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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석 구석 ] 시민들이 지켜낸 최초의 유산 '최순우 옛집'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1-10-14 05:07:05
  • 수정 2024-03-23 00: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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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북동 예찬, 가치 있는 근현대 건축문화 자산들(1)

사진출처-최순우 옛집

[박광준 기자]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마음을 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인 쫓아 멋모르고 들어간 수연산방에서 차 한 잔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가슴 깊이 스미는 그 한 줌의 온기, 꽃 피는 어느 날, 간송미술관을 찾은 이들이 만든 긴 줄을 무심히 스쳐 지날 때 왈칵 치밀어 오르는 정체 모를 그 뜨거움, 은행나무 이파리 노랗게 천지가 단풍인 길상사에서 산보할 때 사방에서 피어나는 가을 냄새 그리고 그 고요함, 성북동과의 첫 만남이 무엇이었든 어떻게 시작했든 상관없다. 


성북동은 서울도성 밖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서울시는 2013년이 돼서야 서울시 최초로 이곳을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했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성북동은 훨씬더 매력적이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성북동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한다. 


성북동이 지리적 윤곽을 갖추기 시작한 조선 시대부터 근대까지, 시대마다 '수도가 아닌 수도'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성북동의 면면들을 소개한다. 역사 속 성북동을 조명함으로서 이곳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이자, 애정을 갖고 성북동을 방문한 이들과 우리 것의, 우리 역사의 소중함에 공감하려는 시도이다. 성북동의 스토리와 함께 편안히 여행하고 일상에도 성북동을 초대한다.<편집자 주> 


사진-박광준 기자문화재나 우수 건축물뿐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는 터나 삶이 녹아든 오래된 골목까지, 역사 문화의 현장으로서 후대에 고스란히 전해야 할 모든 유산을 건축 문화 자산이라고 한다. 성북동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러한 자산은 너무나 많다. 가장 사랑스러운 건축 자산이 바로 최순우 옛집이 아닐까?


최순우 옛집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이 집을 시민들이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 집은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시민문화유산 제1호로 한옥의 양옥화 추세로 허물어질 뻔한 것을 시민들이 그를 위해 힘을 모았다. 


사진-박광준 기자최순우(1916-1984)는 제4대 국립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로서(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대중에게 친숙하다. 그는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고 한국 미술의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그가 살았던  옛집에는 평소 그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구석이 많다. 아담한 마당에 자연을 들여놓은 듯 무심하게 핀 들꽃이나 정갈하게 꾸며진 안채 등이 눈길을 끈다.  


1930년대 초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최순우 선생의 안목이 담긴 집이다. 1976년 이곳으로 이상 온 후 돌아가신 1984년까지 생활했다. 밀화빛 장판, 정갈한 목가국와 백자로 방치레를 하고, 마당에는 소나무, 산사나무, 모란, 수련 등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와 꽃을 가꾸었다. 


사진출처-최순우 옛집선생이 돌아가신 뒤 가족들이 살면서 덧대어 쓴 공간을 덜어내고, 낡은 곳을 보수해  2004년 일반에 개방했다. 선생이 쓰시던 유품과 친필 원고, 문화예술인들이 보낸 연하장과 선물한 그림 등을 소장하고 있다. 2006년 혜곡 최순우기념관(서울시 제29호), 등록문화재 제268호로 등록했다. 


혜곡 최순우 선생의 본명은 희순이다. 개성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근대 미술사학의 체계를 세운 우현 고유섭 선생을 만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해 문화에 대해 깨우치고, 박물관과 인연을 맺었다. 


두문즉시심산('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다'라는 뜻으로 성북동 집으로 이사 오던 1976년, 최순우 선생이 직접 써서 사랑방 위에 걸어 두었다./사진-박광준 기자

사진-박광준 기자평생 박물관인으로 살면서 전시, 유물 수집과 보존처리, 조사, 연구는 물론 교육, 박물관 외관 단체의 활성화, 인재양성 등에 노력과 애정을 기울였다. '한국국보전' '한국미술 2천년전' 등 해외 순회전시를 주관해 한국미술평론인회, 한국미술사학회 등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널리 알린 글 6백여 편을 남겼고, 이를 엮어 '최순우 전집(전5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이 발간됐다. 


혜곡 최순우 선생의 저서들/사진-박광준 기자

문화예술인들이 보낸 연하장과 선물한 그림들/사진-박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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