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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34] 코너스톤, 이철희 작 연출의 '조치원 鳥 致 院 새가 이르는 곳'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3-30 01:49:46
  • 수정 2023-02-15 07: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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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코너스톤의 이철희 작 연출의 <조치원 鳥 致 院 새가 이르는 곳>을 관람했다.

이철희는 배우로 시작한 작가이며 연출가이다. 벽산희곡상 당선작가다. 훤칠한 모습에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저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외경> <진천사는 추천석>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그리고 극단 코너스톤을 만들었다. 연출작은 <프로메테우스의 간>, <환상회향>, <기계장치의 신> 등이 있다.

2014 제 4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조치원 해문이>는 선정 당시 유려한 충청도 방언과 풍부한 유머가 가미된 희극으로, 땅 투기가 들썩거리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일대에서 벌어지는 투기 붐으로, 탐욕이 판치는 현실풍경을 조롱하고 풍자한 작품이다. 특히 비극을 총청도식 유머가 가미된 희극으로 묘사하고, 대단원에서 씨름판 위 한바탕 벌어지는 마지막 소동은 관객들을 극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배경이 되는 충남 세종시 조치원은 명칭 그대로 새(鳥)가 이르는(致) 곳(院)이라는 뜻을 지녔다. 이 연극에서 주인공은 한 밤에 전화를 받는다. 친형이 위독하다는 전화다. 그러나 주인공에게는 친형에게 유감이 많다. 많은 것 뿐 아니라, 형 때문에 고향을 떠났다. 어쨌건 고향인 조치원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주인공은 과거 고양에서 벌어졌던 일, 그리고 고향을 떠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회상한다. 극중에서 과거의 장면들이 재현된다. 

아버지의 사망과 전 재산을 형이 독차지하고, 어머니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형이 아버지나 마찬가지라며 형의 편을 들던 모습, 주인공이 이웃 처녀와 가깝게 지냈으나, 형이 재산가가 된 후 처녀가 형의 품으로 달려간 일, 당숙과 당숙모 역시 형의 입장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 일, 결국 주인공은 다툼 끝에 칼로 손등을 찍고 고향을 떠나온 일 등을 회상한다. 열차내에서 이동판매수레에서 맥주를 사 마시면서, 동승을 한 한 남성과 대화를 하게 된다. 

남성은 시인이라는 설정이고, 함께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조치원에서 조카가 건 전화로 형이 간암 말기라는 것이 전해지고, 복수가 자주 배에 가득차고, 혈액이 부족해 금세 사망할 것이라는 소식에 주인공은 원수나 마찬가지처럼 생각되던 형을 찾아가 혈액을 공급하고 간 이식을 도와야 할 것인가를 계속 생각하면서 주인공의 지긋지긋한 미운 추억 가슴아픈 추억이 고향으로 되돌아가면서 차츰 따뜻하게 변하는 모습에서 열차는 조치원에 도착한다. 대단원은 주인공이 시인과 헤어지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무대는 배경에 스크린을 달아 문자로 시대변화을 알린다. 출연진이 의자를 각자 이동시키며 열차 안의 장면에 대처하고,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나무를 심고 주변에 낙엽이 흩어져 있다. 전화는 암흑 속에서 음성만 들리게 연출하고, 의상은 무대에서 바꿔 입고, 음악이 분위기에 맞게 흘러나온다.

이대연이 주인공, 전국향이 어머니, 김문식이 형, 김기연이 추자와 현화, 곽성은이 당숙모, 김승환이 당숙부, 이태린이 언년이, 심원석이 차장 겸 차내 이동판매원, 이정주가 시인으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에서부터 감정표현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기량을 발휘하기에 관객은 극의 도입부터 내용에 심취하게 되고 대단원에 갈채를 퍼붓는다. 연극을 이끌어 가는 명배우 이대연의 명연이 기억에 영원히 남는다.

무대 남경식, 조명 신동선, 음악 박소연, 사운드 디자인 최환석, 영상 강경호, 의상 김우성, 분장 장경숙, 움지임 이경구, 사진 그래픽 김 솔, 무대감독 김연수, 조연출 김아영, 프로듀서 구선정 등 스텝진이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코너스톤의 이철희 작 연출의 <조치원 鳥 致 院 새가 이르는 곳>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명품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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