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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04] 극단 동숭무대, 임정혁 연출 '고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1-17 14: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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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동숭무대소극장에서 극단 동숭무대의 히로시마 고야 작, 김탄일 번역, 임정혁 각색 연출의 <고도>를 관극했다.


김탄일은 공연기획자 겸 번역가다. ◇ 98_ 2000년 셰익스피어 연극상설무대 주최,  98_ 99년 민족음악 일본종단페스티발 한국단체참가 코디네이팅. 2003년 극단 여행자 “한여름밤의 꿈” 일본동경 [300인극장] 공연 코디네이팅. 2004년 한국예총주최 소년원 전국8개도시투어공연 [가스펠] 사업주관, 2005년 극단 靑年劇場 : [총구] 전국 14개도시 순회공연사업, 2006년 순천시립극단 한일공동제작사업 [약초꾼 두리의 비밀] 제작주관, 2007년 [21세기연극인네트워크 사업 : 드라마 리딩 페스티발] 주최 등을 기획했다.


임정혁은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동숭무대 대표다. 대한민국 연극 네트워크사업단 대표, (사) 3대 서울 연극협회 이사, (사)한국 소극장 협회 이사, 서울 단편극페스티벌 위원장을 역임하고, 중요 무형문화제 제 90호 이수자다. 연출작으로는 <청춘예찬> <비닐 우산은 하늘이 보인다> <시선> <지금 우리는> <고도> <노킹> <흐르지 않는 시간> <몽환곡> <내 그리운 사람아> <명주를 부탁해> <백수의 꿈> <오셀로>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 등이 있다.



연극의 원제는 <사라예보의 고도>다. 사라예보 사건은 1914년 6월 28일 현재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위 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폰 외스터라이히에스테 대공과 조피 초테크 폰 호엔베르크 여공작 부부가 청년 보스니아라는 민족주의 조직에 속한 18세의 청년이자 대학생이었던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된 사건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사라예보의 고도는,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극중극으로 담았다. 연극은 고고와 디디라는 배우들이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다리를 저는 고고가 무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반면, 연출자 겸 배우 디디는 관객이 들지 않는 연극의 현실에 회의를 느낀다. 두 사람의 논쟁은 극장 밖 현실에 관한 규정으로 이어진다. 고고는 “바깥은 전쟁 중”이라며 “총소리가 들린다”고 하지만, 디디는 “그건 착각이자 환상”이라고 반박한다.


작품은 2004년 타계한 영민한 평론가 수전 손태그를 떠올리게 한다. 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지성으로서 사회운동에 깊이 참여했던 손태그는 93년 내전의 한복판 사라예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렸다. 세계의 반전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사라예보의 고도’는 반전 메시지보다 전쟁 같은 현실에서 연극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는다. 금번 공연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나라가 공포 속에 휩싸여 있을 때 펼치는 공연이니 비교가 된다.



무대 바닥에는 조명장치를 하기 위해 조명기구와 사다리 그리고 색상 별 세르팡지가 무대에 깔리고,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볼 수 있는 나무 한그루가 세워져 있다. 후반에 사다리와 목을 맬 밧줄이 등장한다.


연극은 시작이나 예고도 하자 않고 출발한다. 극중 이들이 연기하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상황은 내전의 상황, 열악한 환경에서 연극을 하며 희망을 기다리는 인물들의 처지와도 맞닿아있다. 연극의 배경은 끔찍한 내전이 있었던 1990년대의 사라예보다. 전쟁 중에서도 공연을 할 수밖에 없는 고고와 디디는 연극‘고도를 기다리며’의 마지막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그때, 죽은 줄만 알았던 고고의 아내 마리마가 만삭의 몸을 한 채 찾아온다. 마침 마리마가 나타나 그의 죽음을 막고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고고는 애써 그녀를 외면하며 마지막 공연을 준비한다. 모두가 전쟁이 아니라고 하는데 홀로 전쟁 중이라고 하는 고고. 어쩌면 그의 말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경쟁 사회는 총알이 날아다니지 않을 뿐,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하는 병원균이 전쟁처럼 다가온 상황이라 더욱 실감이 난다.


그 치열한 전방에서 총자루를 붙들지 않고 대신 대본을 선택한 고고와 디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좌절의 상황에서 그들은 연기를 하며 본업인 연극을 계속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공연은 완성도의 여부를 떠나 무대 전체에서 진정성과 공감대가 느껴짐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대단원은 마리마가 떠난 후 고고가 사다리에 올라 밧줄에 목을 매는 장면이 펼쳐지고, 암전되었다가 조명은 “고도를 기다리며”에 세워놓은 나무에 조명이 집중되면서 공연은 끝이 난다.



원완규, 한상철, 오수윤, 정찬희가 등장해 성과 열을 다한 연기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프로듀서 나일봉, 조연출 김규섭, 조명 정찬희, 무대감독 한재진, 포스터디자인 이세희, 조명오퍼 김기주, 음향오퍼 박범준, 기획 나일봉, 홍보 오택조 하지연, 진행 홍동규 박예랑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동숭무대의 히로시마 고야 작, 김탄일 번역, 임정혁 각색 연출의 <고도>를 당시 사라예보의 상황과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견될 뿐 아니라, 원작을 능가하는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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