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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12] 故 오태석 극작가 연출가를 추모하며 그의 마지막 공연작품 템페스트를 평한다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2-12-01 17: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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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한옥마을 국악당과 극단 목화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각색 연출의 템페스트


2018년 2월 21일, 남산한옥마을 국악당 크라운 해태홀에서 극단 목화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적, 오태석 각색 연출의 <템페스트>를 관람했다.


오태석(1940~2022)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그의 첫 희곡 「영광」이 시민예술제 희곡 공모에 당선되어 국립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면서 연극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면서부터이다. 그는 초기에 서구의 모더니즘 희곡 형식을 실험하다가 1970년대 이후로는 전통극적 요소를 작품에 수용하면서 작가 고유의 희곡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오태석의 희곡은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다룬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들과,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분류될 수 있다. 논리적인 인과 법칙보다는 자유로운 연상의 흐름에 따라 극적 서사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기발한 발상과 유희적인 상상력이 넘쳐흐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비논리적이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태석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왕성한 극작 활동과 연출 활동을 전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가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이 관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태석이 한국 현대 희곡역사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실주의 희곡의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극 형식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오태석은 현재 목화레퍼토리 컴퍼니의 대표 겸 상임 연출가로서 활동했고, 대표작으로는 <육교 위의 유모차>,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교행>, <초분>, <태>, <춘풍의 처>, <사추기>, <자전거>, <부자유친>, <비닐하우스>,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여우와 사랑을>, <천 년의 수인>, <코소보 그리고 유랑>, <잃어버린 강>, <지네와 지렁이>, <내 사랑 DMZ>,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만파식적>, <양화진 사랑>, <분장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말년에 쓴 희곡 <템페스트>를 통해 생의 찬가를 부른다. 오태석도 공연대본을 집필하며 같은 생각으로 각색을 했다. 템페스트는 '태풍'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기도 하며, 정확한 명칭은 '더 템페스트(The Tempest)'이다. 1610년에서 1611년 사이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단독적으로 집필한 마지막 희곡이라고 전해진다.


필자가 <템페스트>를 처음 본 것은 1968년 연세대학교의 연희극예회에서 표재순 연출로 공연한 것인데, 원작을 최대한 살려서 공연을 했고, 이광민, 서승현, 이승호, 정하연, 김종결, 최형인을 비롯한 연희극예회 멤버들이 출연해 호연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로는 1956년에 제작된 프레드 M. 윌콕스 감독의 SF영화 <금지된 행성(Forbidden Planet)>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소재를 따왔고, 1991년 피터 그린어웨이(Peter Greenaway) 감독의 <프로스페로의 서재(Prospero's Books)>에서는 87세의 존 길거드 경이 누드로 출연해 프로스페로 역을 열연했는데, 역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원작이다.


그림으로는 라파엘이 <템페스트>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고,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는 <에리얼에게 유혹당하는 퍼디난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는 <미란다>를 그렸다.


음악으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 17번의 제목이 <템페스트>다. 베토벤이 제자인 쉰들러로부터 이 곡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셰익스피어의<템페스트>를 읽으면 이해할 수 있다”라고 대답해 곡의 제목이 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3곡의「환상 서곡」중 한 곡도 <템페스트>다. 시벨리우스는 <템페스트> 서곡과 2개의 연주곡을 작곡했다.


아데스의 동명 오페라<템페스트>도 2004년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어 찬사를 받았다.


뮤지컬 <템페스트>는 1999년 11월에 이윤택 연출로 귀천무, 불교무술인 선무도, 검도를 응용한 동양적인 집단무와 공중곡예 장면, 실전를 연상시키는 총격전, 태풍에 휩쓸리는 무대로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음악은 국악 작곡가 김대성과 체코 작곡가인 제네크 바르타크(Zdenek Bartak)가 가곡과 범패·정가·태평가를 응용한 음악 등 모두 16곡을 만들어 동서양의 음악을 한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다.


연극으로는 2009년 극단 미추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 <템페스트>가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로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템페스트>의 무대를 어느 요양원으로 설정했고, 인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 무연고 노숙자들이 요양원 후원행사의 하나로 준비하는 연극이 <템페스트>였다. 돌발 상황도 일어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성공을 거두지만 주인공을 하려던 인물은 죽음을 맞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객석에 전하고 마무리를 한다. 정태화와 서이숙, 김동영, 그리고 조원종의 열연이 필자의 기억에 남는다.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에서는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가락국의 8대 왕인 질지왕으로, 나폴리왕 알론조는 신라의 20대 자비왕으로 바뀌었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삼국유사 속 신라와 가락국으로 시대적 상황을 변형시켰다.


등장인물에서도 프로스페로의 충복인 요정 에어리얼은 짚으로 만든 액막이 용 인형이 되고, 그 아래 공기의 요정들은 허수아비가 된다. 질지왕의 요술로 절해고도에 좌초한 자비왕 일행이 환상 속에 고통을 맛보는 장면에선 불교의 팔열지옥(八熱地獄)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고유의 토속신앙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옛 민요와 타령 그리고 소리와 가락이 어우러져 한편의 음악극으로 각색이 되어 흥겨운 공연물이 되었다. 원작을 뛰어 넘어 한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정겹기까지 한 공연물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2011년에 공식 초청되어 최고상인 '에인절스상'을 수상해 세계정상급 공연임을 인정받기도 했다.


연극은 도입에 안개가 농무로 변하면서 등장인물들이 소매가 긴 흰옷자락을 펄럭이며 폭풍과 파도를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무대 왼쪽에서 대북을 두드리며 폭풍과 파도를 일으키는 유폐된 가락국왕의 모습은 관객의 가슴을 격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린 왕녀는 마술을 부리는 책을 펼쳐놓고 폭풍을 일으키는, 한때 가락국의 왕이었던 아버지에게 묻는다. “이 폭풍을 일으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아버지는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다. 부녀가 이곳에 유폐된 내력을. 동생이 형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형과 세 살짜리 여식을 왕좌에서 몰아낸 그때의 상황을.


본래 이 섬의 마녀는 짐승 같은 쌍두아를 낳고 제웅을 노예로,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가락왕은 마녀를 물리치고, 제웅을 구해주고 마녀의 자식인 쌍두아를 자신의 하인으로 삼는다. 제웅은 자신을 구한 왕에게 충성을 다한다. 제웅과 쌍두아는 가락 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신들에게 ‘자유’를 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그 대답을 원한다.


이 섬에 표류된 신라왕과 신하들의 모습이 12년 전 나라를 빼앗기고 이 섬에 정착하게 된 선왕의 모습을 떠올리도록 만들고, 폭풍 속에서 신라왕은 아들이 죽은 줄로 알고 신하들에게 장사를 치르도록 분부한다. 그러나 왕자는 해변에 기절했을 뿐, 가락 왕의 여식의 도움으로 깨어나고, 왕자와 왕녀의 첫 대면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어여쁘고 싱그러운 꽃망울처럼 피어나게 된다. 원수지간인 신라왕의 아들과 가락국왕의 딸과의 사랑은 <템페스트>에서 지고지순의 사랑으로 펼쳐진다. 셰익스피어의 사랑대사는 이 연극을 통해 아름답고 위대하고 찬란하게 그려진다. 마녀의 쌍두아가 가락 왕에게 말끝마다 독기어린 저주가 가득 들어있는 대사를 읊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템페스트>는 비극이 비극적으로, 저주와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비극을 거두고, 모든 저주를 풀어준다. 원수의 아들과 자신의 딸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혼례를 올리기에 이르자, 가락 왕은 철천지원수인 동생 신라왕과 화해한다. 그리고 가락 왕은 옷을 벗고 마법의 책을 던져버린다. ‘용서’라는 이름하에 온갖 저주를 풀어준다. 섬에 있던 동물과 물고기들에 대한 저주가 풀린다. 그 뿐 아니라, 한 몸으로 있던 쌍두아는, 제각기의 몸으로 분리되면서 각자 독립된 생명체가 된다. 그들이 누리게 될 자유는 어느 누구의 자유보다 소중하다. 이는 오태석이 마녀의 딸 “캘리반을 ”쌍두아“로 설정하고, 대단원에서 각자 분리, 해방시킴은 물론 온갖 동물과 물고기들도 해방을 시킨다. 쌍두아를 비롯해 모든 동물 물고기들이 자유다 하고 부르짖는 것은 원작을 완전히 극복한 각색이다. 오태석의 <템페스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용서, 화해를 뛰어넘는 자유와 해방을 부각시켜, 원작을 능가한 <템페스트>로 탄생시켰다.


정진각, 송영광, 정지영, 유재연, 이승열, 조원준, 김봉현, 조유진, 이신호, 임주은, 장원준, 이병용, 이근환, 손현우, 박현정, 김자연, 홍성환, 황보연, 위다은, 윤정옥, 김슬기, 박나린, 유지안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노래와 율동 그리고 호흡의 일치는 한편의 걸작 총체극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원수지간의 화해와 용서장면 그리고 쌍두아를 비롯한 동물 물고기들의 해방은 감동으로 가슴깊이 남게 된다. 다만 등장인물이 신라와 가락국 사람이니, 기왕에 경상도 방언을 사용하는 편이, 이 연극에서처럼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보다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술감독 김동현, 음향감독 노익환, 조명감독 배경기, 무대감독 윤소정, 기획 정성진 진시윤 김남홍 박정현 한준섭 이시라, 사진 조현주 등 남산국악당의 기술진과 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조명오퍼 신지은, 사진 이도희 신귀만, 컴퍼니매니저 오준현, 기획 정지영 이병용, 안무 김은지, 악사 차다혜(가야금) 등 목화의 기술진 그리고 목화후원회, 디마떼오, 백조씽크 등의 후원진의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해 남산한옥마을 국악당과 극단 목화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각색 연출의 <템페스트>를 작품성과 연극성은 물론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도 세계정상급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필자는 1965년 오태석이 창단한 극단 회로무대에서 볼프강 보르헤르트 작 채희문 역 오태석 연출의 <문밖에서>에 김동욱(극단 가교), 장건일(동아방송 성우), 정하연(드라마 작가) 김보영(이해 체육과 출신 배우) 채윤희(아역배우, 현재 영화사 사장) 등과 함께 출연했다. 차범석 선생과 이승규 연출, 채윤일 연출(스텝으로 참가)이 관람을 했다. 당시 오태석은 등단 전이라, 희망출판사 편집장 노릇을 하며 연극 연출을 했다. 그가 신촌 자취방에서 거주할 때 자주 방문하고, 나와 절친했던 소설가 박태순, 시인 김지하, 연출가 유길촌을 소개했고, 그 후 오태석의 공연작품을 대부분 관람하고 10여전 전부터 공연평을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방배동 오태석의 집에 전화를 하면서 몸무게가 38kg으로 줄었다는 그의 처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가서 부음을....


부디 오태석이 하늘 나라에 가서도 좋아하는 연극을 계속하기을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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