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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25] 성북문화재단과 연극집단 반, 김지은 연출 '예의와 관습'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1-01 04:37:13
  • 수정 2023-02-15 08: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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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동 꿈빛극장에서 성북문화재단과 연극집단 반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 김지은 연출의 예의와 관습을 관람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1898∼1956)는 독일 아우구스부르크(Augsburg)에서 종이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 베르톨트 프리드리히 브레히트(Berthold Friedrich Brecht)와 브레칭(Brezing)에서 태어난 어머니 조피(Sofie) 사이에서 태어났다. 1917년 뮌헨 대학에 입학했다. 이듬해 뮌헨의 ‘카머슈필렌’ 극장에서 그라베(Grabbe)의 「고독한 사람(Der Einsame)」이라는 공연을 보고, 이 작품에 대한 응답으로 5월 1일 「절반은 희극인 바알(Die halbe Komodie Baal)」을 완성했다. 1920년에 「바알」을 고쳐서, 게오르크 뮐러 출판사(Georg Muller-Verlag)에서 출판하고자 했으나, 출판을 거절당했다. 


1922년 9월 29일 ‘카머슈필렌’ 극장에서 「한밤의 북소리(Trommeln in der Nacht)」를 초연했으며 같은 해 11월 3일에는 마리아네 초프(Marianne Zoff)와 결혼했다. 1923년 3월 12일 딸 하네(Hanne)가 태어난다. 1928년 8월 31일 ‘쉬프바우어담’ 극장에서, 에리히 엥겔(Erich Engel) 연출로 「서푼짜리 오페라」를 초연한다. 이듬해 4월 10일 헬레네 바이겔과 재혼한 브레히트는 1933년 가족과 함께 프라하로 이주한다. 



1940년 1월 헬레네 바이겔이 스톡홀름에 연기학교를 세운다. 4월 17일 나치 군대가 덴마크와 노르웨이에 침입하자, 브레히트는 가족과 함께 헬싱키로 피난한다. 이듬해 7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브레히트는 할리우드 근처의 산타 모니카(Santa Monica)에 거주하기 시작한다. 1947년 10월 30일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브레히트는 미국에서도 추방당한다. 10월 31일 파리로 출발한 브레히트는 11월 5일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한다. 1956년 5월 초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8월 초 마지막으로 ‘베를리너 앙상블’ 극단 연습장에 나타난 뒤, 8월 말에 사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한밤의 북소리』, 『남자는 남자다』, 『서푼짜리 오페라』, 『마하고니 시의 흥망』, 『어머니』, 『제삼제국의 공포와 참상』,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사천의 착한 사람』, 『갈릴레이의 생애』, 『푼틸라 나리와 그의 하인 마티』, 『코카서스의 분필 원』 등이 있다.


김지은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배우이자 연출 그리고 연극집단 반의 대표다. 초기에는 극단 성좌(1992~1996) 단원으로 참가해 <오감도>, <신더스>, <베니스의 상인> 등에 출연했다. 1996년 부터 연극집단 반 창단멤버로 참가해 극단을 지켜온 대표적인 미녀배우다. <케첩과 마요의 사랑>을 시작으로 <바라헤라>, <블루테>, <모두의 남자>, <페퍼는 나쁘지 않아>, <집을 떠나며> 등 50여 작품에 출연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왔고, 2020년부터 연극집단 반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훈(호프랜드), 이가을(개미굴, 엘렉트라, 페퍼는 나쁘지 않아) 등은 배우로 활동하면서 희곡도 집필하고 연극집단 반을 전성기로 이끌어가고 있는 단원이다.



예외와 관습은 연극이지만 뮤지컬 성격을 띈다. 주요 출연진 뿐 아니라 7명의 코러스까지 등장해 연기와 노래 그리고 율동을 한다. 브레히트의 원작에 박진규 음악감독이 작곡을 해 음악극적 공연이 되었다.


무대는 여러개의 천의 한 귀퉁들을 줄로 천정에 연결시켜, 사막여정의 분위기나 물결 같은 느낌을 객석에 전한다. 입체로 된 사각의 조형물 7개를 무대에 여기저기 배치하고, 후반부에는 포개 놓아 법정장면에 사용한다. 마지막 장면에는 객석이 법정의 배심원석이 되고 관객은 무대 앞으로 나가 투표를 한다.


공연내용은 충실한 관습적 상인이 길잡이와 짐꾼 쿨리와 사막을 넘는 여정이다. 상인은 길잡이와 쿨리를 고용한 주인이지만, 길잡이는 노조에 가입되어 있어 신분이 보장된 고용인이다. 그러나 쿨리는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 부족한 노동력 충당을 위해 인도나 중국에서 데려온 인력으로 최하층 고용인으로 설정된다. 이들은 빠르게 우르가로 향한다. 상인이 석유사업 계약을 따내려면 경쟁자들보다 빨리 우르가에 도착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관습에 빠져 관습을 떨쳐버리지 못한 상인은 쿨리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길잡이에게 불만을 갖고, 여행 도중 길잡이를 해고한다. 상인은 쿨리와 단 둘이 여행에 나서자, 쿨리에게 모진 학대를 가하면서 여행 속도를 높인다. 종당에는 길까지 잃고 물마저 떨어져 어려움에 직면하자, 숨겨 놓았던 물을 상인에게 나눠주려하자 상인은 쿨리가 자신을 해치려는 것으로 오해해 다가오는 쿨리를 죽여버린다. 상인에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물을 나눠주려 한 쿨리의 예외적인 모습을 상인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범한 살인이다. 결국 상인은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장에서 관객은 배심원으로 동참해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유무죄를 판가름해 투표를 해야한다.


노래와 율동을 활용한 공연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 세계와 일맥 상통한다. 1920년대 후반 마르크스주의 성형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 브레히트는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여러 국가로 망명해 희곡을 집필했다. 브레히트의 희곡은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연출방법으로 작중 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가 하면, 갑자기 조명이 전환되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관객이 자신의 작품에 몰입하고 감정이입되는 것을 차단해 완전히 객관적인 차원에서 관람을 하기를 바란 독특한 작법이 브레히트의 희곡의 특징이라 하겠다.



브레히트 희곡 원작에는 관객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설정은 없다. 원작에선 재판 장면만 전개되지만 금번 공연에서는 관객의 배심원 투표를 하도록 해, 엄청난 공감대를 창출시킨다.


장용철이 상인 역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공재민이 길잡이, 송현섭이 쿨리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김진영, 이가을, 송지나, 유지훈, 차지예, 박양지, 박성제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노래 그리고 율동은 관객을 완전히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연출 김지훈, 작곡 음악감독 박진규, 안무 양은숙, 무대 이창원, 조명 배대두, 의상 박근여, 사진 김명집, 음향 박성석, 그래픽 지나다, 홍보 마케팅 차지예, 무대감독 최지환, 음향오퍼 안유승, 조명오퍼 우승엽, 진행 김희애 이종관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성북문화재단과 연극집단 반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 김지은 연출의 예의와 관습을 전국순회공연이 바람직한 한편의 우수걸작공연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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