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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후정의, 생태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 강경숙/원광대 교수
  • 등록 2022-07-11 10: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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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사라지는 북극곰을 지켜주세요’ 


발달장애인 화가들이 북극곰을 그리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북극곰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발달장애인 예술가들도 기후행동에 나섰고, 곧 유럽의 장애인 화가들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로 인류의 생존 감수성이 총동원되는 가운데 기후정의,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이 인류 공통의 화두로 등장하였다.


지구가 사망했다고 장례식을 치르는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을 보며, 팬데믹으로 밀린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이슈를 들여다보며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곤 했다. 얼마전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에서는 노동, 복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전환이 시급하다는 의제를 쟁점화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은 폭풍이나 홍수, 대규모 산불, 폭염, 대기오염, 음식과 물을 구하는 일,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하지만 빈곤층, 노인, 여성, 사회적 약자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제는 단순히 ‘변화’나 ‘개선’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할 절박한 시기라는 것이다.


# 기후재앙과 기후정의


기후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유럽환경청이 유럽 내 32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유럽 주요국이 기후 재앙으로 최대 5천 200억 유로(한화로 715조)의 경제적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홍수 등 물과 관련된 손실액이 44%를 차지했다. 기후 재앙으로 최대 14만여 명이 사망했는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90%가 넘었다고 한다(EBS, 2022.2.4.).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기후변화는..... 늘 그래왔듯이,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통 받고 최악의 피해를 당한다.”고 했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 유색인, 원주민, 장애가 있는 사람들, 노인이나 아주 어린 아이들, 여성. 이들은 모두 기후재난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 다수가 그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특히 일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주요 오염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은 개발국가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직접 피해를 더 입는 역설이 성립한다. 기후재앙 문제가 단순히 물리적, 기상학적 변화를 넘어 기후정의의 문제로 확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 국제적 요구,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전환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른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단지 환경을 생각하자거나 더 값싼 에너지를 쓰자고 하는 수준을 넘어선 의제로 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14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ㆍ탄소국경세) 시행법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모두 탄소국경세로 납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대로라면 EU 철강 수출액을 대략 3조 3000억 원(2019년 기준)으로 잡아도 2030년에는 약 4,000억 원을 탄소국경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석탄 및 화석연료 의존도를 축소하겠다는 합의를 채택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정권교체기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COP26에서 탄소감축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온실가스배출감축목표(NDC)가 이전보다 2배로 상승하는 것에 따른 탈석탄과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기반의 수정된 정부 계획이 마련되고 있는지, 그리고 석탄화력발전 등 한국이 현재 이행계획을 가지고는 NDC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일부 회의적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원전으로 모든 에너지 문제를 해결?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환경이나 인권정책이 강화되며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그 반대라는 사회적 통설(?)이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는 것은 그렇다 치고  윤석열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원전 중심으로 선회하는 것을 두고 환경정책의 후퇴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에너지믹스를 새로운 비율로 정립한다는 방침을 밝혔다(2022.7.5.).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030년 전력믹스상 원전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은 당초 30%에서 20%로 감축하게 됐다.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아랑곳없다. 심지어 서방국가 중심의 대러시아 전선을 구축하는 나토정상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에의 주된 참석 목표를 원전 세일즈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6일(현지시각) 유럽의회에서는 며칠 간의 찬반 논란 끝에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했다고 발표했다(2020.7.7.). 그러나 모든 원자력 활동이 녹색기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을 갖추고 안전한 연료도 개발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모든 원전은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을 위해 운영 가능한 처분시설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2050년까지 고준위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도 부지를 확보하고 건설하는 데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은 아직 고준위폐기물 영구 처분시설 부지도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아직 개발·시험 단계 수준이어서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새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것은 해야 하지만, 그린 뉴딜 정책, 탄소중립의지와 탄소감축계획은 계승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화는 인류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닻을 올렸던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실현이 순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감축계획(NDC) 40% 초과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계승해야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RE100은 국가의 경제 운명이 달린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기반해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선도국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정우식, 에너지신문, 2022.5.16.).


# 각 분야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원전으로 에너지 문제만 해결하면 국가가 기후 위기에서 수행할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에너지 정책은 기본이고 시작일 뿐이다. 복지, 노동, 교육 분야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선 ‘복지’ 분야에서는 기존의 복지국가 지향 모델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취약계층에 새롭게 가중되고 있는 생존권 위협의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근 조국 전 장관이 집필한 ‘가불선진국’에서 사회권 보장을 강조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식량, 주거, 성평등, 사회적 공평, 정치적 발언권, 평화와 정의, 소득과 일자리, 건강과 같은 등 ‘사회적 기초’만이 아니라, 기후 변화, 오존층 파괴, 대기 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토지 개간, 담수 고갈과 같은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여 복지국가를 위해 ‘생태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 


‘노동’계의 역할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기후위기 시대에 산업전환 피해자가 아니라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한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정의로운 전환’이 기후정의와 결합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탄소예산과 배출제로 논의와의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고용보장 요구가 나올 수 있는데, 산업과 직종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갈등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노사갈등이 심화되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데 자칫 장애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지속가능교육, 환경교육, 생태전환교육 모두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분야의 비교과영역 교육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2,377개 고등학교 중 환경교과를 선택과목으로 둔 경우는 24.1%(573개교)에 불과했다. 중학교는 3,261개교 중 224개교, 단 6.9%다. 환경교과가 있다고 해도 선택과목이라 전교생이 듣는 것도 아니다.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5개 학교 중에도 환경 과목이 개설된 경우는 단 한 곳뿐이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는 기후위기 수요포럼(2021)을 했는데, 기후행동에 나선 고3학생은  “저희는 어리고 철없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청소년들이 아닙니다. 2003년생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외쳤던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학생들을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에 참여하게 이끌었고, 우리 청소년들도 그녀와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이제 발달장애인도 북극곰을 그리며 기후행동에 나섰다. 정부도 기후정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정합성 있게 실시하며 진지하게 이들의 노력에 조응해야 한다. 

 

※ 강경숙은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7~2018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본회의 위원을 지냈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집행위원, 국무총리실 장애인정책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윈회 위원, 국립정신건강센터 미래비전자문위원,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겸 교육복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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