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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거 정치와 부동산 정책
  •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 등록 2021-02-27 14: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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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이 선거 정치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부동산 정책이 각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TV토론과 후보자들 간 공약 경쟁의 핵심이 되었다. 내년 3월로 바짝 다가온 차기 대권을 위한 잠룡들의 경쟁도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차별화되고 있는 중이다.

# 25번째 부동산 정책의 주요 내용

그런데 여기에 무주택자들 중심의 실수요자 의견은 제대로 정리·반영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진영 간의 이념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중요 요소인 인구구조의 변화나 세계적인 금융 상황, 그리고 교육·노동·산업정책 등이 진지하게 논의되기보다는 학자들과 언론들까지 가세해 피상적인 현상 논쟁과 정치적 책임론에 매몰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 발표와 그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고 착잡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만 4년이 채 되지도 않는 기간에 무려 24번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막기 위한 금융정책이나 투기 억제를 위한 정책이 중심이었다. 김현미 장관 주도로 획기적인 주거용지 공급 대책까지 발표했으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진정되지 않았다.

신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준비한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 공급의 획기적 확대 방안」은 30여 년 전 노태우 대통령이 발표한 <주택 200만 호 공급 정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급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 내용은 도심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급 물량 83만 호>를 확보하며, 이중에 서울에서만 32만 호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물량이라면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며, 서울시 전체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공급 쇼크’ 수준이다.

지금까지 수도권 인구 증가 억제를 중심으로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민주 정부의 맥을 이은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특단의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주요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모으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보기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단순히 자산시장의 진정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 전반의 주거복지 보장과 소득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특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소득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하는 근로 소득보다 많아지면 근로의욕 상실과 사회 안정 등에 심각한 해를 초래한다. 지식과 기술,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대우를 받는다는 신뢰는 노동시장의 정상화와 고부가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구조의 효율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루어 나가야 할 과제다. 더 심각한 것은 신규 주택 수요의 45%를 차지하는 30대가 주거의 불안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영끌”이 가속화되고 있고, 물려받은 재산이 없거나 부모의 도움이 없어 부동산 투자 행렬에 동참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는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했다.

학계와 시민운동으로 활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SH와 LH의 사장을 역임하는 등 이론과 현장 경험을 골고루 갖춘 부동산 정책 전문가인 변창흠 장관은 <도심지역 재개발>이라는 지금까지 진보진영에서 기피하던 정책을 과감하게 들고 나왔다. 땅을 소유한 토지주와 건물주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또 다른 투기 유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 그리고 도심으로의 인구 유입은 결국 다시 수도권의 인구 블랙홀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여러 반대에서 불구하고, 그는 당장 시급한 현실 문제의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도심 내의 대규모 공급은 주로 정비 사업을 통해 추진되었다. 실제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최근 3년간 서울 APT 공급의 68%를 차지했다. 그런데 정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지자체가 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토지주들이 조합을 구성하여 조합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등의 수십 개 단계가 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기본계획 수립에서부터 시작해 실제 착공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조합방식의 적용으로 이해관계 조정에 장시간이 소요돼 진행이 잘 안 되거나 중도에 좌절되면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변창흠 장관은 이런 도시정비 사업을 ‘공공이 직접 시행’하여 평균 13년, 최대 20년 이상 소요되던 기간을 5년 이내로 절차를 단축하고, 획기적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에 개발 이익은 공유되도록 하는 등으로 도시 정비를 민간에만 맡겨 두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투자하고, 참여해 ‘패스트 트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 정비’를 통한 개발은 그래도 개발 수익이 가능한 곳이 대상인데, 도시 정비 사업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의 ‘非정비구역’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 개발을 위해 토지주들의 의견 조정이 쉽지 않고 부지 확보에 애로가 있어 도심지의 슬럼가나 빈민가로 남아있었다.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앞의 쪽방촌과 모래내 시장 인근의 55년 된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인 좌원 상가아파트 등 우리 주변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 어떻게 저런 낡고 낙후된 지역이 남아있을까’ 할 정도로 시장의 논리로는 개발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지역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었다. 불이 나도 도로가 없어 소방차도 들어갈 수 없는 지역, 화장실과 주차장을 넣을 수 없어 젊은이들의 전·월세 대상도 되지 못한 지역, 이미 공장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고 상권도 죽었는데 방치되고 있는 지역,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돼 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과 노인복지시설, 도서관과 체육관, 공용 주차장 등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극히 낮은 지역 등 실제로 주거 용지로 공급 가능한 지역과 개발이 필요한 지역을 찾아낸 것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역세권의 경우, 대형과 소형 건물이 혼재돼 있고, 도로에 접한 건물과 이면 건물 등 소유주들 간의 이해가 상충되고, 또 세입자들의 내몰림 우려도 있었다. 공장이 떠나버리거나 가동이 중단돼 버린 준공업지역의 경우에도 대형 공장주와 소형 공장주 간의 이견이 있고, 사업이 잘 되는 공장과 쇠퇴한 공장, 그리고 인근 지역의 주거시설 소유주 간 갈등도 존재했다. 특히 용적률이나 주민과 건물주 간의 합의가 되지 않고 저층 주거지로 남아 있는 곳들은 소유자들 간의 개발비용 부담 능력의 차이, 월세 수입 의존 고령자 등으로 공동개발이 어려워 노후화가 심화되는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특히 공공재개발은 절차의 간소화뿐만 아니라 역세권의 주거상업 고밀 지구로 개발, 준공업지역의 주거산업 융합 지구로 개발, 저층의 노후주거 지역의 주택 공급 활성화 지구로 개발이 가능해진다. 대상 지역의 토지주 10% 동의로 신청하거나 민간기업·지방자치단체가 LH나 SH 등에 사업을 제안하면, 이들 공기업이 사업의 적정성을 검토해 국토부나 지자체에 복합사업 지구 지정을 요청하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지구’로 지정해 공공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용적률과 건폐율, 그리고 공공기부채납 등 각종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면제를 통해 개발이익을 부여하고, 이들 이익을 적정 배분해 독점이 없도록 공유할 수 있다.

이들 이익은 개발비용 부담 능력이 없는 실거주자에게는 공공자가주택 공급, 다가구·다세대 전세금 반환 부담이 큰 집주인에게는 대출 지원 등을 통해 현 거주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다. 특히, 개발 사업으로 고령 다가구 임대인, 실경영 상가주·공장주 등이 생계 수단을 상실하는 부작용이 없도록 별도의 생계 대책과 지원도 가능해진다.

#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언론과 야당의 반응

이런 획기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부정적이다. 백신 문제를 포함해 일단 대부분의 언론들이 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바라보기 때문에 객관적인 보도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부동산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확보하면 느리게 확보했거나 인구 대비로 모자란다고 비판하고, 확보된 백신의 수량이 발표되면 잘못된 백신을 확보했다고 비판하고, 접종을 시작하려면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는 등의 방식이 이번 부동산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어떤 부동산 정책이 나오더라도 내용에 상관없이 부동산 투기가 가능하도록 투기 억제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에서 공급정책이 없었다고 비판하더니, 31년 만에 처음 있는 획기적 공급정책을 발표하니, 이번에는 부동산 거래세를 완화해야 한다거나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율이 세계 3위로 높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거래세제의 조정 없는 주택공급 대책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아무리 획기적이라도 반쪽 대책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특히 고려돼야 할 것이 한시적인 양도소득세의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다.”라고 일관되게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주택 건설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도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다.

사업 방식 자체가 정부가 특정지역을 지정하여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토지주나 사업자들, 그리고 주민들이 신청하면 개발 대상지로 검토하는 방식인데, 언론에서는 정비 대상이나 재개발 대상이 되는 지역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공격한다. 개발 제안 이후에 산 것에 대해서는 아예 우선 분양권, 아파트 입주권을 안 주도록 해서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떳다방을 근절하겠다는 방안도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반대한다. ‘현금 청산’ 제도를 통해 개발되는 곳에 해당되는 금액만큼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거나 현금으로 보상하는 등의 부동산 투기억제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고, 개발 대상이 되는 곳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개발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사유재산 침해’라고 반대한다.

공공재개발 외에도 이미 도시정비법에 따라 기존의 재건축과 재개발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할 경우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라 부담하도록 하는데, 이번에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의 경우는 ‘초과이익 환수제’로부터 제외되고, 용적률도 올려준다. 공공이 공익적 목적으로 부여하는 개발이익을 이해관계자들에 적정 배분하고, 공익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정을 받은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은 그런 사실을 애써 무시하려고 한다.

보수 언론과 마찬가지로 야당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재건축·재개발의 규제 완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장 친화적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강남 아파트를 놔둔 채 전국의 집값과 전셋값을 잡겠다는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이념에 치우친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강남 아파트 = 투기꾼 = 적대 세력’이라는 것은 정치적 편 가르기일 뿐이라고 비판하지만, 어떤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부동산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도심지역 공공재개발을 통해 토지주와 건물주 그리고 실제 거주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 외의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울시민들에게 제시하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하겠는데, 별다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금융과 부동산에 대한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 친화적 방식’의 실패와 한계를 이명박·박근혜 시절에 이미 우리 국민들은 몸서리칠 정도로 충분히 경험했다. 이제 더 이상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부동산 투기나 부당한 이익을 보장하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철 지난 주장을 반복하기보다는 구체적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복지국가의 부동산 정책 방향

당장 결혼해서 살 집이 필요하고,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에게는 5년의 시간도 길게만 느껴진다. 실제로 입주하기까지 소요되는 5년이 되지 않아도, 나의 살집이 생길 것이라는 보장과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만 있어도 주거는 상당히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거주할 공간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시급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비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통해 도심의 오피스‧숙박시설‧고시원 등을 매입·리모델링해서 침실 등 개인 공간이 확보된 청년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나, 준주택으로 리모델링 시에는 건물 전체가 아닌 층별 리모델링도 허용하고, 기존 기금의 융자 조건을 개선하고, 미완공 건물 및 노후 건물도 사업 대상에 포함해 민간이 공사 중인 숙박시설 등의 용도 변경을 지원하고, 노후화된 비주택을 철거 후 신축하는 사업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LH 등과 매입 약정을 체결한 민간사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사업비의 60%까지를 보증하는 ‘도심주택 특약보증’ 제도(HUG)의 신설이나 중형 평형 주택(60∼85m2)에 대해 매입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 보증한도를 사업비의 80%까지 상향해주는 등의 신축 매입 약정 확대 등 단기 공급 정책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주거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한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국방·치안과 마찬가지로 주거의 보장도 국가의 중요한 역할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약 100년 전부터 주거의 보장을 헌법상 국민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지역 간 수요의 불균형은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 주택 공급이 110%를 넘은 지 오래다. 이제 우리도 주거의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주택 매입 원리금의 상환이나 각종 전·월세 비용 등의 주거비가 전체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내수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주거비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1가구 1주택의 환상이나 자신의 집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는 박정희 개발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개념도 이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되, 주택은 거주하는 분들이 살 수 있는 곳이 돼야지 투기·투자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에 도심 지역 곳곳의 사각지대를 발굴하여 공공재개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진보가 이제는 실제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유능’해야 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못하다. 주택 정책도 4년간 25번이나 발표됐지만, 여전히 국민의 주거비 부담 경감이나 주거 안정은 멀기만하다.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인정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공개적으로 비판·성찰하고 진지하게 토론해 보자. 그리고 이제는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서의 ‘주거권 보장’을 구체화해야 한다. 전체 주택 공급의 일정 비율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하는 ‘적정 비율’ 확보를 통한 국민 주거비 절감 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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