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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23] 2021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극단 삼각산, 송정바우 연출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3-06 12:44:26
  • 수정 2023-02-15 07: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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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아트홀 1관에서 2021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극단 삼각산(대표 장미자)의 손기호 작, 송정바우 연출의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를 관람했다.

손기호는 경주 출생. 안동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배웠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다시 서는 남자 이야기>, <부부 쿨하게 살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우리 동네 굿 뉴스>, <사랑을 묻다>, <사랑해 엄마>, <엄마가 낳은 숙이 세 자매>, <누굽니까?>, <나는 지금 나를 기억 한다> 등의 작품을 창작.연출하였으며, <넙쭉이>(리홀 작), <지금도 가슴 설렌다>(이혜빈 작) 등의 작품을 연출하였다. 거창국제연극제 희곡상, 전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대본공모 당선, 서울연극제 대상.희곡상·인기작품상(2회), 차범석 희곡상,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작품상, 노작 홍사용 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송정바우(1964~)는 명배우이자 연출가다. <안티고네> <간> <아시나마리> <마로윗츠 햄릿> <어머니> <뽕짝> <시련> 그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하고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이판사판> 등을 연출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미남 연극인이다.

무대는 전체에 마루방을 만들고 배경 앞에 만개한 복사꽃 나무한그루를 장식했다. 낮은 서랍장과 탁자가 보이고 탁자위에는 전화기도 올려놓았다. 마루 끝 객석 가까이에는 묘목을 심은 화분이 있고, 소품으로 소반과 쟁반, 펜싱검, 술병이 사용된다. 출연진은 배경 좌우와 무대 좌우로 등퇴장을 한다.

연극은 도입에 70대 노부부의 적요(寂寥)한 생활이 소개되고, 이웃에는 60대 가장과 50대 부인이 거주한다. 대부분 노인의 가정이 그러하듯 70대 가정의 남편은 아내를 윽박지르는 게 일상이고, 이웃도 남편등살에 못 이겨 부인이 70대 가정으로 자주 도피를 해 온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노부부의 아들은 아내와 헤어질 결심으로 간단한 짐 몇 가지만 갖고 부모의 집으로 오고, 이웃집 아낙은 월남전 참전용사의 부인으로 남편은 상이용사인 지체장애자이고, 아낙은 문맹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노부부의 한적하고 조용한 생활이, 이웃 아낙의 예고 없는 방문으로, 깨어지기도 하고, 객석에 폭소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자식의 이혼결심을 언짢게 생각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전개되고, 그래도 자식을 이해하려는 어머니의 자애로운 모습이 훈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웃의 상이용사는 환자이동의자(wheelchair)에 앉아 생활을 하고, 가끔 검술용 칼을 뽑아들고, 부하에게 호령하듯 부인을 핍박한다.

노부부의 아들은 자신의 고통과 번뇌를 무언극처럼 연기하고, 노부부의 갈등은 가끔 쏟아 내는 아버지의 역정소리 외에는 내면연기로 처리된다. 이웃부부의 독특한 삶과 이웃아낙의 무지에서 야기되는 행동만이 객석에 웃음을 유발시킬 뿐 연극은 이른 봄의 꽃향기가 어두운 그늘 속으로 분출되는 느낌이다. 70대 가장의 누이동생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당일 9십 세 노모의 죽음으로 초상을 예상하고 모여든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복사꽃 향기 속에서 복사꽃 향 보다는 가슴 아픈 삶의 향이 강한 느낌이다. 덧붙여 이웃집 아낙은 남편의 핍박을 견디다 못해 본의 아니게 남편을 살해하게 되고, 미치광이 여인처럼 변한다. 결국 자신의 부모의 삶과 이웃의 삶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아들은 아내에게로 다시 되돌아갈 결심을 하고 짐을 싸들고 떠난다. 대단원에서 아버지는 아끼던 오래된 묘목을 뽑아버리고는 아내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후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다.

김재건이 아버지, 우상민이 어머니, 안상헌이 아들, 박무영이 이웃 여인, 김필이 이웃 남편, 이미애가 고모, 유주원과 서민정이 목소리로 출연한다. 출연진 각자의 뛰어난 연기가 작품을 100% 살려냈다.

무대감독 현대철, 드라마터그 백지연, 무대 임민, 조명 이재욱, 음악 이동규, 음향 김태균, 의상 김정향, 분장 김성희, 사진 디자인 김다운, 기획 임영옥, 홍보 강이슬, 조연출 이광복 김남연 드외 스텝진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삼각산(대표 장미자)의 손기호 작, 송정바우 연출의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를 한편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장시(長詩) 같은 또한 한 폭의 명화(名畵) 같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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