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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17] 극단 아트맥, 고건령 각색 연출 '봇물은 터졌는디'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2-24 07:46:08
  • 수정 2023-02-15 07: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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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씨어터 쿰에서 극단 아트맥의 이명희 예술감독, 천승세 작, 고건령 각색 연출의 <봇물은 터졌는디>를 관람했다.

예술감독 이명희(1955~)는 서울연극협회 양천지부 회장이자 극단 아트 맥의 대표다. 이명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의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다. 작은 사랑의 멜로디(뼈다라사 작), 쥐덧(아가사 크리스티 작), 어머니(막심 고리끼 작), 환타스틱스(톰존스 작), 말괄량이 길들이기(윌리엄 세익스피어 작), 백치(토스토에프스키 작),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작) 등 80여편의 연극에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영화로는 애원(이수성 감독, 주인공 엄마 역). 불타는 정무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겨울 애마, 겨울이야기, 내일로 흐르는 강, 살아내기 등 10여편 출연해 역시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TV 방송에서는 문화가 산책 가상드라마 6편(KBS), 동업의 끝(KBS 베스트 극장), 병원24시(SBS)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고, 방송 MC로는 여성시대(동아TV), 두여인(G-TV) 등 그 외의 다수 작품에 MC로 활동했다. 무대 MC로는 청소년 국악제 MC(10회까지), 고 김정연 선생 추모무대(문예회관 대극장), 대보름 국악제(민속박물관), 바람 한자락 소리 한자락(경기민요) 등 다수이고, 라디오에서는 생방송 정오의 가요 쇼 고정 리포더(KBS), 녹음독서(카톨릭 맹인 독서회) 등 활동이 활발한 미모의 명배우다.

천승세(千勝世: 1933-2021) 선생은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났고 소설가이며 극작가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 기자, 문화방송 전속작가, 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제일문화흥업 상임작가, 독서신문사 근무, 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그리고 평론가 천승준의 아우이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점례와 소》가 당선, 또한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와 국립극장 현상문예에 희곡 《만선》이 각각 당선되었다.

한국일보사 제정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창작과 비평사에서 주관하는 제2회 만해문학상, 성옥문화상 예술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인간이 인간을 찾는 정(精)의 세계를 표현한다. 한결같이 인정에 바탕을 둔 인간 사회의 비정한 세계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작품에 《내일》(현대문학, 1958), 《견족(犬族)》(동상, 1959), 《예비역》(동상, 1959), 《포대령》(세대, 1968) 등이 있다. 단편소설집에 《감루연습(感淚演習)》(1978), 《황구(黃拘)의 비명》(1975), 《신궁》(1977), 《혜자의 눈물》(1978) 등이 있고, 중편소설집에 《낙월도》(1972) 등이 있고, 장편소설집에 《낙과(落果)를 줍는 기린》(1978), 《깡돌이의 서울》(1973) 등이 있다. 꽁트집 《대중탕의 피카고》(1983), 수필집 《꽃병 물좀 갈까요》(1979) 등이 있다.

고건령은 전남 목포 영흥고 출신의 배우 겸 연출이다. 이소선 합창단, 극단 수작, 극단 혜화, 극단 경험과 상상에서 활동하고 TV 드라마에 출연했다. <살아내기> <운수좋은 날> <신비의 거울 속으로> <안나에게> <사랑에 관한 세 개의 소묘>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하거나 연출을 했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농어촌을 배경으로 한 천승세의 일군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주목 받는다. 농어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 가운데에는 농촌의 피폐함을 드러내고 고발하기 위한 작품도 있지만, 농어민들의 삶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배경으로 삼은 작품도 있다. 이 작품은 후자 쪽에 해당한다.

한편 이 글에서는 농촌 공동체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물꼬 싸움, 즉 가뭄이라는 자연 재해 앞에서 피해 갈 수 없는 갈등 상황을 설정해 놓고 두 인물을 대립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은 지주와 소작인의 첨예한 갈등이 아니라 애정과 재혼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소 유쾌한 갈등이다. 천승세의 다른 희곡 ‘물꼬’에서도 이 작품과 유사한 모티브 및 사건 전개과정이 발견된다. 덧붙여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처럼 이 글도 상대의 속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외동딸 꼼실이와 함께 떡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사는 과부 꼼실네와 외아들 준섭이를 군대에 보내고 혼자 외롭게 사는 홀아비 돈술이와의 갈등 관계를 풀어나가며 진행된다. 힘들게 모은 돈으로 동네 방죽도 사들인 꼼실네는 마을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물을 나눠 주면서도 돈술이의 논으로 가는 물길을 막아 갈등 끝에 싸움까지 벌인다. 사실 꼼실네는 마음속의 연정을 눈치 없이 외면하는 돈술에 대한 원망 때문에 물길을 막은 것이다.

‘봇물은 터졌는디…’는 지역 간 화합도 도모한다. 사투리가 가진 언어적 가치와 향토적 정서를 이해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기획 의도도 있다. 산업 발전과 더불어 급격하게 이뤄진 가족 해체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된 노인 문제에도 초점을 맞췄다. 고령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인 치매에 대한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도 된다.

각색 작품은 1, 2부로 나누고, 지역개발로 해서 이장의 요구대로 곰실네가 방죽을 마을에 도로 내준 후, 떡집을 하며 사돈 간이 된 돈술과의 말년이 펼쳐진다. 백발이 되도록 곰실네를 따라다니며 패물을 선사하던 박가는, 곰실네의 연모의 정이 돈술에게만 계속되고, 돈술이 치매에 걸리자 돌보는데 정성을 다하니, 박가는 결국 실망한 모습으로 곰실네를 떠나버린다, 대단원에서 중환의 돈술은 마지막으로 곰실네를 알아본 후 숨을 거둔다.

무대는 상수 쪽에 곰실네, 하수 쪽에 돈술의 집이 약식으로 지어있고, 평상을 집 앞에 놓았다. 주변에 장독대와 돌절구가 보이고, 2부에서는 떡집의 내부와 치매 요양원 장면이 연출된다.

이명희, 정영신, 김영인, 김명중, 손정욱, 김은현, 박웅선, 지성근, 이현주, 최진명, 배태민, 윤슬기, 이지윤 등이 날자별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완벽한 방언구사는 물론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제작감독 김한아, 무대 박빛재환, 조명 류성, 음악 김효진, 캘리그라퍼 조자연, 조명오퍼 김준성, 음향오퍼 박찬우, 진행 김영대 김재권 등 스텝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아트맥의 이명희 예술감독, 천승세 작, 고건령 각색 연출의 <봇물은 터졌는디>를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감동적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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