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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디까지 가봤니? 독일, ‘9유로 티켓’의 효과
  • 송영신/복지국가소사이어티 청년위원장
  • 등록 2022-09-26 06: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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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막바지 휴가철 풍경


8월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은 휴가 끝자락에 기차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보통의 독일 늦여름 날씨답지 않게 후덥지근했다. 몇 년 만에 방문한 곳이지만 에어컨 안 나오는 것은 여전했다. 업무로 인해 출장 형식으로 오랜만에 다시 온 독일은 그래도 친숙하게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왜인지 반갑기까지 했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고속열차(ICE) 표를 구매하여 기차를 기다리는데 여지없이 안내방송이 나온다. 10분 정도 기차가 연착하니 양해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래, 10분 정도야 뭐 기다릴 수 있지. 종종 있던 일이니까’ 생각하고, 플랫폼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드디어 타야 할 기차가 도착하고, 무거운 짐들을 내리고 올리는 승객들과 함께 섞여 열차의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다행히 테이블이 있는 좌석이 비어있어 앉았다. 기차는 다음 역에 도착할 때마다 연착 시간이 늘어갔다. 아무래도 승객들이 많아지다 보니 출발시간이 지연되는 것이었다. 1시간을 달려 쾰른에 도착했을 때는 무려 30여 분이 늦어진 상태였다. 축구 경기가 있었는지 유난히 사람들이 열차에 많이 들어왔다. 필자가 앉은 옆과 앞 빈자리에 경기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세 명의 남성 축구 팬들이 착석했다. 세 명 모두 미처 표를 사지 못했는지 스마트폰으로(그동안 독일에 열차 안에서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좌석표를 구매하면서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9유로 티켓은 장거리 열차에는 해당 안 되는 거지?”

“내 아내는 친구들이랑 9유로 티켓으로 멀리 여행 다녀오던데!”

“아니, 멀리 갈 수는 있는데 몇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거야.”

“그럼, 우리가 탄 이 고속열차 티켓은 따로 사야 하는 거잖아.”

“아까 안내방송에서도 뭐라고 계속 말해주던데.”


한국에서 듣던 대로 ‘9유로 티켓’은 화제였다. 출장을 나오기 전 지인으로부터 듣게 된 이 티켓의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시외교통은 말할 것도 없고(참고로, 필자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에서 직접 구매한 2시간 거리 편도 기차표 가격은 101유로(한화 약 13만 원)였다) 시내 교통비도 비싼 독일에서 한 달에 9유로만 지불하면, 장거리를 연결하는 고속열차를 제외하고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도대체 독일은 왜 이런 정책을 실행한 것일까?


# 어서 와, ‘9유로 티켓’은 처음이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총 3개월 동안 독일은 매달 유효한 교통 티켓을 판매하는 특별 정책을 시행했다. 가격은 9유로, 한화로 약 12,000원이다. 독일 전역에서 운행되는 시내 및 근거리 버스와 기차에 적용되는 티켓이다.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도이체반(Deutsche Bahn AG)의 장거리 고속열차(ICE, IC, EC 기차) 및 장거리 버스는 제외되었다. 보통 시내에서 버스, 지하철, 트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세 정거장 정도의 거리에 해당하는 교통비는 대략 2유로 내외(지역, 도시마다 상이함)인데 말하자면 한 정거장이라도 이동하게 되면 한화로 2,500원 정도는 지불하는 것이다. 한국의 시내 교통비와 이동거리를 비교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보통 학생, 노인, 장애인을 제외(학생증 등 해당 증명서로 할인가격으로 제공)하고, 정기권을 구매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이마저도 가격이 매달 최소 약 8만 원(구간별로 가격 상이함) 정도로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자전거로 출퇴근 또는 등하교를 하거나 심지어 걷는 것이 익숙해진 곳이 바로 독일이다.


독일 ‘9유로 티켓’ : 직접 구매한 8월분 티켓‘9유로 티켓’은 독일연방정부의 연정위원회가 2022년 3월 23일에 합의한 ‘에너지 완화 패키지’ 계획의 일환으로서 전기, 식품, 난방 및 이동 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시민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정책이다. 또한,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함으로써 기후 친화적이고도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계획이다. 독일 역시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설상가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급 문제로 인해 고민이 상당히 깊었을 것이다. 이런 영향의 결과가 고스란히 국민,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시행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재정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연방정부는 ‘근거리 대중교통의 지역화 법률(Regionalisierungsgesetz: RegG)’에 따라 재정을 집행했는데, 이 지역화 기금이 증가함에 따라 ‘9유로 티켓’을 모든 주에서 시행하도록 했다. 3개월 동안 이 티켓을 위한 총 자금 합계는 25억 유로(한화 약 3조 4천억)이었다. ‘에너지 완화 패키지’에는 티켓 외에도 운송회사들이 직접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연료에 대한 에너지 세금의 일시적 감면과 ‘신재생에너지법(EEG)’에 따른 할증요금 조기 중단조치가 포함되었다.


# ‘9유로 티켓’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렇다면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시행된 ‘9유로 티켓’의 결과는 어떠할까? 독일운송회사협회(Verband Deutscher Verkehrsunternehmen: VDV)는 9유로 티켓은 현재까지(9월 1일 기준) 5,200만 번 판매되었다고 발표했다. (필자도 8월분 티켓을 구매하였기에 이 결과에 기여한 셈이다) 또한, 3개월분 티켓을 한 번에 구매한 고객도 약 1,000만 명에 달했다. 독일운송회사협회(VDV)는 티켓 이용에 대한 시장조사(6월~8월까지 14세 이상 매주 6,000명 온라인 인터뷰, 총 78,000명 진행)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

● 9유로 티켓 사용자의 17%가 8월에 자동차 또는 자전거 등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

● 9유로 티켓 구매자의 10%가 매일 최소 1회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을 포기


▶ 대중교통 이용 신규 고객 증가

● 9유로 티켓 구매자 중 5명 중 1명은 이전에 한 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신규 고객

● 구매자의 27%는 이전에 대중교통을 한 달에 한 번 미만 이용했던 고객


▶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 이용 선호

● 9유로 티켓을 구매하는 이유가 자동차 이용을 피하기 위함(41%에서 43%까지 증가) - 티켓 활용도가 높은 사용자 및 신규 고객의 두 번째 중요한 구매 이유


▶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이용 만족도

● 9유로 티켓 사용자의 88%가 최소한 ‘만족’, 5명 중 1명은 ‘매우 만족’으로 응답 – 모든 사용자가 만족하고 있음


▶ ‘9유로 티켓’으로 추정되는 기후에 미치는 영향

   (배출량 산정을 위한 TREMOD 모델과 전국 시장조사 근거로 한 추정치)

● 월 10억 회 이동

● 구매자 중 자동차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된 비율: 10%

● 월 평균 온실가스(CO2 환산) 절감: 월 약 60만 톤의 CO2 절감

● 최대 온실가스(CO2 환산) 절감(일반 대중교통 이용 건은 고려하지 않음): 캠페인 기간 동안(3개월) 약 180만 톤의 CO2 절감


#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


독일은 지난 여름 용감한 실험에 도전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독일에서 휴가철로 교통이동이 가장 많은 기간이다. 이 시기에 도로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뻔했고, 이로 인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미리 상정하고 이 같은 정책을 실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에 대한 부담 역시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실행의 결과에 대해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실험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가치 있는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늘 민감하게,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독일에는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북극의 사라지는 빙하, 유럽의 가뭄, 아시아의 대홍수, 미주대륙의 폭염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전적인 정책 실험은 무엇인지, 기후변화로 파급되는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국민의 삶을 돌아볼 민생안정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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