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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31] 연극집단 청춘오월당, 전용환 각색/연출 '오필리어'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3-27 20:53:24
  • 수정 2023-02-15 07: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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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스튜디오에서 연극집단 청춘오월당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전용환 각색 연출의 <오필리어>를 관람했다.

전용환은 배우 겸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평양에서 온 여형사> <노란방>, <로미오와 줄리엣>, <오필리어 사랑이야기>, <갱스터 넘버원>, <남자가 간다>, <푸줏간 여인>, <착한여자> 그리고 <접시 닦기들>에 출연도 하고 <세자매>, <두드리 두드리>를 번역하기도 했다.

무대는 배경에 붉은색 커튼을 쳐놓고 중앙과 상 하수 쪽에 문을 만들어 놓았다. 커튼과 문에는 넝쿨이 늘어져 있고, 하수 쪽에 의자, 상수 쪽에는 소파를 배치했다. 무대 중앙에 물고기 어항이 자리를 잡고, 마이크를 들여다 덴마크 방송국에서 왕실 사건 중계를 하고, 후반에 방송인과 출연진이 합창도 하고 춤을 춘다.

연극은 도입에 오필리어가 덴마크 왕 클로디어스와 왕비 거투르드를 실내에 감금하고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클로디어스에게는 수갑을 채우고, 왕비 거투르드도 움직이지 못하게 총구를 겨눈다. 오필리어는 내복바람으로 온전한 정신이 아는 듯싶다. 당연히 오필리어의 부친 폴로니어스의 행방도 문제가 되고, 햄릿이 광대와 선왕의 죽음 장면을 공연한 것을 왕 클로디어스가 중단을 시키고 퇴장해 버린 것도 문제가 된다. 

덴마크 방송은 이 사건을 하나하나 방송으로 보도를 하고 여성 아나운서가 카메라 앞에서 익숙한 어조로 방송을 한다. 왕 클로디어스는 오필리어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거투르드는 알코올 중독자처럼 술병을 찾아들고 음주를 한다. 오필리어나 클로디어스 그리고 거투르드의 대화는 정상인이 하는 대화는 아닌 것처럼 연출된다. 원인은 햄릿의 말, 오필리어에게 수도원으로 가라, 라는 소리가 오필리어의 이성을 마비시킨 원인이 되었다는 설정이다. 클로디어스는 갖은 방법을 다해 결국 위기에서 벗어나 도망을 하고, 거투르드도 결국 해방되기는 하지만, 연극은 과거로 돌아간다. 

햄릿에게 죽은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어스가 등장하고, 오라비 레어티즈는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아버지 사망소식에 되돌아온다는 정보이고, 햄릿은 숙부가 햄릿의 부친을 살해한 연극을 하던 도중 왕인 숙부의 퇴장으로 공연이 중단되자 행방을 감춘 것으로 설정된다. 그러다가 햄릿이 오필리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오필리어는 햄릿에게 자신과의 사랑이 진정이었는가를 물어본다. 

햄릿은 진정이었다고 말하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햄릿이 어머니가 젊은 숙부와 재혼을 한 것에 회의를 느끼고, 오필리어를 어머니와 같은 범주의 여인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고, 숙부인 신왕과 왕비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고를 하던 폴로니어스의 딸이니, 그런 아버지의 딸이라 사랑이 식은 것이나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게 된다. 

오필리어의 오라비 레어티즈의 도착이 멀지 않았고, 이런 와중에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은 결국 깨어지는 것처럼 치닫는다. 방송인과 왕궁 사람들도 그런 상태대로 극을 마무리를 하는 듯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대단원에서 21세기의 오필리어는 물고기가 든 어항을 들고 가다가 잘생긴 청년과 마주친다. 청년도 어항 속의 물고기를 좋아하는 눈치다. 오필리어가 청년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햄릿이라고 대답한다. 햄릿도 처녀에게 누구냐고 물어본다. 오필리어라고 대답하며 두 사람은 연인처럼 동행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단아가 오필리어, 김재형이 햄릿, 박무영이 거투르드, 김정남이 클로디어스, 김태훈이 폴로니어스, 조은정이 시녀, 정장환이 방송핃디, 김동영이 기자, 신세윤이 전령, 이엘리사가 앵커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과 열연이 관객을 연극에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연출 김아정, 제작총괄 양기찬, 예술감독 하경화, 기술감독 김석범, 총감독 어일선, 드라마투르그 이성경, 무대 극단 이방인, 조명 곽두성, 안무 임로운, 노래지도 정혜령, 홍보 홍덕표, 사진 안규림, 조명오퍼 남강현, 음향오퍼 지미림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연극집단 청춘오월당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전용환 각색 연출의 <오필리어>를 본고장인 영국에 가서도 찬탄을 받을 창아기발(創雅奇拔)한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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