭이로 지하실 바닥까지 파헤쳐 본 아들은 낡은 옷가지와 모자 그리고 깃발을 꺼내다 내 놓는다. 


애국지사의 자하실에서는 일본군복, 모자, 일장기가 나온다. 자녀들 충격을 받지만, 부모들은 과거보다 장래가 중요하다는 듯 탈을 쓰고 미소를 띄운다. 홋이불을 뒤집어 쓴 사돈부인만 “그날이 왔느냐?”는 소리를 반복하며 무대를 누비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종구와 신현종이 양가 사돈, 김용선과 정애화가 상대 사돈 부인, 황무영과 박미선, 현승철과 양겨울이 양가 자녀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과 탁월한 기량으로의 호연에 덧붙여 동작 하나하나마다 울려대는 단음 음향효과는 극 분위기 창출에 어울려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김교은, 조명 이상근, 음악 김 다, 조연출 오혜진, 기획 김선진, 진행 김종일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제5회 늘푸른연극제 선정작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부드러운 매장’을 연출력과 연기력이 조화를 이룬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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