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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18] 극단 프로젝트 그룹 연희공방, 최대용 작/연출의 '삼고초려 三顧草廬'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2-24 07:55:14
  • 수정 2023-02-15 07: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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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선돌극장에서 극단 프로젝트 그룹 연희공방의 최재오 예술감독, 최대용 작 연출의 <삼고초려(三顧草廬)>를 관람했다.

최대용은 부산연극협회에서 활동하며, <소설 라이브 날개> <그뢴홀름 메소드> <가옥의 원> 등을 발표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삼고초려’는 초가집을 세 번 찾아간다는 뜻으로, 진심으로 예를 갖추어 남을 맞이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 말은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정치가 제갈량諸葛亮(181-234)의 〈출사표出師表〉에 나오며, 그 이야기는 명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약 1330-약 1400)이 지은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에 자세하다. 

〈출사표〉는 위魏 나라를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직접 후주後主 유선劉禪(207-271)에게 올린 표문이다.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국충정이 잘 표현되어 있는 천고의 명문인 이 〈출사표〉는 서진西晉 때의 사학가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한 정사正史 《삼국지三國志》의 〈제갈량전諸葛亮傳〉이나 《문선文選》 등 여러 문헌에 수록되어 있다.

동한 즉 후한 말엽, 유비劉備(161-223)는 조조曹操(155-220)를 공격했으나 실패하고 형주荊州의 유표劉表(142-208)에게 몸을 의탁했다. 훗날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 그는 인재를 널리 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형주의 저명인사 사마휘司馬徽(?-208)를 찾아가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청했다. 사마휘는 이렇게 조언했다.

“이 지역에 복룡伏龍과 봉추鳳雛라는 사람이 있는데 둘 중에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소.”

유비는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 본 결과, 복룡이 바로 공명孔明이라는 자를 쓰는 제갈량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양양성襄陽城 서쪽 이십 리 떨어져 있는 융중隆中이란 곳에 은거해서, 초가집에 살며 직접 농사를 짓고 역사서에 정통해 있는 걸출한 인물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곧 자신의 결의형제인 관우關羽(?-219)와 장비張飛(?-221)를 데리고 융중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그 날 공교롭게도 제갈량이 외출하고 집에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며칠 후에 유비는 다시 관우, 장비와 함께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설을 무릅쓰고 제갈량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제갈량은 이번에도 친구와 함께 한가롭게 외출을 하였다. 유비는 할 수 없이 편지 한 통을 써서 남겨두었다. 내용은 자신이 제갈량에 대해 무한한 경의를 갖고 있으며, 아울러 제갈량에게 자신이 나라의 위험을 구하는데 도와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다시 얼마가 지난 후에 유비는 자신의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특별히 사흘 동안 술과 고기를 삼가고 채식을 했으며 아울러 출발하기 전에 목욕을 하고 의복을 갈아입고 세 번째로 제갈량을 방문했다. 이 때 제갈량은 잠을 자고 있었다. 유비는 감히 그를 귀찮게 하지 않고 공경스럽게 섬돌 아래서 인내심을 갖고 그를 기다렸다. 마침내 제갈량은 유비의 성심성의에 감동을 해서 유비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 날 이후로 제갈량은 유비의 최고 모사謀士가 되었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은 후 자신과 그의 사이를 물고기가 물을 만난 사이라고 말했는데, 이로부터 ‘수어지교水魚之交’란 말이 나왔다.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란 뜻으로 물고기는 물을 떠나 잠시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친밀한 관계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훗날 제갈량은 유비를 도와 동쪽에 위치한 손권孫權(182-252)의 오吳 나라와 연합해서 북쪽에 위치한 조조의 위나라를 공격하여 형주와 익주益州를 점거한 후 촉한蜀漢을 세워 오나라, 위나라와 함께 삼국정립의 국면을 형성했다.

연극에서는 제갈량이 승상이 된 후 자신의 수명이 다한 것을 직감하고, 강유에게 자신의 뒤를 이어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에서 30년 전에 유비가 관우, 장비와 함께 자신을 세 번이나 찾아와 함께 나라를 위해 일할 것을 부탁하던 삼고초려 이야기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마친 후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장면에서 마무리가 된다.

분장과 의상에서 관우 장비의 실제 모습과 방불하도록 정성을 들인 것이 눈에 띄고,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기상의 변화를 나타내고, 야전침대 형태의 조형물을 이동배치해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과거 회상장면은 비디오 테이프를 트는 것으로 연출되고, 눈길을 달릴 떼 붉은색 페라리를 운전하고 가는 장면, 그리고 제갈량을 찾아가는 장면이나, 유비 관우 장비가 함께 동행 할 때에는 워킹 패드 세 개를 사용해 러닝 머신위에서 뛰어다니듯 워킹 패드에서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연출되고, 관우의 청룡도 휘두름은 무예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제갈량과 유비를 여배우를 분장시켜 출연시킨 것도 독특하지만 공연자체가 창아기발(創雅奇拔)해 관객의 환호와 갈채가 끊이지를 않는 공연이다.

김형균이 관우, 이원장이 장비, 안수현이 제갈량, 이혜가 유비, 김 율이 강유, 조운, 주창 등 1인 다 역을 한다. 출연진의 분장과 의상 작중인물의 성격설정에서부터 워킹패드에서의 연기가 호연이라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우레보다 큰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명 정채림, 의상 시래(우지숙 우지영) 분장 이선화, 그리픽 김규리, 기술감독 김광섭, 메이킹 김현욱, 프로듀서 이혜정, 기획 김규리 조예희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프로젝트 그룹 연희공방의 최재오 예술감독, 최대용 작 연출의 <삼고초려(三顧草廬)>를 전국순회공연은 물론 중국순회공연도 바람직한 창아기발(創雅奇拔)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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