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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116] 극단 완자무늬, 김태수 연출 '지대방'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2-19 03:43:25
  • 수정 2023-02-15 07: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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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자문위원 

혜화동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극단 완자무늬의 원담 승 작, 김태수 연출의 <지대방>을 관람했다.

원담(1926~2008) 스님은 1933년 7살에 수덕사 초대 방장인 벽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벽초의 은사였던 만공 선사를 시봉하며 선지를 닦았다. 조선 500년의 억불숭유로 완전히 피폐해진 우리나라의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 선사의 법을 이은 만공 선사로부터 직접 탁마한 이 시대 마지막 선승이다. 만공 선사는 보월, 금봉, 고봉, 금봉, 우화, 효봉, 춘성, 금오, 전강, 성철, 청담, 법희, 입엽 선사를 비롯한 근·현대 한국불교의 고승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선사다.

원담 스님은 한국 선불교를 반석에 올린 만공 선사를 직접 시봉하면서 만공 선사의 서원에 따라 3년 동안 간월암에서 8·15 광복 3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1천일간 스승 벽초와 함께 서산 간월암에서 기도 정진을 했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 절에 들어간 동진 출가자로서 천진무애한 모습을 보여 한국 불교계에서 대표적인 ‘천진불’로 꼽혔다.

한국 선불교의 기둥인 경허-만공-벽초의 법맥을 이은 그의 서예는 우리나라 최고의 선필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태수는 완자무늬의 대표이자 연출가다. 수레바퀴, 살인놀이, 선, 문득 멈춰서서 이야기하다, 브라질리아, 그럼 우린 뭐야, 아리랑정선, 도살장의 성요한나, 도라산 아리랑, 뜰 앞의 잣나무,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멋지게 이룬 모든 것들, 병자삼인, 지대방, 천안함 랩소디, 의자는 잘못 없다, 세 자매 등을 연출한 현재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이다.

지대방은 판도방이나 다름없다. 스님들이 겨우내 동안거를 하며 함께 지내는 승방이다. 무대는 무대 중앙에 사각의 방을 한 단 높이로 만들고, 배경에 6폭 병풍 같은 문을 해 달고, 방 주변, 배경과 무대 좌우 그리고 객석 앞까지 통로로 설정된다. 방 가운데에는 스님들의 옷을 걸어 놀 수 있도록 발을 단 긴 막대를 늘어뜨렸고, 서랍장을 배치하고 그 위에 이불을 올려놓도록 했다. 주변 통로에는 나무를 심어놓았고,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장독대를 배치해 이웃 비구니 암자의 장독대로 설정된다.

지대방에는 겨울 동안거 동안 노장 허운 스님,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젊은 돈조 스님, 그리고 장정 혜산 세 스님이 함께 기거를 한다..
소년티가 벗지를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뚝심을 보이는 돈조 스님.

늦깍이로 입문하였지만 구도의 치열을 보이는, 혜산스님. 그리고 경륜과 불도를 검한 노장 허운 스님의 성격이 드러나고, 상대와의 갈등과 화합이 연출된다. 빨래 감을 두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라든가, 동안거 해제 후의 계획을 말하며, 대오각성한 승려인 듯싶은 행동을 보이는 혜산 스님에게 과거 숙박업소에서 포르노를 시청한 사실이라든가, 돈조 스님이 해제 후 육식을 하고 싶어 목록을 적어놓은 것을 들키는 등 일반인과 다름없는 모습은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여기에 선방인 무문관에 새로 들어가 깨달음을 얻겠다는 우지라는 스님 한명이 엄청난 배낭을 짊어지고 등장한다.

그러나 무문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차례도 중요하지만, 노장스님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동안거 해제가 되자, 스님들은 각자 외부로 나갈 행장 금을 지급받는다. 젊은 스님의 제안으로 행장 금을 놓고 화투판이 벌어지고, 노장스님이 독식을 하지만, 나중에 모두 돌려준다.

마침내 무문관에 들어가 6년 결사를 하던 '무문관의 신화' 도문 스님이 6년을 며칠 앞둔 채, 스스로 결사를 풀고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드디어 도문스님이 나오기로 한날 수많은 대중들을 남겨둔 채 도문스님이 잠적한다. 무문관의 신화가 갑자기 사라는 것이다. 크게 발심한 혜산스님은 노장 허운 스님의 승낙으로 무문관에 들어가게 되고 우지스님은 도문스님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모두 떠난 밤, 허운 스님과 돈조 스님이 솔 술을 소반에 놓고 잔에 따라 마시려고 할 때, 지대방에 인기척이 다가든다.

누구십니까? 하고 물으니, 도문입니다 하는 대답에서 암전된다. 마지막 장면은 문을 열어놓은 지대방 배경 가까이에서 노장 허운 스님과 젊은 돈조 스님이 달빛을 받고 서있는 모습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이봉근이 노장 허운 스님, 송민길이 장정 혜산스님, 여배우 조윤선이 젊은 돈조 스님, 최성규가 우지 스님으로 출연해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은 물론 열연에 이르기까지 진짜 스님이 아닌가 할 정도의 연기력을 발휘한다. 이봉근과 조윤선의 호연은 기억에 남는다.

조연출 최승열, 무대감독 우창선, 조명 정일만, 무대제작 박재운, 기획 홍보 김현주, 음향오퍼 조하온, 조명오퍼 박경원, 목소리 강태영 이세희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완자무늬의 원담 승 작, 김태수 연출의 <지대방>을 장기공연을 해도 좋을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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