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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난지원금 정책의 원칙과 방향
  • 이상이/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 등록 2021-01-15 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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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자 보도(뉴시스)에 의하면, 이재명 지사는 전 국민 대상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즉, 이 지사는 전날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며 지역화폐를 통한 보편 지원을 촉구하는 편지를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300명과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이후,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에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1월 7일자 보도(뉴시스)에 의하면,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게다가 엉터리 여론조사와 언론의 잘못된 보도 행태로 인해 ‘전 국민 지원’ 방식이 옳은 것처럼 여론이 호도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재난지원금 정책의 올바른 원칙과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 ‘전 국민 지원’이 압도적이라는 엉터리 여론조사


“높아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여론 확인… 與 공론화 박차, ‘전 국민 지급’ 공감 68.1% 압도적”이라는 식의 보도가 지난 7일 방송과 신문 등에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핵심 내용은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1월 6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68.1%가 공감한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를 근거로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앞 다퉈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고, 이것들이 다시 언론의 각종 보도로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조사는 설문의 구성과 내용 자체가 엉터리다. 


결국, 잘못된 설문에 근거를 둔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언론, 이것을 근거로 전 국민 지원을 주장하는 정치인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전문가들, 이들 모두가 여론조작의 공범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가 된 리얼미터 설문은 다음과 같다. 이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음을 알려둔다.


문2. 정부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을 중심으로 11일부터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4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이 같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공감하지 않으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01번.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02번.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03번. 어느 정도 공감한다
04번. 매우 공감한다
05번. 잘 모르겠다


이 설문의 조사 결과는 ‘전혀 공감하지 않음’ 18.0%, ‘별로 공감하지 않음’ 12.0%, ‘어느 정도 공감함’ 29.3%, ‘매우 공감함’ 38.8%로 나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공감 의견은 68.1%, 비공감 의견은 30.0%였다. 누가 보더라도, 이 설문은 3차 재난지원금에 이어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필요성’에 대한 응답자의 인식을 물어보는 것이 골자다. 설문조사에서는 설문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있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동의하는 지를 묻는 데 방점이 찍힌 설문에 ‘전 국민 지원’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설문에 공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68.1%) 중에는 ‘4차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맞춤형 선별 방식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응답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의도성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일종의 여론 조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설문이 되려면 다음과 같이 구성돼야 한다. “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공감하십니까? + ➁ 지원한다면, ‘전 국민 대상의 보편 지급’과 ‘중하위 소득계층 중심의 선별 지급’ 중 어디에 공감하십니까?” 이렇게 정확한 설문으로 제대로 조사한다면, ‘전 국민 지원에 대한 공감’보다 ‘중하위 소득계층 지원에 대한 공감’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 재난지원금, 어떤 원칙이 필요한가?


코로나19 재난은 태풍이나 지진 등의 재해로 인한 피해와 성격이 다르다. 태풍 등의 재해가 일시적이고 국부적인 피해를 초래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경제와 복지 전반에 걸친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피해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피해에 대한 지원 대책도 단순 보상 방식을 넘어서는 경제복지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적이 있는 지원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복지국가의 사회보장(보편적 복지) 원리이고, 다른 하나는 일회적으로 적용되는 기본소득 원리이다. 


복지국가의 사회보장 원리는 사회구성원 누구라도 실업.질병.산재.은퇴.출산.육아 등의 각종 사회적 위험에 처했거나 복지(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 놓였을 때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보장 제도(사회보험+사회수당+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제도(보육+교육+의료+요양+주거+직업훈련 등)가 보편적 원리에 따라 제도화된다. 반면에 기본소득 원리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필요의 크기와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충분한 금액을 아무 조건 없이 모두에게 지급함으로써 사회구성원 모두의 실질적 자유를 구현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이해 기본소득은 5가지 요건(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충분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코로나19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경제와 복지 전반에 걸친 지원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 제공도 평소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의료와 요양뿐만 아니라 장애인 복지나 보육·교육 등의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해 추가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기본소득 원리가 제도화된다면 논리적으로 정부 재정의 한계로 인해 사회서비스 분야의 상대적 약화가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가령, 완전기본소득이든 부분기본소득이든 재정의 막대한 부분을 현금으로 매달 지급하게 되면 정부 재정 능력의 약화로 인해 재난에 대처할 여력은 사실상 없어진다. 


그러므로 코로나19 재난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복지국가의 사회보장 원리에 따른 맞춤형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4월 경기도가 도민 모두에게 개인당 10만 원씩 지급한 재난기본소득 방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재명 지사와 그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나는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재난기본소득 방식(이는 기본소득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명백하게 ‘가짜’ 기본소득이다!)을 재난지원금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지사의 방식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의 올바른 원칙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의 원칙(기준) 3가지를 살펴보고, 왜 이재명 지사의 방식이 복지국가의 사회보장(보편적 복지) 방식에 비해 열등한 것인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이재명 지사의 방식은 ‘복지 효과’가 열등하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동일한 재정을 지출할 경우에는 현금 지급뿐만 아니라 돌봄·보육·의료·요양 등의 사회서비스 필요에 대한 재정 지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금이든 사회서비스든, 지원의 필요가 큰 사람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재정 지출의 복지 효과가 커진다. 복지국가의 사회보장(보편적 복지) 원리에 따른 맞춤형 선별 지원이 기본소득 방식의 획일적 지원보다 복지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가령, 실업의 경우 고용보험(연간 약 10조 원 소요)의 실업급여는 월 160만~198만 원인데 비해, GDP의 10%짜리 부분기본소득(연간 200조 원 소요)도 지급액이 1인당 월 32만 원에 불과하다. 기본소득 방식의 지원은 모두에게 지급되는 소액에 불과하므로 필요 충족의 ‘복지 효과’가 작다.


둘째, 이재명 지사의 방식은 ‘경제 효과’가 열등하다.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사회보장) 방식은 코로나19 재난 등을 포함한 각종 경기 침체 때 한계소비성향이 큰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 경기 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지고 빈자가 많아지기 때문인데, 이럴 경우 고용보험과 공공부조의 작동으로 정부 측에서 가계로 재원의 이전이 늘어나고, 이것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됐을 때는 고용보험과 공공부조 지출은 줄고 세수는 늘어나므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경감된다. 이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의 경기조절 기능이다. 그런데 기본소득 방식의 지원은 고소득층까지 포함한 모두에 대한 무차별적 동일 지원이므로 소비 진작의 경제 효과가 작다. 게다가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매달 동일 금액을 지급하므로 경기조절 기능도 없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재난지원금으로 10조 원을 지출하기로 했을 경우, 이재명 지사의 전 국민 지급 방식은 소득하위 50%에 대한 선별 지원에 비해 경제 효과가 열등하다.


셋째, 이재명 지사의 방식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열등하다. 기본소득 방식의 무차별적 전 국민 지원은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사회보장)에 따른 맞춤형 선별 지원보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다. 똑같은 금액을 모든 개인에게 나눠주는 획일적 평등 급여 방식인 기본소득보다 소득계층에 따른 형평 급여 방식인 복지국가의 보편적 복지(사회보장)가 재정 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에서 더 유리하다. 가령 10조 원의 재정을 지출할 경우, 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고 전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나눠주는 것보다 소득하위 50%에게 두텁게 몰아주는 것이 소득재분배 효과에서 훨씬 유리하다.


# 코로나19 유행 단계와 3차례 재난지원금의 성격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은 2월 20일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이 추세는 3월말까지 지속됐으며, 4월 중순쯤 안정을 찾았다. 1차 유행 당시, 일일 신규 확진자 수의 최다 기록은 909명이었다. ‘2차 유행’은 8월 15일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수도권의 확진자는 145명이었고,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에 대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서둘러 상향 조정했다. 이후에도 이 추세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가 11월 19일부터 ‘3차 유행’이 선포됐다. 그날 300명 대의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11월 24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현재 거리두기는 수도권과 부산에서 2.5단계이고 나머지 지역에선 2단계다. 


내가 이렇게 코로나19의 유행 단계를 월별로 확인한 것은 재난지원금의 정책과정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먼저,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과정부터 살펴보자. 2월 하순과 3월에 걸쳐 코로나19 1차 유행이 발발하자, 2020년 3월 30일 정부는 소득하위 70%에게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것도 애초에 정부는 소득하위 50% 가구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길 희망했으나 소득하위 80%까지 지원할 것을 주장하는 여당과 줄다리기 논의 끝에 양측이 소득하위 70% 지원을 합의했던 것이다. 4월 16일 당정 간의 합의 내용에 따라 정부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정부와 합의했던 소득하위 70%가 아니라 ‘전 국민 지급’을 요구했다. 그 내막은 이렇다. 4.15 총선 10일 쯤 전에 당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갑자기 기존의 당론을 깨고 국민 모두에게 5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이에 맞서 여당도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이 현금 포퓰리즘 경쟁을 했던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긴 시간 동안 줄다리기 토론을 통해 합의했던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한 지원 방침이 뒤집힌 것이다. 


번복할 논리적 명분이 필요했다. 이때 정부여당이 내놓은 묘안은 “고소득층에 대한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4월 29일 국회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했다. 서둘러 정부는 전 국민에게 가구별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 재원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법률 제·개정 등의 법적 보완 작업도 추진했는데, 이는 소득세법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기부한 사람에게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한 결정을 법률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렇게 해서 1차 재난지원금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270만 가구에 대해서는 5월 4일부터, 일반 국민들에게는 5월 11일부터 신청을 받아 5월 13일부터 지급됐다. 


1차 재난지원금은 총 14조 4천억 원이었고, 가구원 수에 따른 차등 지급액(주민등록 세대 기준)은 1인 가구 40만 원, 2인 60만 원, 3인 80만 원,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이었다. 수령 방식으로 신용·체크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중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3개월 기한 내에 소비해야 했고, 기간 내 소비하지 않을 경우 기부금으로 간주됐다. 나는 ‘전 국민 지급’을 위한 묘안인 기부방식이 논리적으로 옳은 것이길 기대했다. 그래서 10% 이상은 기부하길 희망했다. 그래야 기부방식이 국면 전환을 호도하기 위한 속임수가 아니라 정당한 정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참혹했다. 99% 이상의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수령했고, 그야말로 전 국민 지원이 되고 말았다. 


2차 재난지원금은 1차와 성격이 달랐다. 코로나19 2차 유행(재확산)의 성격이 1차 유행과 달랐기 때문이다. 1차 유행은 2월 하순 경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됐다가 3월 말을 기점으로 대체로 수습됐다. 그래서 4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 재난지원금 소비를 위한 방역의 여건이 조성됐다. 그런데 8월 15일부터 시작됐던 2차 유행은 발생의 규모가 크진 않았으나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간 지속됐다. 자유로운 소비 생활을 할 수 있는 방역의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집한 제한·금지 조치로 인해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날로 커져만 갔다. 2차 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 목적이 아니라 정부의 방역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본 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맞춤형 선별 지원으로 결정됐다. 이를 위해 9월 22일, 7조 8천억 원 규모의 제4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당시에도 이재명 지사는 끈질기게 재난기본소득 방식의 제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정은 이 요구를 명백하게 거절했으며, 여야 합의를 통해 비교적 ‘잘 구성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294만 명의 소상공인 지원에 3조 3천억 원이 잡혔다. 연 매출 4억 원 이하의 피해 업종에 100만 원씩, 식당과 카페 등 집합제한 업종에 150만 원씩, PC방과 학원 등 집합금지 업종에 200만 원씩을 지원했다. 70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지원에 6천억 원을 지출했다. 청년특별구직지원금, 중학생 이하 아동 가구 지원(1조 3천억 원), 통신비 지원, 생계위기가구 지원 등이 함께 이루어졌다. 


3차 재난지원금 정책과정도 격렬했다. 이때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공세는 계속됐다. 그는 경기도의 1차 재난지원금이 매우 큰 정책적 성과를 냈다고 공언하면서 한 국책연구기관의 비판적 연구결과를 직설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정부를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1차와 2차 재난지원금의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양자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면서 2차 재난지원금의 맞춤형 선별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당정은 야당의 동의하에 3차 유행(재확산)으로 피해를 본 계층에 대한 ‘맞춤형 선별 지원’을 확정했다. 12월 2일 야당이 제안한 대로 ‘3차 재난지원금’ 3조 원을 본예산에 포함해 총 558조 원 규모의 2021년도 본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3조 원 + 알파’라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왜냐하면 11월 19일부터 시작된 3차 유행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고통이 심한 사람들은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집합 제한.금지 조치로 인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200만 원 또는 300만 만 원의 일시적 재난지원금 지급에 그치기 때문이다. 당장 큰 문제는 임대료 부담이다. 기존의 ‘착한 임대인 운동’은 확산되지 못했고, 혜택을 보는 경우가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불공평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가 임대료 문제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대두됐고,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위의 두 가지 방안은 모두 올바른 해법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임대료 직접 지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결국, 정부여당은 3차 재난지원금에 정액의 임대료 지원을 추가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3차 재난지원금은 9.3조 원 규모로 결정됐다. 하지만 직접 지원액은 6.1조 원 수준으로 2차 재난지원금에도 못 미치는 규모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분석에 의하면,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집합금지/제한/일반 각 300, 200, 100만 원씩, 4조1천억 원), 폐업 소상공인 재도전·취업 장려금(1천억 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돌봄노동자·법인택시기사 소득안정 지원금(5천억 원), 근로자 고용유지 지원금(9천억 원), 구직자 취업지원금 및 직접일자리 사업(4천억 원), 긴급복지(1천억 원) 등으로 총 6조 1천억 원이다.


# 재난지원금 정책의 올바른 방향


3차 재난지원금은 9.3조 원이지만 소상공인 융자 확대 및 보증료 경감 같은 대출 지원, 의료기관 지원 같은 방역 강화, 지역사랑·온누리 상품권의 조기 집행 등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제외하고 실제 지급되는 금액만 따져보면 2차 재난지원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2차 유행보다 심각하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추가적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는 데 이견을 달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나는 4차 재난지원금을 지지한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의 공격적인 정치적 주장으로 인해 지원 방법을 놓고 논쟁이 다시 벌어졌다. 그렇다면 향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이 부분을 살펴보자. 


4차 재난지원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 효과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KDI정책포럼에 실린 논문 <1차 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은 이번 논의에 많은 도움을 준다. 이 논문은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증대 효과를 카드매출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의 결과,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증대 금액은 약 4조 원 내외였는데, 이는 투입 재원의 26-36%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소비가 아니라 부채 상환이나 저축으로 잠겼다. 


게다가 이 연구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증대 효과는 한시적이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인 5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소비가 크게 늘었다가 이후 소비증대 효과가 작아지고, 3개월 차에는 소비증대 효과가 거의 소멸됐으며, 8월초부터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8월의 소비 감소는 예정된 소비 계획을 재난지원금을 계기로 미리 집행해서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된다. 또, 업종별 매출액 증대 효과도 이재명 지사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전년 동기 대비 소비가 (준)내구재 10.8%, 필수재에서 8% 늘어난 반면, 대면서비스업 3.6%, 음식업에서는 3.0%만 늘었다. 여기에서 소비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요인은 현금 지급이 아니라 방역의 성공임을 알 수 있다. 감염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은 소멸성 현금을 지급해도 대면 소비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방식을 강하게 주장한다. 그는 1차 재난지원금 당시 경기도민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지급액 대비 1.85배의 소비효과를 견인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KDI 연구결과와 크게 다르다. “재난지원금 10만 원을 주면 18만 원을 쓴다”는 경기도 주장과 “10만 원 중에서 3만 원만 소비하고 7만 원은 저축하거나 빚을 갚는다”는 KDI 주장 중에서 어느 게 옳을까? 나는 KDI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근거는 3가지다. 첫째, 경기도는 방역 상황이 개선된 이후에는 유행 시기에 위축됐던 소비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추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빼먹었다. 2~4월의 소비 감소가 감염 상황이 개선된 5월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했던 것은 비현실적이다. 둘째, 이연 소비(보복 소비)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2~4월 동안 돈을 덜 썼다면 방역이 좋아진 5월 이후에는 미뤄뒀던 소비를 한꺼번에 실행하는데, 이 효과를 계산에 넣어야 한다. 셋째, 해외 연구들에서 나타난 공통된 결과는 재난지원금 같은 소비 쿠폰의 소비 효과가 20~40%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재난지원금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복지국가의 보편적 사회보장 원리에 부합해야 한다. 복지, 경제,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좋은 방식이라야 한다. 필요한 곳에 충분하게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사례도 참고하는 게 좋겠다. 결국, ‘맞춤형 선별 지원’이 정답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역의 성공인데, 이게 가능해지려면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방역을 위해 영업을 제한 또는 금지당한 중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 이들에게 피해의 대부분을 뒤집어쓰라고 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기 때문에 방역에 대한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래서 독일은 지난해 12월 봉쇄 단행을 대비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 등 고정비용의 90%까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여기에 약 14.8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피해 맞춤형 지원을 보다 두텁게 해야 하고, 방역 상황의 개선 이후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복지·경제·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큰 방식으로 소득계층별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설계하면 된다. 나는 어떤 경우라도 소득상위 20~30% 계층에게 정부 재정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반대한다. 이것은 재난지원금 지급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상위 소득계층을 제외하고 하위 소득계층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게 옳다.


어떤 사람들은 방역 상황이 개선되면 소비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KDI 연구결과에 의하면, 상위 소득계층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소비를 더 크게 줄이고, 상황의 개선 후엔 소비를 크게 늘리는 경향이 있다. 상위 소득계층이 소비를 크게 줄인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염 확산 상황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감염 상황이 좋아지면 3차 유행 시기 동안 소비를 줄였던 상위 소득계층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지연 소비(보복 소비)에 나설 것이고, 이들의 소비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책 효과와 정의·공정을 위해 정부 재정을 잘 지출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역시, 철저한 방역이 소비 진작의 전제조건이다. 이 사실은 식당·미용실 같은 서비스업종이 1차 재난지원금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통해 모든 가구의 소득을 늘려주는 것만으로는 대면 서비스업종의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피해업종과 이들 업종의 종사자들에 대한 직접 지원 중요하다. 여기에서 임대료 지원이 핵심 사안인데, 4차 재난지원금에는 ‘정률의 임대료 지원’(3개월 치) 방안을 포함하는 게 좋겠다. 일본의 경우처럼 월세 400만 원 이하라면 3분의2를, 그 이상의 구간에서는 3분의1을 지원하는 방식을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지원 방안을 정할 수도 있겠다. 


오는 4월 치러지는 두 곳의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이 이재명 지사가 던져놓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이라는 망국적 포퓰리즘의 미끼를 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지사가 던진 ‘질 낮은 낚싯밥’은 아무도 손대지 말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냥 소멸되도록 내버려두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 우리 정치가 이런 질 낮은 포퓰리즘의 늪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바램이다. 4차 재난지원금은 독일 등의 경우처럼 ‘피해 맞춤형 지원’을 보다 두텁게 하고,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면 소득상위 20~30% 계층을 제외하고 하위 소득계층에게 더 두텁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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