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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06] 극단 코너스톤, 이철희 작/연출 ‘ 외경 外經 Apocrypha’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1-22 1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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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교 여행자극장에서 극단 코너스톤의 이철희 작 연출의 외경(外經, Apocrypha)을 관람했다.


이철희는 배우이자 벽산희곡상 당선작가다. 훤칠한 모습에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저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외경>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외경(外經, Apocrypha)은 성경 편집과정 중 본편에 수록되지 못한, 배제된 경전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 의미는 기독교의 교파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다. 정교회는 그리스어로 쓰인 70인역 성경을 기준으로, 가톨릭은 그걸 라틴어로 옮긴 불가타 성경을 기준으로, 개신교는 종교개혁 당시 히브리어 판본이 남아 있던 타나크 성경을 기준으로 구약을 정했기 때문이다.


외경과 비슷한 단어로 '위경'이 있는데, 외경과 위경의 차이에 대해서는 종파마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종파 안에서도 다소 혼란이 많은 상태다. 일례로, 가톨릭 대사전에서는 Apocrypha를 위경으로 번역했고, 전례사전에서는 외경으로 번역했다. 이러한 책들을 '비경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단 편의상 나무위키에서는 '종파 간에 논란이 있는 문서'는 외경으로, '대부분의 종파가 의견이 모아졌으면' 위경으로 분류했다.



연극 외경(外經, Apocrypha)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문 2인극으로, 구약의 창세기를 모티브로 시작해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고, 당연히 뱀이 등장해, 우화 같은 내용 속에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뱀이 사람과 섞이고, 사람의 체내로 들어가기도 하면서 두 남녀의 이야기가 창세기 당시의 상황과 21세기 현재의 상황처럼 비유되면서 천국과 지옥, 악마와 천사가 사실은 동일함을 극적으로 표현해 낸다. 


무대는 화장실 같은 허름한 장소다. 청소도구함이 배치되고 빗자루, 막힌 물 뚫는 기구, 휴지가 잔뜩 담긴 버킷, 그리고 객석 가까이에 조그만 화분에 식물의 싹이 심어져 있고, 그 앞에 흰 분말이 수북하게 쌓였다. 배경에 조그만 창 같은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고연이 전개되면서 이 조그마하고 초라한 화장실이나 헛간 같은 장소가 지옥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나중에 똑같은 장소가 천국처럼 느껴지도록  연출된다.


국립극단에서 활약한 연기파배우 김정환의 호연과 미모의 여배우 곽성은이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문성환과 신민경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무대 남경식, 조명 신동선, 사운드디자인 최환석, 움직임 이경구, 그래픽 박현정, 홍보기획 구선정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코너스톤의 이철희 작 연출의 외경(外經, Apocrypha)을 새로운 표현방법과 출연진의 호연으로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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