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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구미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연구' 발간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2-03-25 10:58:23
  • 수정 2023-02-27 10: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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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의 종합적 분석과 논평을 통해 중국사에 대한 구미학계와 중국학계의 역사 인식과 관심의 차이를 재조명

[박광준 기자]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은 2020-2021년에 걸쳐 재단 내외 연구자들이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전편의 종합적 분석과 논평'이라는 주제하의 공동연구를 통해 서구학계에서 중국 역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재조명하고, 중국사의 대외 관계를 다룰 때 한국관련 내용을 어떻게 서술하는지 파악키 위해 '구미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연구'를 발간했다.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는 1950년대 이후 미국,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사 연구에 축적된 성과를 망라해 서양의 독자층에게 중국사 해석 기준을 제공키 위해 기획된 것으로 시사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구미 지역에서 출판되는 세계 역사 시리즈 중 가장 권위 있는 영문 출판물로서 출판된 지 40년이 지난 이 책 저자들의 통찰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고, 중국사를 공부하는 후학들과 중국의 현재 행보를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학술적 길잡이가 되고 있음에도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에 대해 한국학계에서 전체적으로 정리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2019년 11월에 '케임브리지 중국사' 총 17책 가운데 제 2책 육조(六朝,220–589)편이 출간됐고 이를 계기로 재단에서 학술회의를 겸한 공동 연구를 기획하게 됐다.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는 1978년에 제 10책(청 말(淸末) 편)이 가장 먼저 출판된 이래 제 3책 수당사편의 분권(제 4권)이 출판되면 40년이 넘는 긴 시간에 걸친 거대한 프로젝트로서 그 완결을 보게 된다. 


이 시리즈의 각 권은 출판된 시점에서 해당 시대에 대한 유럽과 미국학계의 대표적 성과라는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로서는 지난 40여 년간의 유럽.미국 학계의 중국사 연구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이번 공동연구에서 국내학계의 전문가들은 중국 선진(先秦)시대부터 중화인민공화국사까지 각 시대별로 구미학계의 중국사 연구성과를 반영한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구미학계와 중국학계의 역사인식의 차이와 대립점 등이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천하질서가 담고 있는 정치적 허구성을 지적하거나, 현재적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역사를 해석한 점을 비판했다. 중원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정복 통치했던 북방민족 제국인 거란, 금, 대하(서하), 몽골에 대해 기존의 한족중심적 시각을 비판하고 북방민족의 정체성이 강조된 점을 다뤘다.


특히 한중 역사현안과 관련해 한중간 역사 해석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지점에서 한국 입장과 유사한 시각을 보이고 있었다. 고구려를 한국의 선행 국가로 인식하고, 발해는 그러한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로 이해했다. 중국 중심적인 역사관을 배척하고, 고구려, 신라, 발해를 당시 중국에 버금가는 발달수준의 국가로 서술했다. 전체적으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에서 한반도 세력의 중요성 강조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의 허상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했고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반면 중국학계는 서구학계를 상당히 의식해 서구학계의 시각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제기하는 서평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바, 중국학계의 학술 네트워크를 통해 일부 중국측 입장이 반영된 연구성과가 구미학계에서 출간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각 권별 한국사에 대한 서술이 단편적이고 간략하다는 공통된 지적은 국내학계가 직시해야 할 과제이다. 이는 대다수 서구 동아시아사 전공자들이 언어상의 제약 때문에 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된 연구성과를 인용했고 한국학계의 연구 성과는 극히 미미하게 반영된 점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케임브리지 한국사 시리즈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한국 학계와 구미학계간 적극적인 학술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특히 서구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과 용어로 접근한 한국사 영문 서적을 다수 발간해 고대 동아시아 역사의 다양성과 상호작용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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