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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주주의의 목소리, ‘문화’를 위한 문화정책 방향성
  • 송영신/복지국가소사이어티 청년위원장
  • 등록 2022-06-30 17: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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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현 위상


지난 5월1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개최된 제75회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에서 우리나라 영화인들이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황금종려상 경쟁부문에 오른 <헤어질 결심(Decision of Leave)>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Broker)>의 주연배우인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번 칸 영화제에 모인 인파의 뜨거운 반응을 통해 지난 2년여간 Covid-19로 인한 전 세계인의 문화적 갈증이 해소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에서 대한민국 영화계와 문화예술인이 당당히 주인공으로 서게 된 것은 코로나 여파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혼란 속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일말의 위로와 자부심을 선사해준 것으로 여겨진다.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은 이번 뿐만은 아니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Parasite)>의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A Coachman)>의 베를린 영화제 특별은곰상 수상을 시작으로 이미 우리나라 영화계는 세계무대에 서게 되었고, 칸 영화제를 비롯하여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와 같은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실력과 예술성을 인정받아왔다. 또한, 수상 결과를 떠나 창의적이고 작품성이 높은 수많은 우리나라 영화들이 현지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대중음악, 드라마, 댄스 등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1990년~2000년대 초반의 ‘한류’를 시작으로 한 이른바 ‘K컬처’는 이제 BTS(방탄소년단)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은 국내외 팬덤현상을 넘어 문학, 음악, 영화, 드라마, 공연, 춤을 통해 사회적 이슈 속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까지 도달해있다. 지금의 이러한 결과는 단지 예술인 개인의 업적이 아닌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축적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작은 성과들이 축적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성과의 조건과 배경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 독일의 문화예술정책의 기조


6월 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제11차 문화정책 연방회의(11. Kulturpolitischer Bundeskongress)에서 문화·미디어부 장관(Beauftragte der Bundesregierung für Kultur und Medien) 클라우디아 로트(Claudia Roth, 1955~)는 문화에 대한 관점과 문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로트 장관은 독일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 소속으로 작년 연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연방총리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내각의 구성원이며, 학자 출신이 아닌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문화·미디어부의 장관에 임명되었다. 1987년 녹색당 정치인으로 입문하여 1998년 녹색당 당수로 선출되었고, 이후 연방의원, 연방장관, 연방의회 부의장 등을 역임한 걸출한 정치인이다. 로트 장관의 이번 연방회의 연설의 일부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출처: 독일연방정부, https://www.bundesregierung.de/).


“다양성은 문화의 조건이며 창의적으로 생산적인 다양성이란 새로운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적이라는 것이 항상 변증법적 의미에서 문화적 특성이 서로 합쳐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 특성들은 갈아내거나 단편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병치는 생산적이며, 마찰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것은 갈등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있지만, 또한 풍요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적 문화정책의 임무입니다.”


“‘위기의 시간’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팬데믹은 (언급된 것과 같이) 이해상충이 일반적으로 문화의 존재 자체, 특히 문화종사자의 존재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중략) 문화는 필수 불가결한 추가요소는 아니지만, 우리 민주주의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실존적으로 중요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문화기관, 극장, 영화관, 콘서트홀, 박물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작고 지역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합니다. 그들은 다양성, 상이성, 지속가능성이 필요합니다.”


“민주적 문화정책의 기준은 예술과 문화의 자유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술이 나의 마음에 들 필요도, 정치적일 필요도 없지만, 정치적일 수도 있다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술과 문화의 자유를 존중하고 수호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책임입니다. 다양성을 촉진한다는 것은 민주적 문화정책에서 예술과 문학을 자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공공자금을 사용하여 표현의 기회를 열고 예술적, 문화적 다양성, 상이성 및 지속가능성이 성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문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목소리’



위의 발췌된 연설내용은 문화의 다양성, 상이성,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 문화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을 대변하는 ‘민주주의의 목소리’와 같기 때문에 그 특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장기적인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우리가 목격한 것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이 국경을 넘나들며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한류시대를 개막한 ‘K컬처 1.0’ 시기부터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문화적 교류가 가능한 ‘K컬처 3.0’까지 이어져 온 것은 예술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고, 창작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며 누구나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실천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민주주의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경청하고 ‘K컬처 4.0’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 우리나라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지난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 아래에 ‘윤석열정부 국정비전·목표 및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고, 문화부문에 해당하는 국정목표 및 세부과제는 다음과 같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위와 같이 제시한 국정과제를 충실히 실천하여 문화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실현해가는 ‘공영(公營)’,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문화로 인해 함께 번영하는 ‘공영(共榮)’을 이루어 ‘문화공영으로 행복한 국민,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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