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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15] 극단 달팽이주파수, 이원재 각색/연출 '고시원'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2-18 01:48:38
  • 수정 2023-02-15 07: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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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자문위원 

혜화동 씨어터 쿰에서 극단 달팽이주파수의 윤기훈 작, 이원재 각색 연출의 <고시원>을 관람했다.

윤기훈은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드라마스쿨을 거친 작가이자 연출가이다. 현재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이며 경계없는 예술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작품으로는 <종이달> <피나노프로테 나의 사랑> <덴빈 탑 고시원> <가로등이 전하는 이야기>, <달세계로의 여행>, <벽 이야기> 등을 발표 공연했다.

이원재는 세종대학교 대학원 영화예술과 출신이 배우이자 연출가다. 장수상회, 인싸이드, 해방의 서울, 애쉬, 신난기, 고시원 등에 출연하거나 연출을 한 장래가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무대는 고시원의 내부다. 하수쪽에 주방과 전자기기, 냉장고가 배치되고, 상수 쪽에는 안락의자와 소파가 배치되었다. 배경 가까이 통로가 있어 하수 쪽은 출입문, 상수 쪽은 화장실로 통하고, 무대 양쪽에 각기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

고시원의 정의는 '구획된 실(室)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의 영업'을 뜻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학원가와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기초적인 수준의 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는 주거 공간 겸 학습 공간을 원하던 고시생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지금은 저렴한 방을 원하는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는 셰어 하우스(Share House) 개념으로 변하면서 주거자의 주 연령층도 젊은 고시생에서 이미 중~노년에 접어든 사람들 위주로 바뀌었다. 물론 학원가, 대학가에서 고시생, 대학생만을 받는 고시원도 여전히 존재하며, 저렴한 임차료 때문에 원룸이 부담스러운 대학생이나, 1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잠깐 묵을 곳이 필요한데 호텔, 모텔의 장기 렌트는 부담되는 사람들이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시원 하면 생각하는 비좁고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시텔(고시원+호텔)이나 아예 고시원이 연상되지조차 않도록 레지던스라는 상호로 영업하는 곳이 많으며, 방 안에 개인 샤워기와 세면대, 변기가 들어있는 곳은 원룸텔(원룸+고시텔)이라는 상호를 내세워 해당 시설이 좋음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 밖에도 리빙텔이나 레지던스 등의 이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고시원 자체가 딱 몸뚱이만 들어갈 수 있는 주거공간(2평 내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생활을 할 경우 일부 불편할 수도 있다.

최근 고시원은 라면정도가 무료 제공된다. 좀 더 좋은 곳은 다양한 종류의 라면과, 밥, 김치가 무료 제공되며, 대학가 근처나 일용직 종사자 등이 많이 밀집한 근처의 고시원은 국과 반찬까지 매일 제공해주어 그 안에서 삼시세끼 밥먹는 데는 추가비용이 들이 않는다. 무료지만 대신 건강에 좋은 편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설정된 서울의 한 고시원, 고시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살아가고 있다. 하는 일 없이 종일 빈둥대는 중년의 도연, 래퍼를 꿈꿨으나 현실은 주차 알바 요원인 종섭, 노점을 운영하는 명옥, 순수한 영혼의 고시원 주인집 아들 주환, 정체를 알 수 없는 끝방의‘뽕쟁이’ 등. 어느 날 고시원에 묘령의 낯선 여자 조지아나가 찾아오고, 이들은 인생 밑바닥에서 희망을 일지 않기 위해 더욱 애쓰기 시작한다. 등장인물 각자의 성격과 처지 그리고 모습이 소개가 되고, 상호간의 일상과 생활이 펼쳐지면서 고뇌와 고통이 소개가 되면서 단점까지 노출이 된다. 

물론 어떤 인물인지 짐작을 할 수 없는 끝방 사람이 있기는 하다. 이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기는 하지만 서로 가까이 지내면서 개개인의 사정이 묘사된다. 어느날 노점상 여인의 지갑이 없어지면서 몰래 가져간 사람을 찾으려고 한사람 한사람 혐의을 둔다. 마침 고시원을 떠나려던 조지아나가 가장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모두 모여든 자리에서 끝방의 뽕쟁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소식을 전해온다. 그리고 지갑을 잃은 명옥에게 그보단 휠씬 많은 현금이 뽕쟁이로부터 전달된다. 

모두들 명옥의 처지가 좋아진 것을 기뻐한다. 애리조나에서 왔다는 조지아나는 술집 접대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처지를 비관해 생을 마무리 하려는 결심을 한 것을 중년의 도연이 미리 알아차리고, 그게 길이 아니라며 새 길을 찾으라며 말린다. 조지아나는 홀로 남아 통곡을 한다. 연극의 도입에 나오는 태평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인가”가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고시원의 터주대감 도연 역에는 공찬호와 이원재가 더블 캐스팅 됐으며, 래퍼의 꿈을 안고 상경한 종섭 역은 강일경, 김준표가 맡았다. 자폐를 가진 고시원 총무 주환 역은 이주한, 임준호가, 명옥 역은 이윤수, 조지아나 역은 김민경이 출연한다. 그리고 의문의 남자 끝방 역은 한동희, 김동명이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이 관객을 극 속에 빠져들게 한다.

드라마투르기 송천영, 조연출 정인지, 무대디자인 강지덕, 음악감독 박민수, 조명감독 정태민, 캘리그라피 김 결, 소품지원 황순연, 기획 이주한 한도의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달팽이주파수의 윤기훈 작, 이원재 각색 연출의 <고시원>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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