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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지시설, 지역사회 통합과 혁신의 공간으로!
  • 이동훈/부산동구시니어클럽관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 등록 2022-11-15 09: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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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도 불구하고 2020년 국내총생산(GDP) 1조 6309억 달러로 세계 경제 10위에 선정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두 힘들다, 죽겠다는 아우성을 쏟아내는 등 국민의 삶이 아주 위협을 받고 있다.

 

1. 5. 13. 37은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사망하는 사람의 평균 숫자를 의미한다. ‘1’은 오늘 하루 타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 ‘5’는 오늘 하루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수, ‘13’은 오늘 하루 교통사로로 사망한 사람의 수, ‘37’은 오늘 하루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수이다. 2022년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2019∼2021년 3년간 평균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146개국 중 59위에 선정되었으며, OECD 38개 회원국으로 한정하면 최하위권이다.

 

모든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보편적 복지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예산 지출비율을 보면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0.0%의 절반이 조금 넘는 12.2%에 불과하다. 38개 OECD회원국 중 35위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 ‘따로국밥’처럼 운영되는 지역사회 복지시설 


우리사회는 복지에 투입하는 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지만, 운영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전달체계는 공공과 민간의 두 체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공은 사회보장 및 공공부조 중심으로, 민간은 정부로부터 시설을 수탁 받아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예산 지출을 높여야 하지만, 복지예산 증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여 시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이용시설로는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경로당 등이 있다. 2020년 기준 사회복지관 475개, 노인복지관 398개, 장애인복지관 258개, 경로당 67,316개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청년 창업 문제, 신중년 문제, 노인일자리 문제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들도 꾸준히 새롭게 건립하고 있다. 이런 이용시설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건물을 신축하고, 민간에 위탁하여 보조금 지원을 통해 운영하지만 효율성에 대한 한계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사회에 가장 많이 건립되어 있는 경로당은 초고령 노인 몇 분들만의 쉼터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을 정도로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못한 공간으로 전락했지만 지금도 지자체에서는 지속적으로 건립되고 있다. 또한 기존 경로당 건물 노후화에 따른 리모델링 비용과 운영비 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역복지 실천현장의 3대 기관인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등도 위치와 규모 등의 문제도 있다. 사회복지관은 저소득 주민들만이,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만이, 노인복지관은 노인만이 이용하는 시설로 지역주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지역주민들이 이런 시설들을 함께 이용하면서 소통과 이해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전초기지로써의 공공재 공간으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런 이용시설은 당초 위치 선정과 설계에서부터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에 대한 배려와 고민 없이 건축되다 보니 지역주민 모두의 공간이 아닌 일부 특정 계층만이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건물을 수탁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나 단체 등에서도 이용시설에 대한 공간은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인력, 비용, 관리 등)로 인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지 못하고 주중(월~금) 일과시간(09:00~18:00)에만 운영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커뮤니티케어가 사회복지의 화두로 등장했다. 급속한 저출산노령화 사회를 대비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체계를 재구성해보자는 취지지만, 여전히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통합 돌봄은 갈 길이 멀다. 복지기관은 연대와 통합의 모색없이 각 기관을 중심으로 따로국밥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열악한 재정에다 효율적인 운영 또한 문제시되고 있다.


# 지역복지기관, 지역사회 통합과 혁신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지역사회에 위치한 이용시설은 단순한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공간과 공간이 이어져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통합될 수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용시설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혁신이 없으면 지역사회 내 고립된 섬으로 복지 재원 및 서비스 효율성이 아주 낮은 시설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용시설을 지역공동체 공간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스웨덴, 핀란드 등의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례를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 먼저 주택단지의 경우 우리나라는 청년주택, 노인주택, 임대주택 등 모두 따로 조성되어 세대 간, 계층 간 단절되어 있다. 하지만 핀란드 헬싱키의 제너레이션 블록 주택단지는 민간주택, 임대주택, 대학생 숙소가 함께 어울려져서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으며, 1층의 공유 공간을 함께 이용하면서 서로에 대한 소통과 이해로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KBS명견만리』 ‘명견만리 모두를 위한 공존의 시대를 말하다’ 2019)


도서관의 경우도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2021년 현재 1,208개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개관한 도서관만이 기존 고유 업무인 도서 대출과 공부하는 곳이라는 기존의 도서관 개념에서 조금 변화했지만, 북유럽 도서관의 규모와 위치, 프로그램 등과 비교해 보면 한계을 가지고 있다.  


북유럽은 도서관의 나라로 불릴 만큼 인구 대비 많은 공공도서관(2014년 기준. 스웨덴 980만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 1,200개, 핀란드 520만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 756개)이 운영되고 있고, 위치적으로도 주민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대중교통 요충지나 쇼핑센터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좋기에 많은 시민들이  이용한다.


북유럽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이 설계돼 있다. 그래서 세대와 세대가 만나고 이웃과 이웃이 만날 수 있는 공간부터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공간, 음악을 듣고 연주할 수 있는 공간,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 공간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윤송현,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학교도서관저널. 2022)


북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설 공간을 인식하는 철학에 따라 공간의 위치와 구조, 형식은 큰 차이를 가진다. 우리 사회는 복지에 대한 양적 확대 뿐만 아니라, 질적인 시선의 전환과 새로운 혁신이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부담·저복지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확대를 통해 더 많은 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복지권 요구에도 ‘복지 포퓰리즘’, ‘복지망국론’이 프레임이 있는 만큼 현재 있는 지역사회 복지시설 공간만이라도 리모델링을 통해 혁신하고, 신규 공간은 보다 거시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과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고비용의 단독 건물 신축이 아니라 쇼핑센터나 주상복합공간임대 등을 통해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역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신뢰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시민들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참여를 통해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가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복지관을 운영하고 복지사업을 진행하는 기관과 사회복지인들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모델을 만들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일을 제안해본다. 공자가 말했던 것처럼, ‘신뢰’가 없이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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