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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적(李彦迪)이 낙향해 지은 별장 건물 경주 '독락당(慶州獨樂堂)'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2-01-15 14:07:11
  • 수정 2023-09-03 03: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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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경주 독락당 조선 시대 성리학의 거두였던 이언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의 대표 고택인 서백당(書百堂)에서 태어났다. 외가인 월성 손 씨의 대종가에서 태어난 이언적은 24세에 문과에 급제한 후 벼슬길에 올랐으나, 중종 25년(1530) 김안로의 등용을 반대하다 관직에서 물러났다. 


1532년 낙향해 양동마을에서 10㎞가량 떨어진 안강읍 옥산리에 독락당(獨樂堂.보물 제413호)을 지었다. 자계옹(紫溪翁), 자옥산인(紫玉山人)이라 자처했던 이언적은 독락당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 도덕산(道德山), 무학산(舞鶴山), 화개산(華蓋山), 자옥산(紫玉山) 등의 이름을 붙였다. 자계(紫溪)로 불린 계곡의 다섯 군데 바위는 관어대(觀漁臺), 영귀대(詠歸臺), 탁영대(濯纓臺), 징심대(澄心臺), 세심대(洗心臺)로 명명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을 살면서 성리학에 몰두했다.




은둔하면서 학문에 침잠(沈潛)한 이언적은 5년 후 다시 벼슬길에 올랐으나 1547년 훈구파가 사림의 잔당을 제거키 위해 일으킨 양재역벽서사건에 연루돼 평안도의 오지인 강계로 유배됐다. 6년 후 1553년 찬바람이 부는 유배지에서 숨을 거뒀다. 


이언적은 '구인록'(求仁錄), '대학장구보유'(大學章句補遺),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 등의 저술을 남겼다. 기(氣)보다 이(理)를 중시하는 그의 학설은 영남 사림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고, 퇴계(退溪) 이황(李滉)에게 계승됐다.




독락당(獨樂堂)은 은거를 위한 건축물로, 편액 '옥산정사'는 퇴계 이황이 썼다.


'홀로 즐기는 집'이라는 독락당은 안채, 사랑채, 별당(계정), 사당, 공수간(供需間), 행랑채(숨방채) 등이 합쳐져 큰 살림집을 이룬다. 각 영역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독립된 공간을 이루는데, 독락당은 사랑채를 말하지만 지금은 집 전체를 의미한다. 



세 칸 솟을대문에 들어서면 문간 마당이 있고 오른쪽으로 솔거노비들이 거주하면서 음식을 장만하던 공수간, 앞쪽으로 청지기 등 측근 노비들이 거처하던 행랑채가 있다. 행랑채 뒤편으로 여성들의 주거공간인 안채가 들어서 있다. 경주 지역의 사대부 가옥의 보편적인 특징인 'ㅁ' 자형 공간구성을 취하는 안채는 후손의 거주 지역으로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이다.


행랑채와 공수간 사이의 문을 지나면 독락당과 공수간 사이의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토담과 토담 사이의 흙길을 지나면 자계천에 이른다. 투박한 흙담과 흙담 사이의 흙길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발길을 돌려 사랑채 문을 밀고 들어서면 다른 사대부 집의 사랑채와 달리 기단과 마루를 한껏 낮춘 독락당과 정면에 걸린 편액 '옥산정사'(玉山精舍)가 눈에 들어온다. 옥산정사의 편액은 이황이 썼고, 마루 안쪽의 독락당 편액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의 글씨다.




독락당 계곡 쪽 담장에는 나무로 된 살창을 달아 놓았다.


이언적이 자연과 벗하며 책을 읽던 공간인 독락당은 마루와 사랑방으로 구성돼 있다. 사랑방 서쪽에는 한 칸의 작은 방이 붙어 있는데, 책을 쌓아두는 책방인 동시에 독락당과 안채를 연결하는 매개공간이다. 사랑방에 앉으면 자연을 향해 열린 구조인 독락당이 은거를 위한 건축물임을 느낄 수 있다. 






안채 건물과 토담으로 둘러싸여 외부로 향하는 시선이 차단된 독락당은 자연을 향해서는 열린 독특한 구조다. 사랑방에 앉아 뒤쪽 창문으로 자신이 가꾸는 약쑥 밭을 내다볼 수 있고, 계곡 쪽 담장 중간에 낸 나무로 된 사각형 살창을 통해서는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볼 수 있다. 





독락당에서 뒤편의 약쑥 밭을 지나 문을 밀고 들어가면 독락당의 별당인 계정(溪亭)이다. 동쪽의 계곡으로 면한 부분은 정자인 계정이고, 계정에서 'ㄱ'자로 꺾어 지은 2칸 방은 양진암(養眞庵)이다. 자개천에 놓인 자연암반 위에 기둥을 세워 날렵한 모습으로 지은 계정은 2칸 대청과 1칸 온돌방으로 이뤄졌고, 쪽마루를 덧대어 계자난간을 두른 소담하고 작은 집이다. 




흐르는 개울과 숲을 내 정원처럼 감상할 수 있는 계정의 참모습은 계곡 쪽으로 나가야 볼 수 있다. 독락당에서 계정으로 길게 이어지는 토담과 관어대(觀魚臺)에 우뚝 솟아 있는 계정, 그리고 맑은 개울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사진-박성환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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