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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93] 극단 반도 33주년기념공연 월드2인극페스티벌 기획초청작, 주요철 연출 ‘생사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11-21 04:18:00
  • 수정 2023-02-15 08: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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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아름다운 극장에서 극단 반도 33주년기념공연 국제2인극페스티벌 기획초청작  가오싱젠 작, 오수경 역, 주요철 연출의 <생사계>를 관람했다.


가오싱젠(高行健)은 1940년 중국 동부 장시 성[江西省] 간저우에서 은행 간부인 아버지와 연극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연극과 글쓰기에 흥미를 갖도록 교육했다. 중일전쟁직후의 혼란 속에서 성장했으나, 여유 있는 가정환경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되었고 미술적 재능도 갖추었다. 훗날 그가 소설가로, 극작가로, 비평가로, 또 화가로 전방위적 예술 활동을 펼 수 있게 된 바탕에는 이와 같은 유년기의 문화적 배경이 깔려 있다.


베이징[北京] 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1960년대 이후의 청년기는 그의 문학의 토대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새뮤얼 베케트와 베르톨트 브레히트, 에우제네 이오네스코 등을 통해 유럽의 아방가르드 문학과 실존주의연극을 접한 그는 베케트와 이오네스코의 작품들을 손수 번역해 중국에 소개하는 한편, 1975년부터는 문예지 〈중국 재건 中國再建〉의 프랑스 문학담당 편집자로 일하면서 희곡과 소설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 시기에 그는 자신의 문학적 주제라 할 수 있는 실존주의 개념을 정립해 나갔다.


196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그에게 시련을 안겨 주었다. 당국의 지식인 하방(下放)정책에 따라 시골로 강제 전출된 데다가 아내로부터 버림받는 아픔까지 겹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써온 많은 원고를 불태워야 했던 기억은 "스스로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과 같은 쓰라린 고통"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그는 집필을 계속했고 1979년 마침내 작품 출판과 외국 여행의 자유를 얻었다.


1980~87년 그는 단편소설·평론·희곡을 왕성하게 집필하는 한편 문학논쟁의 중심에 나섰다. 모더니즘의 입장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학에 도전한 평론 〈현대소설기교초탐 現代小說技巧初探〉(1981)으로 격렬한 논쟁과 당국의 집중 감시를 촉발했으며, 브레히트와 베케트, 앙토냉 아르토에게서 영감을 얻은 실험적인 희곡 〈절대신호 絶對信號〉(1982)를 베이징 인민예술극장 무대에 올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에 그 여세를 몰아 희곡 〈버스 정류장 車站〉(1983)을 무대에 올렸으나,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서양문학과 공모한 정신적인 공해'라는 당국의 비판에 당면했다. 


이어 소설 야인 野人〉(1985)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1986년에는 희곡 〈피안 彼岸〉의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의 평론 〈현대희곡이 추구하는 것에 대하여 對一種現代戱劇的追求〉(1987)가 이러한 표현의 부자유에 대한 문학적인 대응이라면, 그가 같은 해에 프랑스 망명을 결행한 데 이어 톈안먼 사건 뒤 중국공산당을 탈당한 것은 분명한 정치적 대응이었다.


그의 자전적 소설 〈영산 靈山〉(1982)과 내면세계의 탐색을 더욱 심화시킨 <한 사람의 성경 (一個人的聖經)〉(1999)>, 희곡 〈버스 정류장〉 등의 작품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으며 곳곳에서 상연되고 있고, 작품 <영산(靈山)>으로 200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가오싱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중국 당국의 정치적 검열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한 변방의 작가가 세계문학의 중심에 진입하는 극적인 사건이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의 문학이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으며 신랄한 통찰, 참신한 언어로 중국 소설과 희곡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30여 차례 국제적인 전시회를 가진 화가답게 자신의 작품집 표지를 손수 그리며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이 초로의 중국계 망명 작가에게 프랑스 정부는 8년 전 문화예술훈장을 수여했다.


번역을 한 오수경은 서울대학교 인문과학대학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대만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다. 오수경 교수는 대학 학부에서는 중국 고대문학의 이해, 중국 근대문학의 이해, 중국민간가요와 대중문화, 중국 희곡과 미디어문화를 강의하고 있으며, 대학원에서는 중국 희곡 연구, 명청 희곡 연구, 중국 지방희 연구, 강창문학과 지역문화, 중국 현대희곡 연구, 중국 속문학 연구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중국 희곡의 텍스트 연구에 그치지 않고 공연과 공연 환경에 대한 연구를 통해 중국 연극사 이해의 폭을 넓힌 대표적인 연구자이며, 한중 수교 이후 지금까지 중국과의 공연 예술 교류, 무형문화유산 교류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중국 전문가이다. 연극 평론가와 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張協狀元》과《琵琶記》의 비교연구" ("中國戱曲"), "《五倫全備記》연구—민간남희연출본의 특색" ("中國文學") "試探南戱音樂體制中曲破的運用" ("文獻"), "奎章閣本《五倫全備記》初考" ("中華戱曲"), "明初民間戱劇環境硏究" ("民俗曲藝"), "從“文本”問題看中國戱劇硏究的本質回歸" ("戱劇藝術") "중국 호랑이연희 연구" ("민속학연구") "중국 고대 호랑이신앙 연구" ("비교민속학"), "중국 전통극의 현대화 작업에 관한 연구" ("성곡논총"), "韓國傳統藝能的傳承現況及其反思" ("非物質文化遺??究集刊")等 60여 편이다.



연출가 주요철은 경희대학교 출신으로 중국동문회와 북경 화자대학교 실용문화예술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한국교육과정을 접목한 한국 최초의 한류문화 인재양성소로 성장시키며 중국예술가들과 교류에 앞장선 인재다. 한편, 주 회장은 극단 BANDO 대표 겸 연출가, 한․중 연극교류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모교 연극영화과 교수,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수원화성 국제연극제 예술 감독을 역임하였고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 투란토트, 영원한 제국 외 70여편, 경희대 50주년 기념행사 총연출에 참여한 바 있다. 첫 연출 데뷔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1983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슬프게 하는가'로 이듬해 동아연극상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1985년 '무덤 없는 주검'으로 역시 다음 해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그는 사실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명여고 교사로 재직 중 연극반을 창설하며 동랑 청소년 연극제에서 대상과 문교부 장관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교편을 접고 대학로 초기 연출가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후 극단 광장과 반도를 거치며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주요철은 러시아 최고 연출가 중 한 명인 발레리 벨리코비치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로 갔었다. 그는 행위예술로 30년 전 한국에 와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연출가다. 모스크바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공동 작업을 마련하려고 갔다. 거기서 20여 일 정도 체류하면서 연극 20여 편을 보았다. 



러시아 연극이 세계 수준급인데, 그중 제일 잘 나가는 8명의 러시아 연극 연출가의 작품을 봤다. 러시아 연극의 수준이 이렇고, 꼼꼼히 보며 생각해보니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1970~80년대 인문학과 깊이 있는 작품세계를 몰두했었고, 다시 서서히 철학과 인문학이 무대에 녹아내는 작품이 돌아오고 인정받는 세태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무대에 도전하고 싶고, 대학로 1기 연출가로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항상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연출하고 있는 연출가다.


무대는 검은 배경 앞에 망사막을 천정에서 늘어뜨리고, 조명을 투사해 그 안의 출연자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상수 쪽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인형과 전화기 그리고 기타보타 작은 형해의 악기인 우쿨렐라를 올려놓았다. 하수 쪽에는 마네킹을 세워놓고, 그 옆에 옷걸이와 의자를 배치했다. 출연자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조명색상 전환을로 분위기 창출을 한다.


<생사계(生死界)>는 버림받은 여인이 자신의 육체에 대한 일종의 반성과 성찰이라 볼 수 있다. 내적인 자신과 외적인 자신을 떠올리듯 또 하나의 여인을 등장시켜 이성적으로 또는 감성적으로 여인의 주위를 맴돌게 하고, 자신을 떠난 상대남도 등장시켜 그 남성은 마네킹의 다리나 의자를 들여다 육체의 욕망을 표현한다. 


여인은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의 육체를 탐하듯 남성에게 다가가고, 기타보다 작은 형태의 악기인 우쿨렐라를 연주하며 가오싱젠이 작품을 쓸 당시 전 세계에 유행했던  팝송을 노래한다. 



여인은 사랑으로 눈이 멀었던 세월을 떠오르게 하고, 이별 후에 뼈저린 고독과 정신적 방황 속에서 비로소 여인은 자신의 육체를 되돌아보고, 아름답지 못한 관계를 쾌락만으로 지속하려 했던 육체적 욕망을 혐오하며, 생과 사, 존재와 허무, 사랑과 욕정, 정신과 육체를 마치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에서처럼 자기인식과 부정을 공조시키며 1시간 20분간의 연기를 열창과 열연으로 전개해 간다.


김은채가 여인 역, 하우수(김경국)이 남으로 출연한다. 2인의 열연도 관객을 몰입시키지만, 김은채의 노래와 연기는 가히 1품이라 할 수 있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음악 박상협, 조연출 하우스(감경국), 무대감독 정유경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반도 33주년기념공연 국제2인극페스티벌 기획초청작  가오싱젠 작, 오수경 역, 주요철 연출의 <생사계>를 원작을 뛰어넘는 우수공연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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