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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138] 극단 경험과 상상, 류 성 각색/연출 '배심원들'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4-12 23:32:27
  • 수정 2023-02-15 07: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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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역 부근 소극장 창작플랫폼 경험과 상상에서 극단 경험과 상상의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원작 류 성 각색 연출의 <배심원들>을 관람했다.

<배심원들>의 원제는 레지날드 로즈 작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다.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1920~2002) 원작의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약 10년 간 CBS를 통해 방영된 인기 드라마다. 원래는 무대공연을 위해 집필한 단편 소설이었다.

16세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이를 참관한 12명의 배심원들의 평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류 성(1975~)은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 극단 경험과상상의 대표인 작가 겸 연출가다. <화순1946>, <리어 누아르>, <어떤 사랑> <투명인간> 뮤지컬 <화순>,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 <체홉의 단편선>그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생활연극협회 충북 영동 심천공연에도 참가했다.

배심제(陪審制, jury system)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범죄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제도를 말한다. 특히 영미 권 국가에서 중요한 제도이다. 종류로는 기소를 평결하는 대 배심(the grand jury)과 재판을 참여하는 소 배심(the petit jury)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 참여 재판제도로 배심 제도가 실시되어 있는데 이름은 참심제 같지만 강제력이 없다.

소 배심(the petit jury)은 또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으로 구분되는데, 형사사건의 경우 배심원의 만장일치로 유죄여부를 판단하며,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결정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소년의 살인은 소 배심에 속한다.

11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유죄를 확신하는 반면 한 명의 배심원은 11명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년의 대변인이 국선변호사인 점, 증인들의 증언이 믿을 수 없다는 이 두 가지를 들어 누가 보아도 유죄인 사건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다루고 있는 살인과 같이 예민한 사안, 기술적, 전문적으로 접근해 들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 과연 일반시민에 불과한 12인의 배심원들이 정확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유죄를 주장하는 배심원들의 상당수가 판결보다 개인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있어 한시라도 빨리 논의를 끝내고 싶은 심정들뿐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심재판의 모순과 부적절함을 비판 대에 올린 연극이다.

영화에서는 배심원 12인이 백인이고, 살해용의자는 흑인소년이다. 배심원들이 처음부터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며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은 그 소년이 백인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 인종편견을 빗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로 기억된다.

내용은 아버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소년의 재판에서 배심원이 평결에 도달할 때까지 배심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논의 하는 모습을 그렸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나 증언은 피고인인 소년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이며, 배심원의 대부분은 소년 의 유죄를 확신한다. 전체 배심원 일치로 죄가 된다고 생각 했는데, 단 한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다른 배심원들에게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증거의 의심스러운 점을 하나하나 재검증 할 것을 요구 한다. 그 한명의 배심원의 열정과 권유, 추리에 의해 처음에는 소년의 유죄를 믿지 않던 배심원들의 마음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온다. 마지막까지 유죄라고 부르짖던 인물은 자신의 아들에게 주먹으로 뺨을 맞은 인물로 자식에 대한 원한을 살해용의자에게 풀려는 듯한 심정을 드러내다가 대단원에서 결국 무죄로 돌아선다.

원작자인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는 1955년에 이 작품을 연극으로 각색 했다. 향후 여자 배우가 캐스팅 되는 경우 " 12 Angry Jurors " (12 명의 성난 배심원) 및 " 12 Angry Women " (12 명의 성난 여자)로 제목을 바꾸는 등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 경험과 상상에서는 남녀로 구성된 8명의 배심원과 배심원장 1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범인도 여성으로 설정을 하고, 영등포 역전에서 노숙자를 살해한 명목으로 구속되고 배심판결을 받는다.

무대는 극장 출입구 양쪽에 계단식으로 길게 객석을 배치하고, 그 중앙이 무대이기에 관객은 각자 자신도 배심원이라는 느낌으로 관극을 하게 된다. 대도구로는 탁자를 기역자와 니은자로 대칭대게 배치하고 주변에 의자를 늘어놓았다. 출입구 오른쪽에 캐비닛과 서랍장을 배치하고 맞은편인 배경 오른쪽에 휘장을 친 공간이 있어 거기서 기도와 찬송을 부른다. 출입구 왼쪽에 자리한 객석 위로 오르는 작은 공간이 있어 정리 1명의 자리가 된다. 공연 중간에 정전이 되면 출연진이 갱도에서 일하는 광부처럼 머리에 조명등을 부착하고 연기를 하고, 중간에 탭댄스와 경쾌한 무곡으로 함께 춤도 추며 공연이 계속된다. 대단원에서는 탁자나 의자를 밀어 쓰러뜨리는 등의 난잡한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연극은 피고인 없이 배심원만의 평결이 시작된다. 남성 4인과 여성 5인이 배심원으로 구성된다.

최초에는 8인의 유죄평결과 1인의 무죄평결에서 출발한다. 말을 더듬는 듯싶은 여인의 무죄평결과 그 까닭이 몇 사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지만 차츰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이 극에 그려지고, 배심원들 간의 반목과 갈등이 노정된다. 고함을 치는 상황도 전개된다. 젊은 여인이 여자노인에게 덤벼드는 광경이 펼쳐지지만 각자 예의를 지키자며 자제를 하도록 권유한다. 중반에 평결 실이 정전이 되기도 하고, 피고인이 노숙자를 살해하는 현장을 보았다고 증언을 한 나이든 노파의 청력과 시력이 문제가 되면서 의자를 배치해 실제로 노파가 가서 보았다는 시각과 배심원들이 같은 거리를 걸어간 시각과의 차이가 큰 것에서 노파가 거짓 증언을 했음이 밝혀지면서 배심원들의 유무죄 추정의 수자가 뒤바뀌지만, 배심제가 만장일치제이기에,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배심원의 의지가 대단원에서 꺾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목정윤, 조옥형, 정윤희, 이지혁, 고건령, 이정아, 류 성, 양신우, 유아람 등이 출연해 각자 성격창출과 감성전달은 물론 호연과 열연 그리고 대사와 동작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열정과 기량을 다하는 모습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홍보 김유정 김한봉희, 조명디자인 비추라이트, 포스터디자인 정윤희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경험과 상상의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원작 류 성 각색 연출의 <배심원들>을 국공립극단에 비견되는 수준급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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