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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30] 2021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서대문 양천 서초 동작 극단 진일보, 김경익 작/연출 '간송 전형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3-27 20:29:25
  • 수정 2023-02-15 07: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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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아트홀 1관에서 2021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서대문 양천 서초 동작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간송 전형필>을 관람했다.

극단 진일보의 대표 김경익(1968~)은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연출가이다.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출신의 미남으로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 <미국 아버지> <뿌리 깊은 나무> <작은 새> <갈매기> <인 허 플레이스> <관계> <마이 라띠마> <사물의 비밀> <블라인드> <꽃님이> <돌이킬 수 없는> <평행 이론>(2010년) <딱정벌레> (2<장례식의 멤버>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 <헨젤과 그레텔> <이브의 유혹>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연출작으로는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아리랑 랩소디> <바보 햄릿> <봄날은 간다.> <나무 물고기>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봄날은 간다.>로 2001년 동아연극상 3개 부문(작품상, 미술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바보 햄릿>으로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각색상과 <맥베스 놀이>로 2013 마이크로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우수상을 수상했다.

<간송 전형필(1906~19620)>은 조국이 언제 독립될지도 모르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얼과 혼을 지키고자 열정을 쏟아 부은 뜻있는 선각자였다.

전형필은 스물넷에 ‘조선 거부(巨富) 40명’에 들 정도로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다. 이 정도면 편안히 유유자적한 삶을 즐길 수 있었지만, 그는 젊음과 재산을 다 바쳐 아무도 가지 않은,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외롭고 고단한 길을 자청했다.

전형필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휘문보고의 미술교사였던 고희동이었다. 그는 전형필에게 조선의 문화를 지키는 선비가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서화와 전적(典籍)들이 왜놈들 손에 넘어가지 않게 지키는 선비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외사촌 형인 박종화의 소개로 만난 오세창은 서화를 모으는 일은 재물도 있어야 하고, 안목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내와 지극한 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 큰 스승이었다.

전형필은 오세창에게 조선 땅에 꼭 남아야 할 서화 전적과 골동품을 지키는 데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서화 전적과 골동은 조선의 자존심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전형필에게 오세창은 자신이 직접 엮은 화첩인 <근역화휘>, <근역서화장>, <근역서휘>, <근역화휘>를 주면서 문화재 수집에 참고하라고 권한다.

한편 백두용이 운영하던 <한남서림>은 전형필이 고서화(古書畵)를 수집하는 전기기지가 되었다. 1932년에 백두용은 자신이 모은 전적들을 넘겨줄 테니 후세에 전할 좋은 문고를 만들어볼 것을 제안하고, 이에 전형필은 한남서림을 인수한다.

이와 함께 1933년부터는 성북동에 큰 돈을 들여 문화재를 수장하고자 박물관(지금의 간송미술관)을 짓기 시작한다. 좋은 그림, 좋은 글씨, 좋은 도자기, 좋은 책을 각각 100점씩 박물관에 모으겠다는 꿈. 그래야 박물관을 통해 선조들이 남긴 문화의 궤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동포들에게 우리 민족의 위치가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결심을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오래지 않아 조선이 독립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전형필은 일본에 거주하면서 20년 동안 명품만 골라 수집해 온 영국 출신 변호사 개스비와 기와집 400채에 해당하는 승부를 벌여 일본에 반출된 문화재 20점을 되찾아 온다. 기와집 400채면, 요즘 서울 시내 아파트 최소 시세로 계산해도 1,200억원. 한 점에 60억원이다. 전형필은 이를 위해 선조 때부터 내려오던 공주의 논 1만 마지기를 내놓았다. 문화재 구입을 위해 논 1만 마지기를 내놓는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큰 결단이었다.

간송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전답을 팔아가며 구입한 작품가액은 어마어마한 액수다. ‘청자상감 천학문매병’은 지금 돈 60억원에,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은 90억원이 들었다.

1938년 9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박물관인 보화각이 준공된다. 이 때부터 전형필은 종로 4가 집에 있던 수장품을 보화각으로 옮겨 진열했다.

1945년 해방의 기쁨도 잠시 6․25전쟁으로 그동안 모아온 많은 문화재가 산산이 흩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지원해 온 보성중고등학교에 엄청난 재정사고가 발생했다. 교장이 서무 관리를 소홀히 해 재단이 엄청난 빚을 진 것이다. 이때부터 전형필은 그 빚을 갚기 위해 노심초사했고, 가족들까지 극심한 쪼들림에 시달려야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재단 빚을 다 갚은 전형필은 급성 신우염으로 쓰러졌고, 1962년 1월 26일, 5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예술작품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예술가의 손에서, 또 한 번은 그것을 느끼고 향유하는 사람, 즉 감상자나 컬렉터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라고 한다.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취미가 아니다. 작품 속에 배어있는 예술가의 혼과 정신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함이다. 간송 전형필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더 나아가 우리 문화유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며, 선조들의 얼과 혼을 기리고자 모든 것을 바친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일본으로 반출될 뻔하거나 반출됐던 수많은 귀중한 우리의 문화재가 제자리를 지키거나 온전히 우리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간송 전평필의 위대한 삶에 새삼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북한산과 학이 날아가는 모습, 상, 청자상감 천학문매병, 혜원 신윤복 전신첩, 훈민정음 해례,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와 세한도 그리고 일본왕의 항복음성과 육이오 전쟁의 포화가 소개가 된다. 얇은 망사 같은 막을 여러 차례 사용해 그 안쪽과 바깥쪽에서 연기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연출되고, 백색 가면을 쓴 흑색의상의 코러스가 마임과 율동 그리고 합창을 한다. 

상수 객석 가까이에 타악 연주석이 있어 장면변화에 따라 타악으로 극 분위기 창출을 돕는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에 따른 대신 최만리의 반대상소가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그가 자리를 비우자, 남은 세종대왕이 전형필에게 다가가 훈민정음 해례를 잘 보관해 달라는 말과 함께 전형필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보이고, 출연진이 모두 등장해 합창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나경민이 전형필, 김승기가 세종 박종화, 유태균이 오세창, 이기석이 최만리 삼촌대, 신수현이 신보, 제희찬이 이순황, 남상백이 아마이케 김태준, 서승인이 스즈키 북한군 기, 강왕수가 김정희, 이정성이 무라카이, 이명희가 마사코, 권남희가 게스비, 도영희가 어머니, 정영신이 손재형, 김은경이 이석호, 이관욱이 스즈키, 김기령이 대목 코러스장, 강선숙이 노래리더 및 지도, 김춘희가 민화여인, 그리고 유진희 정소영 이예찬 박동규 기건희 임소현 박정연이 앙상블로 출연하고, 극단 류의 이지혜 임연지 진송환 이동호가 사물놀이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성격창출과 감정설정에서 기량을 발휘해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윤여성, 음악감독 원 일, 영상 조명 총 감독 신재희, 무대디자인 박재범, 안무 움직임 지도 김춘희, 분장 의상 석필선, 조명디자인 루라이트 김대환, 무대감독 권혁우, 연습감독 윤현식, 기획 박정실, 조연출 김수진, 정가노래 김민정, 가야금독주 김효숙, 제작감독 유준기, 영상디자인 손경빈, 영상소스 제작 박종우, 사진촬영 쉼터 스튜디오 대학로 박종영, 폿흐터디자인 한일사 등 스텝진이 열정정과 기량이 드러나, 2021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서대문 양천 서초 동작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간송 전형필>을 연출가의 독창적이고 탁월한 기량과 출연진의 열정적 기량이 하나가 되어 연극을  관객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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