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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01] 제6회 늘푸른연극제 선정작 극단 에저또, 방태수 연출 ‘건널목 삽화’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2-02-27 17:28:24
  • 수정 2023-02-15 08: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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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어터 쿰에서 제6회 늘푸른연극제 선정작 극단 에저또의 윤조병 작, 방태수 연출의 <건널몰 삽화>를 관람했다.


윤조병(1939~2017) 작가는 충남 조치원에서 태어나, 1963년 영화전문지 월간 국제영화사의 시나리오 공모에 ‘휴전일기(休戰日記)’로 입선하면서 등단했다. 윤조병 작가는 유치진·차범석으로 이어진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계승자로 평가받았다., <건널목 삽화>(1970), <참새와 기관차>(1971), <향기>(1973), <고랑포의 신화>(1975), <꽃보라>(1977), <술집과 한강>(1978),  <참새와 기관차> <갯벌>(1978), <새>(1980), <농토>(1981), <겨울 이야기>(1983), <모닥불 아침이슬>(1984), <풍금 소리>(1985), <초승에서 그믐까지>(1986) 등을 발표하였다. 


1981년 대한민국연극제 대상(‘농토’), 1985년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모닥불 아침이슬’), 1990년 전국연극제 대상(‘아버지의 침묵’) 등을 받았다. 1995~1998년 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이사장, 서울아동청소년공연예술제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 후, 86년에 한국연극협회의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와 한국희곡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90년에 인천시립극장 창단 상임연출, 그 외에도 문협, 극협, 아시테지 등의 자문위원과 극단 하땅세의 예술감독 등을 맡으며 극작가로서 활동해왔다.


윤조병 작가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사실주의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그 형식과 표현 방법에 있어 비사실주의적인 특징을 자주 드러낸다. 극중 장면의 사실적 묘사라든지, 사건의 논리적 전개와 합리적 결과를 추구하는 태도는 사실주의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농토>, <농민>, <농녀> 등은 이러한 사실주의 경향이 주로 전면에 부각된 대표적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 밖의 많은 작품들에서, 진부한 산문적 묘사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정감과 심층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법상의 혁신을 모색하였다. 이는 세계와 인간의 사실적 표현에 충실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추상적 표현에 어느 정도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미학적 원리를 깨달은 것이었다. 


그는 이미지에 의한 영상적 투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재구성하려 하였다. 또한 희곡의 언어에 있어서도 은유의 기능과 리듬의 효과를 살리려 애썼다. 이 같은 사실성과 추상성 사이의 괴리가 한 작품의 경향을 모호하게 만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그가 즐겨 다루는 좌절과 패배의 인물상들에게 정서적인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태수(1940~) 연출이 창단대표였던 극단 에저또의 원래 명칭은 ‘연극을 살아 있는 예술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뜻에서 붙인 ‘인간의 집’이다. 에저또는 연극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확대하자는 취지로 창단되었으며, 연출가 방태수(方泰守)를 주축으로 김종찬(金鍾贊).이규희(李圭熙).김성룡(金成龍)·박장원(朴章元) 등으로 구성되었다. 연원 및 변천에저또는 극한 상황에 부딪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뱉는 ‘에’, ‘저’, ‘또’라는 감탄사를 극단 이름으로 붙였다. 이 극단은 언어부재의 인간상황을 극화하는 데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언극(無言劇)으로 출발하였다.1967년 12월에는 ‘에저또 프로그램’이라는 이색적인 실험극 형태의 공연을 시도하여 눈길을 끌었다. 



또한 연극공연 이외에 연극강좌·세미나·워크숍 개최 등 여러 연극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창단 초기의 10년간은 실험적인 연극이나 젊은 연극운동을 주창하여 한국 최초의 언더그라운드 연극운동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무언극이나 가두극(街頭劇), 또는 거리의 각종 낙서를 채집하여 작가 없는 공동구성의 연극이나 즉흥극 등 실험적인 전위극을 발표하였다. 1972년에는 극단 전용의 소극장인 ‘에저또 소극장’을 마련하여 소극장운동을 벌이면서 마임(mime)의 개발과 연극에 있어서의 마임도입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1973년에는 정신병원 환자들과 심리극인 오영진 작「무늬」를 만들기도 하였다. 1975년에는 연출가 이원경(李源庚)과 함께 소극장 창고극장을 건립하여 전위극이나 무언극을 활발하게 공연하였다. 창단된 지 10년이 지난 1977년 이후부터는 기성극단으로서 대극장 공연과 대한민국연극제 참가공연 등을 하면서 사실주의연극의 경향을 띤 극단의 면모를 보여왔다. 


주요공연으로는 1966년 창립공연 방태수 작「춤추는 영웅들」, 1967년 방태수 작「판토마임」, 1969년 「이 연극의 제목은 없습니다」, 1972년 윤조병(尹朝柄) 작「건널목 삽화」, 1974년 윤대성(尹大星) 작「목소리」, 1975년 진 클로드 반 이탤리(Jean-Claude van Itallie) 작「뱀」, 1976년 이강백(李康白) 작 「미술관에서의 혼돈과 정리」, 1977년 윤조병 작「참새와 기관차」, 1979년 마리 엘렌 체이스(Mary Ellen Chase) 작「내 이름은 하비」, 1981년 윤조병 작「농토」, 1982년 윤조병 작「농녀(農女)」 등이 있다.1973년에 제1회 젊은 연극제를 개최하여 본격적인 소극장운동을 펼쳤고, 극단소식을 실은 「연극수첩」을 제 2호까지 발행하였다. 



제 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하여「참새와 기관차」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였고, 제 5회 때에는「농토」로 작품상, 1982년 한국일보 연극상에서「농녀」로 대상을 수상하였다. 1997년에는 활동무대를 부산으로 옮겨, ‘에저또 바다 소극장’에서 1997년 유진규(柳鎭奎) 마임「억울한 도둑」,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작「대머리 여가수」등을 공연하였다. 1999년 4월 제17회 부산연극제에 「진짜 신파극」, 9월 춘천국제연극제에 「무엇이 될꼬하니」, 2000년 제18회 부산연극제에「남자충동」, 2003년 제21회 부산연극제에「노르마」, 2004년 제22회 부산연극제에「미친키스」, 2005년 제23회 부산연극제에「욕망을 삼키다」, 2006년 제24회 부산연극제에「난(亂)」등으로 참가하였다. 또한 2006년 사단법인 봉생문화재단에서 봉생문화상, 부산예술인총연합회에서 공로상, 2007년 부산연극협회에서 공로상 등을 수상한바 있다. 2006년 부산으로 옮긴지 16주년을 맞은 극단 에저또는 남구 문현동 눌원빌딩 내 눌원소극장에 둥지를 만들고 현재까지 계속해 왔다.



무대는 철로 건널목이다. 건널목 좌우에 억새풀이 잔뜩 자라나 시들어있고 그 앞 좌우에  벤치 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고목과 떨어진 낙엽이 깔려있다. 기차가 지나갈 때는 붉은 경고등이 들어온다. 


한 철도원이 어둠 속에 이 벤치에 앉아 두 다리를 등걸에 올려놓고 잠들어 있다. 그러나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일어나 램프를 들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이 때 샛길로 사나이가 나타난다. 그는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놓고 먼 길을 걸어온 듯한 모습이다. 철도원을 발견한 사나이는 무엇을 찾느냐고 물어보나 철도원은 당신이 상관한 일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다 철도원은 급격하게 사람을 만난 반가움을 드러내며 사나이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사나이는 남부 건널목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샛길로 왔다는 사나이에게 철도원은 이것저것 말을 건네나 사나이는 피곤하다면 찾던 거나 계속 찾으라고 한다. 


이 말에 철도원은 뭘 찾느냐고 화를 낸다. 둘은 양쪽 벤치에 앉아서 운명과 철도원의 끝난 근무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나이는 철도원에게 아내가 있느냐고 묻고 철도원은 대답하지 않고 딴 얘기를 한다. 그러다 갑자기 또 자신의 아내 이야기를 한다. 두 사람은 걷기로 하고 둘이 함께 걸으며 자신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이때 멀리서 기적이 울린다. 사나이는 기적 소리를 들으며 집안에 만든 층계이야기를 한다. 가까이서 기적이 울리고 커다란 회중전등을 든 철도원이 입으로만 행동하는 사나이 대신 마임과 대사로 실랑이를 벌인다. 두 사람의 실랑이는 언성을 높여 한동안 계속된다. 철로원이 담배를 꺼내 피우려하니 사나이가 자신에게도 한 개비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입에 물려주고 불까지 붙여달라고 한다. 



철로원은 못 마땅한 표정으로 사나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 다시 실랑이가 벌어지자 사나이가 못 견디겠는지 자리를 떠나려고 건널목으로 다가간다. 바로 그때 경종이 울리고 경고등이 붉게 켜진다. 철도원은 당황해서 차가 온다고 사나이에게 달려들어 철로에서 비켜 세워 함께 넘어진다. 효과음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철로원은 사나이를 일으켜 세우고 비로소 사나이가 팔이 양쪽 다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철로원은 사나이의 소매 자락을 사나이 양쪽 주머니에 집어넣어준다. 잠시 있다가 철로원이 불쑥 내민 돼지 왈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이야기에 비로소 둘은 함께 웃으며 왈츠에 관심을 기울이고, 왈츠 음률에 맞춰 흥겹게 발을 옮기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유진규가 철로원, 기주봉이 사나이로 출연해 출중하고 탁월한 기량의 연기를 펼친다. 유진규의 마임도 수준급이라 기억에 남는다. 기주봉이 이토록 미남으로 보인 연극은 처음이다.



협력연출 기국서, 조연출 심성필, 무대미술 윤시중, 조명디자인 김성구, 음악 사운드디자인 강해진, 의상 소품 신인선, 기획 김지숙, 홍보 최재민, 홍보물제작 이한주, 프로듀서 이재화, 제작 최유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제6회 늘푸른연극제 선정작 극단 에저또의 윤조병 작, 방태수 연출의 <건널몰 삽화>를 새롭고 경이로운 수법의 마임과 대사가 어우러진 신 표현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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