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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감사한 아침, '외옹치포구'
  • 박성환 기자
  • 등록 2021-01-08 18: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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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포구에서 흠씬 얻어맞는 차가운 바닷바람

그리고 마젠타의 빛,

허껍의 가슴으로 보고 있음에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감히, 미천한자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으려 용을 쓴다.


외옹치 포구/강원도 속초시 대포항길 180-10 (대포동 728-2)

외옹치의 바닷바람은 독하게도 차다. 


뒤로 설악을 두고 앞으로 동해바다를 품은 작은 포구, 바쁨에 게으름에 그리고 무기력함에 허덕이는 나그네의 뺨을 후려친다.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외옹치 포구의 바다를 바라본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포구에서는 생명이 펄떡이며 살아가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꾸둑꾸둑 말려지고 있는 생선에서마저 생의 숨고르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항아리를 엎어놓은 모양의 옹치산 바깥쪽 마을로 ‘밧독재’라 불렸다. 그것을 한자로 변하니 ‘외옹치(外甕峙)’가 된다. 


1980년대, 작은 포구를 형성해 난전을 열었으나 깊숙한 곳인지라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2013년 ‘아름다운 회센타’라는 이름으로 A동 16개. B동 16개의 식당과 편의시설들로 개발했다. 그러나 크고 이름난 ‘대포항’이 지척에 자리하고 있어 외옹치 포구의 조용하고 넉넉함은 여전하다.



포구에 자리한 활어 난전의 대부분은 어부들이 직접 생업에 종사하는 곳으로 고기잡이배가 매일 드나들어 싱싱한 활어를 기대하기에 좋은 곳이다. 다만, 싱싱한 활어에 중심을 두다보니 밑반찬이 부실하다. 활어를 즐기지 않는 동행이 있다면 활어를 포장하여 따로 반찬들을 준비해 가까운 곳에 자리를 펼치는 것도 좋겠고, 하룻밤의 여유가 있다면 민박집에서 즐기는 것도 좋다. 물론, 난전 그 자리에서 싱싱한 활어, 그리고 바다와 소박한 포구의 고즈넉함을 즐기는 것이 외옹치 포구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조금은 부족한 그 무엇에 또 다른 넉넉함이 숨어 있는 포구의 난전, 한산하고 조용한 포구의 여유는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아! 가장 아름다운 아침, 여명(黎明)!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 줄 것만 같은 짙은 마젠타의 빛, 하루를 시작하기 전의 가슴 떨리는 순간을 만난다. 앞만 보고 달려온 바쁜 삶이 힘에 부칠 즈음 문득 돌아보는 옆의 모습들, 모두가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이다. 이미 지나가버리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된다. 미처 잡지 못한 시간들이 된다. 


언젠가 멀지 않은 날, 나 자신의 미천함을 느낄 수 있을 때가 되면 뒤를 볼아 보는 여유가 있을 수 있을까, 돌아보고 작은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나마 초라한 인생은 아니었다고 위안 할 수 있을까, 그렇게도 지질한 삶은 아니었음에 감사할 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밝아오는 하늘의 바다를 본다. 


순간, 휘~이~잉! 날이 선 찬 기운의 바닷바람이 잠 덜 깬 몸뚱이를 흔든다. 


갈매기들의 날개 짓이 힘차다. 해오름의 시간이다. 수평선에 길게 늘어선 해무 위로 유정난의 노른자처럼 살짝 고개를 내민다. 그리곤 순식간에 떠오른다. 노른자는 어느새 표현되지 않는 밝은 빛이 되었다. 그 눈부신 순간이 그림자마저 지우며 말한다.


잊어야 할 것들은 어서 지우라 한다. 묵혀진 것들은 어서 버리라 한다. 잡지 못해 안달해 하지 말고 어서 내려놓으라 한다. 그러고 나면 밝아진다 한다. 찰나의 해오름은 길손에게 그렇게 인사를 한다. 


풍경만으로 가르침을 주는 포구에서 차디 찬 해풍을 맞으며 꿈쩍 못하고 서 있었다. 그렇게 바다를 보고 있었다.




해 오른 포구의 아침은 바쁘게 살아가는 어부와 그 아낙의 삶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바로 앞 활어난전의 주인장이자 해녀다. 차가운 아침시간임에도 바다에 들어간다. 몇 번의 물질로 자연이 주는 그것대로 얻는다. 욕심내어 멀리 나가지 않는다. 순리에 따라 살아간다.


밤새 파도와 싸워가며 바다에서 돌아온 어부는 그물손질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해 놓아야 오늘 밤,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에 어부와 해녀는 익숙하다. 자연의 시간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자연에 의지해 사는 욕심 없는 삶이다. 


그래서일까, 외옹치 포구의 풍경은 그리도 넉넉하다. 


이제 포구의 햇살이 따스하다. 포구의 사람들이 아름답다. 딱 그만큼의 풍경, 자연에 머물러 살아가는 아름다운 몸짓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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